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46 선정우 (mirugi )
슬램덩크 중단과 소년점프 편집부에 대해.. 06/10 19:08 84 line
원래 저는 100% 확실한 이야기가 아니면 꺼리는 편이라, 이런 식의 이야
기를 꺼내기는 좀 꺼림직했습니다만... 여러가지 말들이 오가는 듯 해서
한 번 써보기로 하겠습니다.
뭐 이 「소년 점프」라는 잡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본 최고의
인기 잡지입니다. 작년도인가 처음으로 판매부수가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서 최다
판매부수를 자랑하고 있는 유수의 주간 잡지입니다.
그런만큼, 이곳에 연재를 하고 싶어하는 작가들도 많고 (물론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입지를 굳힌 기성 작가들이야 굳이 출판사를 바꿀 생각은 별로
없겠지만.), 수많은 신인작가들의 투고와 원고 들고가기의 대상이 되는
곳이죠.
따라서 지금 현재 연재되고 있는 작품들 이외에도, 얼마든지 많은 '예비
연재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잡지 자체가 사실상 일
본 최대의 잡지이기 때문에 ('최고의' 잡지는 아닐지언정.), 그 '예비 작
품'의 수도 아마도 최다일 것이라 추측됩니다.
따라서... 그 편집부로서는 현재 연재되고 있는 작품이 반드시 꼭! 남아
주어야만할 이유는, 적어도 다른 잡지에 비해서는 적을 수 밖에 없을 것
입니다. 즉, 그 작품이 별로다 싶으면 금방이라도 다른 작품을 대체할
여력이 넘친다는 것이죠.
예를 하나 들자면, 이전에 『스톱!! 히바리군!』이란 작품을 연재하며 당
시 개그물로서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에구치 히사시란 작가가 있습니
다. 그러나 이 작가는 정말 일본 최고의 지필[遲筆]의 소유자답게, 심심
하면 원고 펑크에 심지어는 마감일에 편집장이 집까지 쫓아와도 친구들과
술마시러 나가곤 하는 일까지 있었던 황당한 작가입니다. (사실상, 저는
그 작가 이외에 이 「소년 점프」에서 펑크를 낸 작가를 알지 못합니다.
뭐 또 있을지도 모르긴 하겠지만...;;)
이 작가가 펑크를 냈기 때문에 본지에 데뷔할 수 있었던 마쯔모토 이즈미
가, 결국 『변덕쟁이 오렌지★로드』를 낼 수 있었던 것을 보더라도...
이 「점프」의 예비 작가진이 얼마나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물론
'신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의 얘기겠습니다만. 아무리 실력 좋은 신인
이라도 인기라는 면에서 기성 작가를 누르리라는 기대는... 정말 하늘에
별 따기겠죠.) 얼마나 다수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점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편집부로서는 '자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년 점프」
의 신화가 승승장구하며 500만, 550만, 600만, 650만부로 늘어만 가던
때에, 과연 이 편집부에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지는 너무나도 뻔
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 결과가 바로 과거의 『세인트 세이야』, 『전영소녀』, 『유유백
서』가 아니겠습니까.
전부 팬들의 많은 기대를 뒤로 한채, 찜찜하게 결말을 맺고만 '불운의(?)
점프 연재작'으로 세간에 회자되는 작품들입니다.
최근 들은 바에 따르면, 바로 이 『슬램 덩크』도 예외는 아닌 듯 하더군
요. 올 연말쯤 2부를 예정하고는 있는데... 「점프 」편집부와 작가 이
노우에 타케히코씨와의 사이가 워낙 안좋아져서, 사실상 재연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합니다.
지금 계속적인 일본 만화 시장 자체의 축소와, 그에 발맞추어 『드래곤
볼』 이래 빅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판매 부수 축소 일로에 서있는
「소년 점프」로서는... 어차피 인기 정도가 사실상 정점을 넘어서서 하
강세에 들어있는 『슬램 덩크』가, 물론 기본적인 아쉬움은 있겠습니다만
그렇게까지 (즉 작가에게 머리 숙이며까지.) 붙잡고 있을 이유는 없다는
판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소년 점프」로서는 빅 히트작들의 후속으로서 밀고 있는 것이 바로
『유랑인 켄신』이겠는데... 물론 작품 자체의 인기도도 상당하고, 최근
방영이 시작되었던 TV판 또한 높은 시청율을 보이는 등, 편집부 자체로서
는 상당히 고무될만한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솔직히 그 작품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고수준의 인기를 구가할 것인가는 의
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품 자체가, 지금까지 '「소년 점프」의 신화'
를 주도해왔던 작품들과는 성향이 꽤나 틀린데다가 (그러나 최근 다시 어
느 정도 선회하는 듯 합니다만...;;), 애초에 그런 블럭 버스터가 될 수
있는 소질이... 여타 작품군에 비해 적다고 느껴집니다.
아무튼... 「소년 점프」 편집부는, 역시 올 연말 정도 예정이라고 하는
(어차피 예정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토리야마 아키라씨의 차회작에 기
대하는 모습입니다만...
사실상 그런 태도로 지금까지 이끌어온 80년대의 '「소년 점프」의 신화'
가, 과연 90년대에도 얼마만큼 통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그런 식의 자신감이 잡지의 인기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즉 자승자박의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뭐 판단하기 나름이겠죠.)
아무튼... 이 글은 일단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정보에, 본인의 판단
을 덧붙여서 쓴 글로, '예언서'는 아닌만큼 이 이야기 전체가 100% 맞다
고 보장할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작가 이노우에 타케히코와 「소년 점프」 편집부 사이가 안
좋아졌다는 것 만큼은 사실이니, 뭐 『슬램 덩크』가 재연재되더라도 과
연 지금까지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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