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66 선정우 (mirugi )
고지라가 울트라맨보다 뒤라뇨. 07/13 10:12 162 line
1994년이 바로 고지라 탄생 40주년 기념의 해였습니다. 일본 영화사상 기
념비적인 영화 『고지라』의 제 1작은 1954년도에 개봉했습니다. 초기 고
지라 영화의 고도의 특수촬영기술을 이룩해낸 특수기술감독 円谷英二의 멋
진 효과와, 감독 本多猪四郞의 드라마 부분의 융합이 뛰어났던, 일본 SF
영화의 원점이었죠. 물론 흑백 작품으로, 러닝 타임은 97분.
일본에서 센세이셔널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 영화는 그 후 세계 각국에
수출되어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었는데, 특히나 1955년 개봉된 79분 흑백
의 미국판의 인기는 실로 경이적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킹 콩』을 능
가하는 전미 대히트를 기록했죠. 미국판의 감독은 테리 모스. 재편집과
미국에서 새로 찍은 부분을 삽입하여, 주인공으로서 고지라 출현을 겪게
되는 미국인 기자를 설정하여 그의 눈을 통한 사건 전개가 이루어집니다.
당시 이 신문기자역을 맡았던 것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 (흑,
일본식 영화 제목밖에 모르는군.) 등으로 알려진 레이먼드 바... 일본에
서는 1956년에 다시 개봉되어, 또다시 대히트를 기록했다는...
이외에 65년 개봉된 『괴수대전쟁』이라든가, 67년 개봉된 『괴수섬의 결
전 고지라의 자식』 등등이 꽤나 유명하죠.
작년, 95년 말에 개봉된 『고지라 VS 데스트로이어』에서는 고지라가 내
뿜는 방사능 화염을 위한 체내에서의 핵분열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
하여, 고지라가 melt down되어버린다는 스토리라고 합니다. 녹아서 뚝뚝
떨어지는 고지라(?)...;;
아무튼 고지라 시리즈는 1950년대 일본 SF 영화의 최고봉을 이룩했다고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에 비해서, 울트라맨 시리즈는 애초부터 TV 작품이었습니다. 최초로
방영된 『울트라맨』이 1966년 7월 17일에 제 1화 '울트라 작전 제 1호'로
시작되었죠. 특히나 제 2화 '침략자를 쳐라' 편에서부터 등장한 가위손을
(가재손이 더 맞을지도?;;) 가진 발탄 성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한 것
으로서 (?), 이후 각종의 만화나 만화영화 등에서 그 독특한 손 모양이
자주 등장하는 쾌거(?)를 이루어내었습니다.
이외에도, 아마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울트라맨의 유명한 괴수들이 있겠
습니다만, 예를 들어 사람 손바닥 두 개를 손목에서 붙여보인 모양의 특
이한 괴수 페스타라든가, 무게가 20만t이라는 얼토당토않은 황당한 괴수
스카이돈이라든가, 수소폭탄을 먹은 괴수 레드킹이라든가...... 회상을
하다보면 그리운(?) 괴수들이 하나하나...
아무튼 1966년 7월 17일부터 1967년 4월 9일까지 『울트라맨』이 전 39화,
1967년 10월 1일부터 1968년 9월 8일까지 『울트라 세븐』 전 49화, 1971
년 4월 2일부터 1972년 3월 31일까지 『돌아온 울트라맨』 전 51화, 1972
년 4월 7일부터 1973년 3월 30일까지 『울트라맨 A[에이스]』 전 52화,
1973년 4월 6일부터 1974년 4월 5일까지 『울트라맨 타로』 전 53화, 그
리고 1974년 4월 12일부터1975년 3월 28일까지 『울트라맨 레오』가 전
51화로 방영되었습니다.
뭐, 그 후에도 각종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으로까지 범위를 넓힌,
일본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히어로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울트라맨』 시리즈들은, 거대하게 변신하여 역시 거대한 괴
수들과 싸운다는 점에서 『고지라』의 노선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즉 주변에 작은 모형 건물들이나 모형 비행기, 탱크 등의 배경
이 필요하다는 점이겠죠.
