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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 호 : 0/15194 ▶ 등록자 : MIRUGI │
│ ▶ 등록일 : 2001년 04월 09일 01:20 │
│ ▶ 제 목 : 국내 동인지 & 동인 행사의 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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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도 다른 분이 설명하셨지만, 국내의 동인지의 역사와 가장 대표적인
동호회 연합체 ACA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라고 해도 저는 ACA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그저 오래 전부터 국내의 동
호회들과 동인지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일 뿐입니다.)
ACA는 1989년 6월 25일에 창단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크레파스'라는 동호
회 연합체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해산되고 다시 만들어진 것이 ACA
죠.
ACA의 첫 대외 활동이었던 제 1회 전시회는 1990년 2월 24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개최되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ACA를 단순한 '동인지 판매전'으로 오
해 받게 만든 주범(?)인 '회지 판매전'의 제 1회가 개최된 것이 1991년 6월
30일입니다.
그 이후 여름, 겨울 정도에 한 번씩 판매전과 전시회를 번갈아 가며 (때에
따라서는 비슷한 시기에) 개최하는 것이 관례화 되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
도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동호회 연합체'인 ACA가 판매전에만 힘을 쏟는다
는 비판도 있고 하여, 돈이 벌리지 않는 행사인 '전시회'를 상당히 고심해
서 개최했죠.
제가 동인지라는 것을 처음 접했던 것이 거의 ACA의 탄생과 때를 같이 했었
고, 또 ACA의 전시회나 판매전에도 자주 가봤습니다. 그래서 사실 그 당
시의 동인지들에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히 그때에는 지금처럼 단순한 패러디만이 아니라 '프로로의 데뷔'를 목
표로 하는 분들이나 프로에서는 하기 힘든 실험적인 작품을 다루는 것이 아
마추어 동인지의 존재 가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동인지 판매전인 코믹 마켓도 마찬가지였듯이, 결국 우리의
동인지도 지금에 와서는 오리지널보다 패러디 위주로 재편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상황에 특별히 불만은 없습니다만. (어차피 오리지널
작품은 상업지에서 자주 접할 수 있으니까…….)
다만, 벌써 국내의 동호회 역사도 어언 20년이 넘어가고 있는 2001년 현재
의 변화를 바라보자니 감회가 새로울 따름입니다.
(ACA의 창립은 1989년이지만, 그건 단지 동호회 연합체일 뿐입니다. -그
나마 최초의 동호회 연합체도 아니죠.- 최초의 순수 아마추어 만화 동호
회로는 보통 1982년 7월 1일 결성된 KWAC [Korea Woman Amateur Comics]를
손꼽습니다. 그러나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화되어 결성 1년만인 1983년 와
해되었고, 그 후로 1983년 창단된 PAC, 1984년 창단의 아람·KGB 등 순정
계열 동호회가 연이어 창단되었죠.)
초기에는 ACA나 기타 동호회 자체 전시회 및 판매전의 주요 장소는 백화점
꼭대기 층의 이벤트 홀 (강남 그랜드 백화점 등) 같은 곳이었죠. 그 후에
도 태평 데파트니 디자인 포장 센터니, 여러 곳을 전전했습니다.
장소가 넓지 못한 경우도 많았고 특히 여름의 더위는 거의 살인적이었습니
다. -_- 그런 곳에서 근성을 발휘하여 동인지를 잔뜩 사들고 (게다가 그
시절에는 요즘의 패러디 동인지와는 달리 '회지'의 성격이었으므로 엄청 두
꺼웠죠) 가곤 했는데……. 벌써 그게 10년도 전의 일이라니. -_-
요즘 코믹 월드에서 입장하기 위해 줄까지 서다 보면, 정말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1992년에는 '가장 무도회'의 성격으로 존재하던 '코스
프레'란 것이 국내에서도 이렇게까지 발전할 줄은 정말 몰랐고요.
(언제 한 번 본격적으로 당시 동호회 활동에 참가했었던 분들-지금은 보통
프로 만화가-을 취재하고 과거의 잡지 기사 등을 정리해서 국내의 동인지
역사에 대해서도 연구해볼까 합니다만,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는군요. 쉬
운 작업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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