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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71 선정우   mirugi   10-04   531 신일숙님 인터뷰 및 각종 기사문 모음..  22K

#4571   선정우   (mirugi  )
신일숙님 인터뷰 및 각종 기사문 모음 <1>      10/04 11:05   499 line

            ≪신 일숙 선생님 잡지 기사 및 인터뷰 모음≫
                           F I L E # 01

                                    transcribed by mirugi (95.07.11)


■르네상스 코믹스 『1999년생』 : 91년 7월 25일 인쇄, 8월 1일 발행

신일숙 -  1962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부산  동주여상을 졸업한  그는 
'84년 『라이온의 왕녀』로  데뷔하였고,  '86년 『아르미안의  네딸들』
로 순정만화계에 큰 획을  긋는 일대 센세이션과 함께 정상의 맥에  동참
하고 있는 여류작가다.
『1999년생』은 21세기초,  지구를 침략해 온 원반인들에 대항하여  싸우
는 에스퍼(초능력자)들의 활약상을 그린 SF물.
크리스탈 정을 싸고도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극적 반전이 추리물  스타일
의 플롯 구성으로 돋보이며,  더불어 현대여성이 지녀야 할 새 여성상을 
도출해낸 작품이다.


■윙크 Books 『리니지』 : 93년 12월 25일 발행

신일숙 - 지은이  신일숙은 1962년 1월 21일  경북 안동생이다.  현재는 
부산에서 살고 있다.  부산 동주여상 졸업.
1984년 『라이언의 왕녀』로 순정만화계에 등장해 지금까지 다수의  작품
을 발표했는데,  완벽한 스토리,  화려한 그림체로 순정만화의  '재미'의 
극치를 보여주고 잇다.
단편작에서는 예측불허의 반전의  묘미를,  장편에서는 작품전체를  압도
하는 특유의 분위기로 독자를 사로잡는 끈끈함이 매력.
『아르미안의 네딸들』에서처럼 엄청난  스케일의 배경과 방대한 내용으
로 마치  엉킨 실타래 풀듯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전개  방식은 
작가 신일숙의 저력과 근성을 느끼게한다.
다작은 삼가는 편.  한 작품에 충실하게 매진하는 스타일.

* 그간의 작품들
84 라이언의 왕녀
85 사랑의 아테네
86 아르미안의 네딸들
88 1999년생
90 나의 이브
91 카르마
92 에시리쟈르
93∼ 윙크에 리니지 연재중
그외 컬러스토리 및 단편 다수


《리니지를 시작하며...》
〈나 자신의 만족도가 더욱 중요하기에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다〉

 - 항상 원고마감 때이던 어느날 밤,  나는 꿈을 꿨었다.  '90년 쯤이었
다.  '데포로쥬'라는 만화책을 보는 꿈을...  『햄릿』형의  이야기였다.  
특별히 기발하고 괜찮은  테마라기 보다는 그 이야기의 분위기가 너무나 
좋아서 그 감정이 그대로 남은 채 꿈을 깼다.
나는 1962년 범띠해에 태어났지만,  음력 1961년 소띠해에 걸려 그만 소
띠가 되고만 어중간한 소띠인데,  이것은 나의 특성을 기막히게 잘 나타
낸 띠인 것 같다.  (소꼬리와 범머리라...)
즉,  되새김을 하는 소의 체질과 집요한 호랑이의 특성이 함께 나타나는 
것인데...  하여간 이때문에 『리니지』는 3년 늦게 빛을 보기  시작했지
만,  그땐 완전히 꿈과는 틀린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꿈과 같은  것은 마녀 케레니스와 반왕  켄·라우헬에 관한 부분과  소수 
인물들의 이름,  그리고 전체의 테마이다.

