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일본의 단행본 발행 부수. 관련자료:없음 [19306]
보낸이:선정우 (mirugi ) 2001-08-29 21:24 조회:388
데뷔한지 얼마 안되는 그야말로 '신인'의 첫 연재작이나 단편집은 물론 더
아래입니다만, '데뷔 2, 3년쯤 된 나름대로(?) 중견 작가'가 '대충 메이
저에 속하는 월간 잡지에서 연재했던 만화'의 단행본 초판 발행 부수는 대
략 1∼2만부 정도입니다.
그나마 그 연재작이 나름대로 인기를 끈 작품이어야 한다는 점은 당연합니
다. 인기 없으면? 아예 단행본도 안 내주는 곳도 많습니다.
(아키타쇼텐의 소녀만화 쪽 같은 경우.)
반대로 슈에이샤의 「리본」 같은 잡지는, 뭐 물론 200만부나 발행하는 일
본 내 3위의 부수를 자랑하는 잡지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일단 분량만 채
워지면 아예 초짜 신인의 단편집이라도 단행본을 내주긴 내줍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1만부도 안 찍죠. (그것조차도 다 못 팝니다.)
그럼 신인 작가들이 다들 「리본」으로 몰려가지 않겠느냐고요?
「리본」의 경우, 본지와 증간호, 계간의 특별호까지 합치고 연재가 아닌
단편 1회 게재까지 포함해도 1년에 30명 이하의 작가만이 잡지에 실릴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리본」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작가 군은 무려 60명입니다. 물론
아직 데뷔 못하고 가끔 잡지사에 자기 원고 들고 오는 사람들은 제외한,
순수한 데뷔 작가만 60명이라는 뜻입니다.
그럼 당연히 나머지 30명은, 1년에 단 한 편도 잡지에 자기 만화를 싣지
못합니다. 그럼 원고료도 당연히 안 나오죠.
그럼 뭘로 먹고 사는가. 일단 「리본」은 소녀만화 잡지고, 당연히 작가
도 여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냥 부모님 돈으로 먹고 사는 경우도 많고,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혹은 동인지를 내서 먹고 사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아는 모 작가도 「리본」에서 1996년에 데뷔했고 단행본도 2권 (단편
집이지만)이나 낸 어엿한 '작가'입니다.
그런데 현재 거의 2년 가까이 잡지 연재를 못하고 있습니다. 연재가 없으
니 단행본도 더 이상 못 나오고 있죠. 해당 단행본도, 원래 단편집이란
것이 사실 잘 팔릴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 사람이 나중에 연재를 해서 대히트 작가가 되면 다시 옛날 단편집까지도
주목을 받게 되어 재판을 찍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이 분은 현재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인세 수입도 거의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그 분은 (뭐 데뷔 전부터 하던 일이었긴 하지만), 지금도 서점에서
파트 타임으로 근무하며 그것으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 작가 중에는 서점에서 일하는 프로 만화가, 예상 외로 엄청나게 많
습니다. 잠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댓 명은 읊을 수 있겠는데요.)
다시 부수 이야기로 돌아가서, 초판은 1∼2만부다. 그럼 재판은?
당연히 훨씬 적습니다. (물론 대히트작일 경우에는 재판을 많이 찍습니다
만, 그런 대히트작이면 애시당초 잡지 연재 시부터 이게 히트작인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초판 부수도 엄청 많이 찍죠. 그래서 히트작이든
아니든 보통은 재판 부수가 적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80쇄'란
당치도 않은 쇄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죠.)
아주 특별히, 단행본이 히트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난데없이 잘
팔려서 초판보다 재판을 훨씬 많이 찍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은 하겠습니다
만 아무래도 흔한 예는 아니겠죠.
그리고, 코단샤·쇼가쿠칸·슈에이샤의 3대 메이저 (국내에서나 일본에서
나, 「소년 점프」의 엄청난 인기 때문에 착각하기 쉬운 일인데, 사실 슈
에이샤가 3대 메이저 중에서는 제일 작은 회사입니다. 물론 만화책 쪽에서
는 쇼가쿠칸보다는 앞서는 편입니다만, 그래도 코단샤보다는 여전히 작습
니다. 그나마 앞서던 「소년 점프」조차도 벌써 4년째 「소년 매거진」에
뒤지고 있죠) 에서 내는 책이냐 아니냐에 따라, 즉 출판사에 따라 발행 부
수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하쿠센샤 (『베르세르크』가 나오는)나 카도카와쇼텐
[角川書店]이나 아키타쇼텐[秋田書店], 토쿠마쇼텐[德間書店], 쇼넨가호
샤[少年畵報社]에 타케쇼보[竹書房], 후타바샤[雙葉社]나 미디어웍스, 스
코라에 에닉스, 소니 매거진즈에 아스키…… 같은 곳에서 나오는 책에 써
있는 '몇십 쇄'는, 별로 신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뜻입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그런 곳에서 10쇄 찍은 책이 메이저 주간 소년지 웬만
한 인기 하위 연재작의 초판보다도 부수가 더 적은 경우도 비일비재하거든
요.
그리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발행 부수'의 이야기로, '판매 부수'가 아닌
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출판사에서 '1000만부'라고 하면, 당연히 발행 부수가 1000
만부가 되었다는 이야기겠죠. 판매 부수가 아니라.
(당연하겠지만, 「소년 점프」가 1995년 신년호에서 기록했던 '650만부 신
화'도, 물론 어디까지나 '발행 부수'일 뿐입니다. 그걸 다 판 건 당연히
아니겠죠.)
일본의 경우에는 어시스턴트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대부분
의 신인·중견의 초기 정도의 작가들의 경우 연재 고료와 단행본 인세를 합
쳐도 거의 대부분 빚을 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녀만화와 같이 그나마도 고료나 인세가 낮은 (or 애시당초
책이 덜 팔리는) 분야에서는, 신인의 경우 어시스턴트를 덜 쓰거나 못 쓰
거나 하게 되는 겁니다.
뭐, 연재하다가 빚지는 건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긴 합니다만, 일본
에서도 별 다른 건 없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만화가 많이 팔리는 만큼 그
쪽에서는 작가나 지망생 수가 훨씬 더 많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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