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 설문에 대해
written by http://mirugi.com/ (2003.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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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9일자 「FILM 2.0」 142호에 발표된 『사상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는?』이란 기사에서 기재하고 있는 저의 설문 답변에 대해, 약간의 설
명을 하고자 합니다.
*「FILM 2.0」 기사 요약
*관련 기사
일단 이 설문조사는 지난 8월, 조사에 응해달라는 「FILM 2.0」 측의 요청
을 받아 이루어졌습니다.
그 설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잡지 내에도 이미 발표되어 있습니다.)
1. 세계 애니메이션 영화 사상 최고의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은?
5편 이내 복수응답 가능합니다. 그 이유를 적어주셔도 됩니다.
2.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사상 최고의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은?
3편 이내 복수응답 가능합니다. 그 이유를 적어주셔도 됩니다.
3. 최고의 애니메이터라고 생각되는 인물은 누구입니까?
3명 이내 복수 응답 가능합니다.
국내 :
국외 :
4. 가장 과대 평가된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생각하는 작품과 그 이유를 적어
주십시오.
5. 가장 과소 평가된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생각하는 작품과 그 이유를 적어
주십시오.
6. 다음중 한국 애니메이션의 선결 과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두 가지만 골라
주십시오.
1) 기획, 시나리오
2) 디자인
3) 설정
3) 미술
4) 스토리보드
5) 프로덕션 단계 (레이아웃, 원화, 동화, 선화, 색지정, 배경, 특수효과,
촬영)
6) 음악
7) 포스트 프로덕션 (현상, 편집, 녹음)
8) 감독의 연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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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설문 결과에 대해서는 「FILM 2.0」 기사를 직접 보시거나, 그 일부는
앞서 기재한 관련 기사 사이트에 요약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문제는 이 설문조사의 답변을 분명히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타
이틀에서부터 세부문항에 이르기까지 한정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설문 답변자와 「FILM 2.0」마저도 '애니메이션 영화'와 그냥 보통의 '애니
메이션 작품'을 구분짓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저는 설문에 대한 답장을 발송하면서 분명히 이렇게 전제하고서 답변을 시
작했습니다.
"※이하 설문에서 전부, '애니메이션 영화 사상'이라고만 했기 때문에 TV
나 비디오 작품은 제외하고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만 선정했습니다. 만약
TV와 비디오, 실험 작품 등도 포함한다면 거의 전부 답변이 바뀌게 되니까
다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잘 아시겠습니다만, 애니메이션은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발표됩니다. 거
기에는 일반 영화와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개봉하는 방법도 있고, TV를 통
해 방영되는 방법도 있으며, 그 어느 쪽도 불가능해서 결국 실험적인 독립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발표 방법에
는 제각각 의미가 있는 법이죠.
하지만 길어봤자 3시간을 넘기긴 힘들고 보통은 2시간 정도가 일반적인 극
장용 애니메이션과, 최하로도 30분 13화 이상은 되는 것이 일반적인 TV의
시리즈 애니메이션과는 분명히 매체의 한계와 가능성에 따른 '차이'가 존재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인 극장·TV 발표용 애니메
이션과, 일부 매니아층만을 대상으로 해도 제작이 가능한 비디오 애니메이
션에도 그 '차이'는 크겠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설문조사가 타이틀과 문항에서 전부 '애니메이션
영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FILM 2.0」 또한 영화 잡지이기 때문에 기본적
으로 이 설문은 '애니메이션 영화', 즉 극장에서 개봉한 작품만을 대상으
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직 '애니메이션 영화'만으로 한정지어 답변
을 작성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내에서 워낙 애니메이션의 그런 '장르별 특성'을 무시하거
나 관심 없어하는 것이 추세라는 점 때문에 불안해서 저런 '전제'를 답변에
추가했던 것이고요.
아니나 다를까, 발표 결과를 보니 역시 예상대로였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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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의 해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1위로 뽑힌 『나무를 심은 남자
』나, 10위 안에 든 『이야기 속의 이야기』와 『월레스와 그로밋』 등의
작품은 일단 극장에서 개봉된 적이 있는 작품들이긴 합니다. 애초부터 '단
편 애니메이션'이라서 일반적인 극장 개봉이 어려울 뿐, 극장용 애니메이
션이 아니라고 단언하는 것도 좀 애매하긴 합니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이 작품들을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단언할
수도 없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사상 최고의 한국 애니메이션〉 부문입니다. 공
동 9위의 『2020 우주의 원더키디』 (그나마 지면에는 '원더키드'라고 잘못
표기되어 있음)는 분명한 TV애니메이션 작품이죠.