하여간 이렇게 하여  『리니지』는 탄생되었고,  나는 오랜 연인  『아르
미안의 네딸들』을 버려둔채 새로운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물병좌'는 
바람둥이 별좌라던가...   하여간 하나를  잡으면 그 분위기에 빠져들어 
그리기 때문에 쉽게 두  작품을 한꺼번에 손대지 못하는 나는 이제  큰일
나 버렸다.  첫 남자 주인공인지라 분위기를 좀 더 달리 잡아 보기 위해 
이런 저런 넋두리까지 더해 완∼전히 발목잡혀 버렸다.
흐이휴∼  원래 하나를  잡으면 뿌리를 뽑는 성격인 나는 그만  단행본과 
잡지라는 양갈래 길에서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작품들인지라,   
일단 마감이 코 앞에  있는 잡지를 선택한 셈이다.  (『A4』여!  기다려
라.  끝만은 멋지게 내어주마!)
하여간 언제나 그렇듯이  이 『리니지』도 내 머릿속에서 이미 완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문제는 한 회,   한 회 어떻게  리듬을 어그러뜨리지 않고 이어가느냐에 
성패가 걸린 것이다.   또한 두 주인공인 데포로쥬와 반왕  켄·라우헬의 
대조 즉,  백과 흑,  빛과 그림자처럼 뚜렷한 대조에 어느만큼  성공하느
냐가 난제인 것이다.
일단 '데포로쥬 왕자'나 '다섯개의 수호성'이 모두 같은 백의 문제로  본
다면,  제 3부 '반왕'편은 흑의 문제가 될 것이다.  사실,  독자의  반응
이나 평가는 차후의  문제,  나 자신의  만족도가 더욱 중요하기에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소홀히  하기에는 나의 욕심이 너무 크
다.
『리니지』가 20년 후에도 잘 팔리는 만화책이 되었으면...하는  욕심...  
그것은 과연 작가로서 지나친 욕심일까?
                                           1993년 12월 지은이 신일숙


■대화 ever green comics 『라이언의 왕녀』 : 94년 3월 20일 발행
(초판 발행 1991년 1월 21일)

작가의 말
 - 라이언의 왕녀는 나의 데뷰작이다.  1984년 봄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거의 그린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완성했던 
작품...  사실 감정표현도  컷구사,  연출 실력,  스토리 맥락도 너무나 
어설퍼서 지금 다시 돌아다 보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부끄러움에  몸
둘바를 모를 것 같다.
솔직히 이 당시에 나는 만화 그리는 법을 몰랐다고 보는 것이 옳다.  내
가 내 자신의  만화를 그린 최초의 작품은  사실 『A4』였다.  그렇기에 
라이언의 왕녀는 더더욱 부끄러울 수 밖에 없는 작품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부끄러움을  알기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애쓰는 동물일 것이다.   
88년 대 개작권을 완성한  것은 이 부끄러움을 없앨 목적으로 고친  것은 
아니었다.  (이 변명은 뒷쪽에.)
라이언의 왕녀는 AD  9C 무렵의 스코틀랜드쯤의 위치에 렌토랜드라는 가
상의 국가를  만들어내서 시작하였다.   하지만 의상이나,   가구,   성,  
관습 등 여러가지 점에서도 정말 한심할만큼 미비한 점이 많았다.  하긴 
이 무렵엔  바이킹이나 색슨족,   켈트족의 이야기는 조연이나 뒷배경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기에 모든 자료가  원만치 못할 수  밖에 
없었고 거의 고대나 다를 것이 없다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작품
은 내 자신의 작가의식이 별로 신통치 않았다고 솔직히 고백해야겠다.
완벽할 순 없지만 최소한 완벽하려고 노력은 했어야 했는데 몰라도  너무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던 것이다. (휴우우∼)   앞으로 살아가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숫자의 작품을 하게 될까?
독자 여러분도 아다시피 나는 다작형의 작가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언의 왕녀는 사실 소중한 작품이다.)  나는 작품에는,  독특한 리듬
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또한 나는 내 작품의 모두를 각각 다른 
리듬을 타고 그렸다.   그래서 한 작품의 리듬에 빠져있을 때는 다른 작
품의 리듬에 충실하지 못하며 그렇기에 두 작품 다 어설프거나 그 중  하
나를 완전히 망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 자신이 능력
없는 작가인지도...  (하하)
충실한 성격이든 충실치 못한 성격이든 독자에게 비판을 듣는 것은  마찬
가지일 것이다.  (그것이 많고 적고의 차이일뿐이지...)
그리하여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변명아래  독자의 질책을  각오하고 
부끄러운 나의 데뷰작을 서점에 내놓기로 했다.
데뷰해인 1984년에서 10년이  지난 1994년의 지금―만화 그리는 진짜 재
미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지금―이 라이언의 왕녀를 다시금  되돌아보며 
(신일숙)...  바로  나 자신의 해이해져 있을지도 모르는 작가정신을  다
시한번 조이는 의미에서...
...좋은 만화를 그리고 싶다...
                                                     -1994년 신일숙-