그런 점에서, 인간 크기로 변신하여 보통의 배경에서 싸울 수 있던 특촬
물로써 이후 엄청난 인기를 몰은 것이 바로 『가면 라이더』 시리즈겠습니
다. 물론 『가면 라이더』는 이런 류의 시조는 아니고, 마찬가지로 얼굴
을 가리는 소위 '가면물'의 시조도 아니어서, 사실 1971년 4월 3일에 '괴
기 거미 남자'로 시작된 『가면 라이더』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을,
『鞍馬天狗』라든가 『쾌걸 흑두건』, 『월광 가면』, 『칠색 가면』 등
소위 '가면물'의 히트 작품은 그 전에도 다수가 있었습니다.
당시 그런 '가면물'이 또다시 붐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은, 원작자이자
캐릭터 디자이너인 이시노모리 쇼타로[石森章太郞]씨도 강력히 역설했었던
것이었죠. 이것이 65년작 『악마군』, 67년작 『가면의 닌자 카게마루
』, 67년작 『캡틴 울트라』, 역시 67년작 『자이언트 로보』 등 각종의
특촬 TV 영화에서 실적을 쌓은 平山 亨 프로듀서의 기획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는, 『거인의 별』로 시작되어 『타이거 마스크』, 『어택
No.1』, 『사인은 V!』 등의 소위 '스포츠 근성물'이 TV의 주류를 이루던
시대였고, 平山 프로듀서 또한 TV 드라마 『유도일직선』을 제작해서 히
트시킨 경험도 있어서, 초기 『가면 라이더』의 기획서 초고인 『마스크
맨 K』는 상당히 스포츠 근성물 풍의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 1970년대 초반은 서서히 스포츠 근성물의 추락의 전조가
예고되어오던 시대였죠. 『울트라맨』, 『울트라 세븐』의 재방송이 상
당한 시청율을 보이며, 관련 상품의 판매 호조에서도 알 수 있던 사실이
었습니다. (바로 67, 8년의 『울트라맨』과 『울트라 세븐』의 재방송이
인기를 끌어서, 71년에 다시 『돌아온 울트라맨』이 방영될 수 있었던 것
입니다.) 이같은 사실은 바로 '괴수물'의 재래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면 라이더』는 『울트라맨』과는 실로 다른 성향의, 새로운
작품 형태를 구현해내었다고 일컬어집니다. 그것은 '미래', 'SF'라는 단
어로 대변되는 『울트라맨』 등의 세계에 대하여, 『가면 라이더』는 차
라리 『악마군』이나 『河童 산페이』 등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는 것이죠. 즉 'SF'라기보다는 '기담' 형식이란 것으로서, 平山 프로듀
서도 그런 방향에서 『가면 라이더』를 탄생시켰던 것입니다. 그런 방향
에서, 사실 『자이언트 로보』 같은 것은 平山 프로듀서의 기본 노선과는
동떨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의 『자이언트 로보』는
물론 OVA 작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1967년 10월부터 68년 4월까지 방
송된 TV판을 말하는 것입니다. 토에이 SFX 로보트물의 원점이라고도 일컬
어졌던 특촬물의 대표작중의 하나죠.)
오랜만에 특촬물 얘기가 나와서 길게 써버리게 되었습니다만, 쓰는 김에
조금만 더... (훗.)
TV 특촬 영화의 3대 작품이라면 단연 『월광 가면』, 『울트라맨』, 『
가면 라이더』를 꼽는 데에 주저할 사람은 적을 것입니다.
초기 일본의 영화사들이 전혀 고려의 대상으로 보아주지도 않았던 TV 영화
라는 장르에, 광고 대리점이 자주 제작했다는 개척자 정신을 보여주었던
일본 TV 영화 장르의 선구적 존재인 『월광 가면』은, 그 작품적 완성도
보다도 작품 외적인 면에서도 특출한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토에이가 제
작한 『칠색 가면』이라든가 극장판 『월광 가면』의 완성도가 차라리 더
훌륭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재탕이나 다름없다고까지
할 수 있는 것이죠.
『울트라맨』은 특촬 TV 영화로서는 최초의 컬러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습
니다. 그러나 실은 『마그마 대사』 쪽이 방영은 좀 더 빨랐습니다만...