순위 밖에서 언급되고 있는 『철완 아톰』이나 『이온 플럭스』 등도 역시
TV 작품들이고요.
물론 그밖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작품들이 더 있지만, 위의 작품들은
만약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제한하지 않고 그냥 '사상 최고의 애니메이션'
이라고만 했더라면 저도 뽑았을지 모르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더 아쉬운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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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런 트집을 잡으려고 이 글을 쓴 것은 물론 아니고, 개인적으로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정정하고자 한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제가 저 설문에 답변으로 내놓은 작품들이 워낙 마이너한 것들이라, 특히
해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단 하나도(!) 10위 안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래도 3편이나 10위 안에 들었습니다만.
그래서 그런지, 다른 분들의 코멘트는 대부분 '이러이러해서 이 작품이 좋
다'는 의견이 많이 실렸는데, 제 코멘트는 유일하게 '가장 과대 평가된 애
니메이션 영화라고 생각하는 작품'으로 『AKIRA』를 뽑은 것만 실려 있습니
다. -_-
실렸다는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만, 약간 편집이 되어 있어서 뉘
앙스에 미묘한 차이가 생겨서 혹시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여기 언급해
두기로 한 것입니다.
「FILM 2.0」 본지에는 제 코멘트가 다음과 같이 되어 있습니다.
"나름대로 의의를 갖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지나치게 칭송되고 있
다. 같은 기준에서 『공각기동대』도 마찬가지다. 원작 만화의 내용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한 『아키라』를 두고 걸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
이 든다."
이 말만 보면 제가 『AKIRA』를 대단히 혹평한 것 같습니다. 뭐 혹평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만, [mirugi.com] 사이트에 발표되어 있는 제 다른 글
에서도 『AKIRA』를 과대평가된 작품으로 손꼽았기 때문에 마치 제가 개인
적으로 『AKIRA』를 싫어해서 자꾸 이렇게 혹평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은 대단히 제 본의에서 어긋나는 일입니다.
저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제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름대로 의의를 갖는 작품이기는 하나, 한국 내에서 지나치게 칭송되고
있음. 같은 기준에서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 (1995, 오시이
마모루 감독)도 마찬가지.
원작 만화의 내용을 제대로 살려내는 레벨에도 이르지 못한 『AKIRA』를,
그저 작화와 연출력만으로 걸작이라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굳이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서 참고할만한 작화와 연출력을 갖춘 작품이
필요하다면, 『AKIRA』의 전년도에 제작된 『오네아미스의 날개-왕립우
주군』 (1987,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결국 비슷한 이야기입니다만, 미묘하게 뉘앙스가 틀립니다. 「FILM 2.0」
의 코멘트만을 보면, 마치 애니메이션 『AKIRA』가 명작이 아닌 이유가 오
직 원작 만화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당연히 그것만이 이유인 것은 아니죠. 저는 애니메이션 『AKIRA』가 오직
그 당시로서는 보는 이의 혼을 빼놓을만큼 대단했던 그 작화와 연출 테크닉
만으로, 『AKIRA』를 거의 무조건적으로 떠받드는 국내 애니메이션계 일각
의 분위기를 지적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AKIRA』라는 작품
그 자체보다도 말이죠.
(개인적으로 『AKIRA』를 아주 좋아하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
에 갔을 때 엄청 두꺼운 콘티집이 특전으로 포함되어 있는 코드2 DVD박스를
사올 만큼으로는 생각하고 있는 작품이거든요. 아예 싫어하는 작품이라면,
비판은 커녕 언급조차 안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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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와는 별로 연관이 없기는 합니다만, 마침 기회가 된 김에 같이
써두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말을 했을 때에는, 그 말을 하게 된 이유와 배경이 있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그 말이 어딘가에서 '인용'되었을 때에는 인용된 목적
과 방향에 따라 편집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혹은 인용자의 오해나 실수
로 인하여 코멘트를 한 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을 생각하지 않고, 어딘가에서 '퍼날라온' (요즘 인터넷에서의 용
어로 쓰자면 '펌질된') 글을, 그 상태 그대로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최근 너무 자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에게는 자신의 '생각'과 '의견'이 있는 법입니다. 그 자신만의 '생각'
과 '의견'을, 어디에서 어떤 경로로 어떻게 전해졌는지 확실치도 않은 '펌
질된' 글에다가 무조건적으로 쏟아붓는 우행[愚行]을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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