■윙크 Books 『나의 이브』 : 95년 3월 15일 발행

《단편집을 내면서...》
〈순정만화의 기존 틀을
조금 더 넓힐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 장편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지도 모르는 이 단
편은,  에드가·A·포우와  같은 별자리에 태어난 나로선 상당히 적성에 
맞는 작품들이다.  존경하는 단편의 귀재 포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
편작가이다.
오·헨리도 좋아하긴  하지만,   정말 포우의  쪽은 소름끼칠만큼  좋다.  
그의 추리소설이나 모든  작품들은 정말 현대 작가들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아니 순정만화의 기존 틀을 조금 더 넓힐 수 있는 작품...   그리
고 20년 후에도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
(포우 정도의 인기는 너무 과분하고...)

지은이 신일숙


*작가노트 - 나의 이브 (93년作)
 : 나의 이브―는 나에겐 유일한 신문연재 작품이다. (일간 스포츠)  어
떻게 이 느린 내가  일간지 연재를 결심했을까?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게 
틀림없다.  게다가 이때,  화실의 한 멤버가 비어있던 터라 얼마나  바쁜 
마감을 보내었던가?   (지금 생각해도 거의  초인적이었다.)  그러나  이 
한 작품을 완성시킨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끝나고 난 뒤 생각하게 된 
작품이다.  나에게 이 연재의  기회를 주신,  내 팬이기도 한 일간 스포
츠 육홍타 기자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그때 남자만화 사이에서  얕보이
면 안된다며 무지무지 열심히 배경을 그려준 나의 애제자(?)  김강원양에
게도 감사를―   두 사람이 없었으면  아마 신문연재는 불가능했을  것이
다.
Thanks by·Kim Kang Won·Son Jia·Seo Kyung Suk


*작가노트 - 2000만분의 1 닮은꼴 찾기 (90년作)
 : 2000만분의  1 닮은꼴  찾기―는 D지의 모  기자님이 말했던  것처럼,  
컬러 스토리의 내용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단지 성인용이라 더 화끈한 
표현을 했을뿐,   내 작품같지 않다는 여러  사람의 작품평을 듣기도 했
고,  또 주인공이 마음에 안든다는 얘길 한 사람도 있었다.
나도 별로 마음에 쏙드는  건 아니지만,  때론 스토리 전개를 위해 주인
공 성격이 튀면 곤란한  경우도 있는 법.  철저히 작품위주인 내 성격에 
잘 맞는 작품이 아닐까?
Thanks by·Cho Youn Ju·Kim Jong Bun


*작가노트 - 愛(애) (85년作)
 : 愛―는  85년 내가  『사랑의 아테네』를 하고  난 직후의  작품이다.  
또한 이 愛는 내가 중학교 땐가읽었던 월간 조선인가 신동아인가 알  수 
없지만,  신춘문예 당선작을 보고 그 아름답고 처절한 문체에 꼴깍한 내
가 다분히 RNG한 작품이었다.   (누구 작품인지 전혀 기억에 없다.)  물
론 그 작품과 똑같은  구성은 아니지만,  그것을 읽은 분은 아마 유사성
을 많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특히 '그는 나의 목을 잘랐다'라는 대목
은 그 작품을 그대로 인용한 것 같다.  (잘 기억이 없는 것은 愛를  그릴 
당시는 그 책의 이미지만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Thanks by·Lee Yu Jin·Lim Young 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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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작가탐방' : 89년 3월호

《미지의 세계를 그리는 여인의 꿈》
{*주 -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생략했습니다.}

방을 장식하고 있는 책장에는  '세계 불가사의 전집' 등 추리성 강한  자
료들이 꽂혀있다.  최근 SF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신일숙은,  계속  SF
물에 일관하지는 않고 다양한 작품을 다루겠다고 말하면서도 4차원의  세
계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SF나 서양의  신화 등에 관심이 많았던 신일숙은 SF  잡지를 
구해보고,  신화집이나 공상과학 소설류를 즐겨보는 등,  미지의  세계에 
대한 꿈을 키워 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며 정안수를 떠놓고 회사가  도산하길 
빌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결국 회사가 도산하여 실직하게 됨으로써  만화
를 그리게 되었지요.   작품을 들고 출판사에 찾아갔다가 우연히  차성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에 의해 가능성을 인정받아 2년간 지도를  받
았지요.  그리고 1984년 『라이온의 왕녀』로 정식 출발을 했습니다."