그러나 이 작품의 훌륭한 점은, TV 영화의 상식을 벗어난 거대한 스케일
의 특수 촬영 효과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 『마그마 대사』나 『울트라맨』이 최초의 컬러 TV 특촬물
이었던 점은 분명하지만, 60년대 말에는 아직 일본의 컬러 TV 보급율은
아직 낮았습니다. 일본에 컬러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1970년 만국
박람회 이후였으니까요. 따라서 사실상 컬러 TV 시대를 연 본격 컬러 작
품은 바로 『가면 라이더』였던 셈입니다.
자,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의 특촬물의 2대 주류는 바로 영화에서
의 『고지라』 시리즈를 이루어낸 뿌리에서 시작된 円谷 프로덕션의 『울
트라맨』 시리즈와, 일본의 영화 역사를 일구어낸 거대 영화사 토에이[東
映]의 『가면 라이더』 시리즈로 대표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잘 살펴보자면, 사실상 워낙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일본
특수 촬영 기술의 귀재 円谷英二 감독이 이끄는 『울트라맨』 시리즈의 뛰
어난 기술력에, 『가면 라이더』 시리즈로 대표되는 토에이가 당해내기
힘들었다는 면이 있을 것입니다. 매니아 기호의 円谷 프로와 오락적 성향
의 토에이는, 분명히 각 작품에 본질적인 차이가 나타나기는 합니다. 하
지만 1971년 이후에 시작된 제 2차 괴수 붐에서는, 제작 예산면에서의 열
세를 극복하고 액션, 스피드감, 히트 성 등 TV 히어로물로서의 인기 조
건은 사실상 『가면 라이더』쪽이 당시의 『돌아온 울트라맨』보다 앞서나
갔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제 2차 괴수 붐의 주역은 『울트라맨』보다는 『가면 라이더』라고
보는 것이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가지겠습니다.
물론, 『울트라맨』이 더 먼저 시작한 프로그램이고, 따라서 『가면 라
이더』쪽이 『울트라맨』에서 배워간 점도 많겠습니다.
예를 들면 바로 작품 전체 스토리 노선의 유사성이 그렇습니다. 전 98화
로 이루어진 『가면 라이더』의 스토리 노선은, 『울트라 Q』, 『울트라
맨』, 『울트라 세븐』의 그것과 유사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울트라 Q』는 울트라 시리즈의 원점으로서, 이것을 일보 전진시켜 대히
트를 이루어낸 것이 바로 『울트라맨』인 것입니다. 거기에 내용면에서의
깊이를 한층 가미시킨 것이 바로 『울트라 세븐』이라 할 수 있겠죠. 이
것이 『가면 라이더』에서도 그대로 관찰된다는 것입니다. 전 98화중 제
1화부터 13화까지가 『울트라 Q』에 해당하고, 2호 라이더에 바톤 터치한
14화부터 52화까지가 『울트라맨』에 해당하고, 다시 1호 라이더가 복귀
한 53화부터 최종화까지가 『울트라 세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
니다. 물론 작품의 질이나 내용이 같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인기의 성립
과정과 완성도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죠.
이후 가면 라이더 시리즈는 『가면 라이더 V3』, 『가면 라이더 X』,『
가면 라이더 아마존』, 『가면 라이더 스트롱거』, 『가면 라이더 스카
이라이더』, 『가면 라이더 수퍼 1』 등으로 이어졌고, 80년대 말에 방
영된 『가면 라이더 BLACK RX』는 괴상한 이유에서(?) 애니동 분들에게 꽤
널리 알려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각종의 특촬물들은 사실상 애니메이션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
계를 가지고 있었고, 방영 당시에도 치열한 시청율 경쟁과 제작 당시의
각종 요소, 그리고 장난감이나 게임 면에서도 서로 경쟁, 혹은 아이디어
제공 등... 관련이 없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일본에서는 만화 팬이 곧 특촬 팬이고, 특촬 팬이 곧 만화
팬인 경우도 꽤 있는 것이겠습니다만... 사실상 애니메이션 오타쿠들의
고전적인 전당이 바로 SF 대회였다는 점을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
이겠죠.
오랜만에 특촬물 얘기를 하게 되어 갑자기 온라인 상에서 꽤 긴 글을 써버
렸습니다만, 여기까지 쉬지 않고 읽으신 분이 있다면, '당신도 특촬물의
팬이 될 수 있다!' (혹은 애초에 팬이었다든가.)
자자, 함께 『수퍼 로보트 레드바론』 상영회라도... 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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