그후 『사랑의 아테네』 (1985),  『아르미안의 네딸들』(1986)을  내놓
았다.  『아르미안의  네딸들』은 일대 선풍적 인기를 끌며 그의  명성을 
가시권으로 끌어 올렸다.
잡지 연재로 인해 조금 늦게 제 20권이 나오게 된 장편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신화적 배경의  방대한 스케일과 짜임새있는 구성,  끝없는  극
적 흥미,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 등이 자못 환상적인 이미지로 독자
들에게 어필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신일숙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일반적인 특징은 이와같이 독자들을  진지한 
흥미를 동반하는 미궁으로  끌어들여 방대한 스케일의 신비한 세계를 보
여 주며,  여기에  일미를 가해 뚜렷한 성격 묘사를 통해 인간애를 보여
주는 데 있다.
특히 강인한  여주인공을 그려냄으로써 여성들의  지위 확보에  독자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여성들이 좀더 똑똑해지고 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으로서의  권리
를 다할 수 있는......  저는 주인공을 통한 여성의 지위 향상에  조금이
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인지하여 보
람되게 완성해가는 주인공을 그리려고 노력합니다."


5살때부터 만화를  보며 글을 깨우쳤다는 신일숙.   그러나 각  연령층에 
알맞는 만화가 없어 아쉽다며,  세분화된 독자층을 수용할 수 있는 작품
과 작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많은 독자를 수용해야 하는 만화가로서의 책임은 크다.  잘못 그려진 주
인공으로 인하여 감수성 예민한 독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성격  정
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로서 마음아파하는  것이 있다면 만화적인(?) 갈등에  휩싸여 
고민하는 소녀들을 볼 때이다.

"저는 만화가이자 카운셀러입니다.  무작정 가출해서 만화가가  되겠다고 
떼쓰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자살을 하겠다고 찾아와 고민을  호소하는 
학생도 있어 상담역으로서 일역을 다하고 있지요.  아마도 제 만화를 보
면서 제게는 해결  방안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단기간
에 만화가가 되겠다는 생각이나  현 사회가 지닌 제도적 모순을 제  개인
이 해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앞으로 다른 형식의  SF와 종교적인 소재를 바탕으로한 만화를 그리겠다
는 신일숙.


<작가비밀>
#생년월일, 고향, 출신학교 : 1962년 1월 21일 경북 안동에서 출생.   부
산 동주여상 졸업.
#성격, 혈액형? : 주위에서는 차갑다는 말을 듣지만 알고보면 따뜻한  여
자.  AB형.
#신체조건은? : 키 166cm,  몸무게 55kg. 사이즈  가슴+허리+히프=자신만
만.
#좋아하는 꽃, 색,  옷, 음식은? : 글라디올러스,   보라색,  정장 스타
일,  콩나물을 제일 좋아하지만 음식을 가리지는 않음.
#인상깊었던 한권의 책? : 저자는 생각나지 않지만 '인생의 진리'  (위인
들의 어려움 극복기)
#버릇은? : 작품 진행이 안되면 개를 괴롭힌다. (이름은 '코코')
#콜렉션은? : 양초,  액세서리 등.  (양초를 독자들과 교환하고 싶다.)
#결혼은? : 첫눈에 딱  반할수 있는 남성이 나타나면.  특히 사자자리. 
(정열적이고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성격이므로.)


■르네상스 '작가와의 데이트' : 91년 3월호

《상상의 나래로 꿈을 빚는 연금술사》
{*주 -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생략했습니다.}

#스토리는 어떻게 쓰나?
 - 남이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진 모르겠지만 전 모든 스토리를  꿈에
서 얻어요.   『1999년생』의 경우도  꿈에서 힌트를 얻어 작품화했는데 
그땐 넘버까지 다 꿈속에 있었죠.  그러니 꿈을 정리하면 자연스럽게 한
편의 스토리가 탄생하는 겁니다.  너무 쉬운 대답인가요?

#혹시 꿈에서 선생님이 크리스로 등장하지는 않으셨는지?
 - 크리스였다고 단정짓지는  못해요.  아마 카메라에 잡은 연출가의  위
치에서 각 등장인물의  입장을 바꿔가며 등장했을 거예요.  토운도  돼보
고,  로페스도 돼보고...

#장 단편을 포함해 많은  작품을 내셨잖아요.  그중에서 한 작품을  골라 
만화영화로 만들어 보실 의향은 없으세요?
 - ...아직은 좀 이르다고 생각해요.  흔히 만화영화를 '제 2의 창작'이
라 부르지만 원작을 각색하는 것도 한도가 있지,  연초에 김동화 선생님
의『요정 핑크』를  보고 나선 얼마나 실망했는지...  원작자가  제작에 
직접 참여한다 해도 아직은 성숙된 여건이 아니라고 봐요.

#우리나라 만화영화의 질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데 비해 일부  TV의 
만화영화나 만화책들에서 부쩍 일본물이 범람하고 있어요.  작가의  입장
에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개인적으로 요즘  재미있다는 북두신권이나 드래곤볼 등을 봤지만 그
리 구미가 당기진 않데요.  일본만화도 70년대∼80년대가 전성기였지  요
즘 작품들은 성의가 부족하고 자극만 심해진 듯해요.  우리 작가들도 저
마다 작가의 소명을 가지고  작품에 임하고 있기에 곧 일본과 대등한  수
준에서 작품을 논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네요.

#'작가의 소명'이라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가지고 계신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 만화는 무엇보다 재미가 우선인 것은 부인할 수 없죠.  헌데 그 재미
가 가벼운 것인가 무게가  있는 것인가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자칫 가
벼운 웃음에 치중하다 보면 중요한 문제를 소홀히 취급하게 되는  경향도 
생겨요.  작품을  통하여 재미와 함께 생각하고 교훈적인 가치를  넣어야 
한다고 봐요. 따라서 좋은 만화는 좋은  독자들을 이끄는 거죠.  그게 
작가가 지녀야 할 기본 자세라 봐요.

#그런 의미에서 『꿈을 잃은 꿈의 나라』가 다시 떠올려지네요.   선생님
은 우리 학원의 현실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 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누적돼 있다고 봐요.  분명한 것은 어른들
의 세계로 학생들을 이끌어갈 개성이 없다는 거죠.  각자의 재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돌봐  주는 교육이어야 되는데,  양떼를 몰듯이 너무 한곳
에만 몰아넣어요.   넓은 목장에 양뗄르 풀어놓듯이 하여 좀더  생각하고 
다양한 능력을 가지도록 하는 게 교육의 선결과제라 보죠.

#결혼을 하면 만화를 그만 두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결혼하시면  진짜 
만화를 그만 두실 거예요?
 - 그때문에 오해도 받고 많은 편지도 받았지요.  걱정 마세요.   아직은 
결혼보다 직업이 먼저니깐.   만약 급히 결혼했다가 진짜로 좋아하는  남
자가 나타나게 되면 어떡해요.

#선생님의 경우 작품을 하실 때 리듬은 어떻게 소화하시는지.
 - 제게 있어  작품의 리듬은 자전거 페달의  원리와 같아요.  어느정도 
안정이 되면 자연스럽게  펜을 잡고,  작품에  임하게 되죠.  하지만 전 
아무래도 다른 별에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워낙 잠이 많다보
니...

#데뷔하신 이후로 방대한 스케일의 SF물에서 거의 독무대를 이루고  계신
데,  SF물 말고도 다른 장르에 매력을 느끼고 계신 것이 있으시다면?
 - 변화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지요.  추리물을 기획하고 있지만  시간
때문에 쉽게 손대지  못하고 있고,  지금까지 즐겨 다루던  외국배경에서 
탈피하여 정통역사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고조선을 우리 
역사의 시발점으로 바라보고  민족의 혼이 가득한 우리의 작품도 기획하
고 있죠.  아직 할 일은 많은데 왠 시간이 그리 없는지...

#오랜동안 인기를 유지해온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 제 생각엔 인기란  것은 곧 자신에게 충실했다는 반증 같아요.  작품
에 들이는 정성을  독자들이 알아준다고 생각하니 가슴 뿌듯하네요.   계
속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작품하실 때 별다른 특징은 없으신지?
 - 보통 스케일이 크고 꼼꼼하다는 데 오히려 제 자신은 못 느껴요.  스
케일이 커지는  건 많은 상식하고 매치시키고  싶은 제 개인적인  욕심의 
결과같아요.  하지만 단점이  더 많아요.  특히 현대물에 있어서는  많은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세대차의 극복이란 문제를 역시 갖고 
있죠.  그래서  때론 직접 부딪히지 못하고 돌려서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도 해요.

#직장에 다니시면서 만화가가 될 결심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려웠던  점
은 없으셨어요?
 -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두번쯤은 절망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돼요.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을  때는 난감했지만,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헤쳐
나가지 못하고  좌절하면 결국 세상에서 이룰  것이 아무 것도  없으리란
생각이 들어 밀고 나갔지요.  무엇보다 '안되면 어떡하지'하는  부정적인 
생각보다 '반드시 된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먼저였어요.

#그렇게 이겨내신 선생님이 부러워요.  저 역시도 그때의 선생님과  비슷
한 처지에 있어요.  하지만 아직 아무 것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어요.
 - 어떤 일이든 자신이 선택했으면 그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해요.   
제가 해줄 말은 "정말  힘든 일을 해보지 않고선 생을 살았다고  말하지 
말라."예요.  전 고 2때 오른쪽 엄지손가락에 이상이 생겨 잘라야 할  지
경까지 가기도 했지만...  결국 뜻이 있는 곳에 반드시 길은 있던데요.

#주인공들이 너무 예뻐요.  예쁘지 않은 사람들도 주인공으로 쓰면  안되
나요?  저같은 애들도 위안이 되게 말예요.
 - 그럼  좀 못생긴 사람을 주인공으로  쓸테니 책임지고 팔아  주실래요
∼.   농담이고요,  결국 아름다움을  제일로 추구하다보니 생긴  부작용 
같아요.  작가와 독자가 함께 책임지고 개선해야할 문제 아닐까요?

#그래요,  예쁘지 않은  주인공들도 더러 있지만 그래도 예쁜 사람이  좋
으니 저희들도 어쩔 수  없네요.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이 갖고 계신 여
인상을 듣고 싶어요.  흔히 작가들은 작품 안에 자신의 여인상을 정립시
켜 놓는다던데......
 - 많은  여성들이 이 땅에 살다갔지만,   엘리자베스 1세와  신사임당을 
으뜸으로 꼽아요.  당시대가 요구하는 전형적인 여성들은 아니지만,   어
느 누구보다도 여성으로서 자신의 주관을 굽히지 않고 강하게 살다간  분
들이어요.  우리네 여성들은 너무 자신을 나타내지 않는 단점이  있어요.  
결혼은 분명 남자와 여자 1대 1의 만남인데도 거의 남자들에게  종속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죠.  이렇듯 자기 몫을 충분히 살아가는 여성상을 독자
들도 가졌으면 하고,   작품에는 의도적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해 담고  있
어요.

#그래서 작품  속의 여성들이 모두 강하다는  인상을 주는군요.   그리고 
이건 평소에 느낀던 건데 선생님 작품들은 상당히 섬세해요.  특히 인물
에 있어서는 입체감이 살아 있어요.  따로 미술공부를 하신 적은 없으신
지?
 - 구도 감각은 특별히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작가가 가져야 할  필수 
요소예요.  또  원고가 섬세한 것은,   원고가 인쇄되어 나왔을 때 잘못 
그린 것은 더 적나라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당연히 펜선 하나 하나에  신
경을 쓸 수 밖에 없죠.

#많은 주인공들을 창조하셨잖아요.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주인공은 
누구예요?
 - 누가 더 사랑스럽다고 꼬집어 말할 수 없네요.  각 주인공들은 그 작
품의 스토리에 맞게 탄생된  것이기에 각기 개성이 있고,  또 모두들 내 
자식들인데 누구 하나만 편애할 수 있겠어요?  야단나요!

#또 어디서 들은  얘긴데 작품은 작가 자신이 재밌어야 잘  그려진다면서
요?  작품을 하시다 오히려 작품에 빠져버리신 적은 없는지?
 - 왜 없겠어요?   작가는 독자의 감정도 가져야 하기에 쉽게  일어나죠.  
특히 기억나는 것은 『아르미안의 네딸들』 8편에서 레마누가 아기를  빼
앗기는 장면에서는 저도 눈물을 흘리면서 그렸어요.  아마 제게 그런 열
정과 감성이 있기에 작품의 반응들이 좋은 것 같네요.

#『아르미안의  네딸들』도 좋은데  르네상스에는 왜  작품이  뜸하세요?  
빨리 만나보고 싶어요.
 - 후후∼.  옛날에는 『1999년생』 때문에 『아르미안의 네딸들』이  안
나온다고 성화시더니 이번에  그 반대가 됐군요.  일단 한가지를  마무리
한다는 게 우선이고 곧 르네상스에서도 새작품을 선보일 거예요.

#하루빨리 새작품을 만나보고 싶어요.  그리고 오늘 뵈니까 사진에서  느
꼈던 무뚝뚝하다는 인상은 싹 지워지고 듣는 이로 하여금 부담없이  친근
하게 해주셔요.
 - 저도 사람을 만나는  걸 즐겁게 여기는 편이예요.  오늘 만나서 좋았
구요.   새로운 세계를 이끌어갈  세대들이니까 확고한 신념들을 가지고 
생활했으면 해요.  그리고 오늘의 만남을 계기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연
락하세요.  언니로서 선생님으로서 기꺼이 카운셀러가 될게요.  그럼  안
녕∼.


<작가메모>
생년월일 : 1962년 1월 21일
본적 : 경북 안동
출신학교 : 부산 동주여상
신체조건 : 키 166cm,  몸무게 55kg
혈액형 : 따뜻한 AB형
좋아하는 배우 : 아놀드 슈왈츠네거 (단 육체와 정신이 골고루  발달해야
죠.)
만화관 : 재미속에 삶의 가치를 알게 하자.
인생관 : 자기를 강하게 표현하며 살자.


■댕기 '작가에세이' : 91년 12월 16일자 (통권 2호)

《그 놈(?)의 스크린톤》

"이 바위에 스크린 톤을 어떻게 붙이면 바위처럼 보일 수 있겠습니까?"

어떤 만화가 지망생이 그림을 그려가지고 와서 내게 물었다.

"바위처럼 그린 뒤에 스크린 톤을 붙여야 바위처럼 보입니다."

나의 대답.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스크린 톤을 잘 쓰십니까?  비결은?"

또 다른 이의 질문에 나는 또 대답한다.

"한 삼십만원어치쯤 실패하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됩니다."
"...그래도 모르면요...?"
"한 육십만원어치 계속 실패하면 알겠죠."

나는 눈을 끔뻑이면서 능글스레 대답한다.  다음번에는 그 배로 올릴 셈
이다.
보통 이런 것이 나의 심술이다.
나의 데뷔 초기때  나는 참으로 심각하게도 궁핍한  생활을 했다.  있는 
것은 오직 만화에 대한 열정뿐이었다.  부모님들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은 
단 한푼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신인들은 무슨 돈들이 그리도  많은지 스크린 톤 안붙인 
사람 거의 못봤다.
나는 데뷔약속을 받고,   출판사로부터 고료의 일부를 받아서야 겨우  그 
돈으로 스크린 톤을 살 수 있었다.
오호통재라∼  과소비의 바람이여―  이 신성한 판에까지 비집고  들어왔
는가?  신인 여러분!   바위를 바위처럼 그리고 스크린 톤을  붙이더라도 
붙입시다!
오늘 밤,  나도 선배로서 후배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진지하게 반성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윙크 '독자요청/작가 48문 48답' : 93년 11월 15일자

《20년 후에도 재미있다는 소리를 듣는 만화 그리겠다!》

신일숙씨의 작품 연보
1984년 라이언의 왕녀 (전 4권)
1985년 사랑의 아테네 (전 4권)
1985년 애(愛) (단편)
1986년 아르미안의 네딸들 (현재 28권까지 발간)
1988년 1999년생 (전 3권)
1989년 정령을 믿으십니까? (단편)
1989년 트라이앵글 데이트 (단편)
1990년 거울밖의 인어공주 (단편)
1990년 카르마 (전 2권)
1991년 시간이 멈추는 바다 (단편)
1992년 에시리쟈를 (1∼11회)
1993년 선생님과의 전쟁 (단편)
       리니지 (8회 연재중)
그외 다수 컬러 스토리

【신일숙씨는 1962년 1월 21일 부산에서 태어났다.  물병좌 사람들이  그
러하듯 예술가적인 기질을  어릴때부터 발휘(?)하여 6살 때 이미 종이에 
만화를 끄적대기 시작했다.   1남 1녀중 첫째이며 혈액형은 AB형.   84년 
『라이언의 왕녀』로 데뷔했다.   마가렛 대처 같은 타입의 여성을  좋아
하고 신승훈의 부드러운 미성을 좋아한다.
애견 코코와  고양이 크리스를 기르며 보다  나은 작품 구상에  몰두하고 
있는 그녀는 아직 미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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