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만화에 대한 집착은, 나에게 있어선 커다란 자극과 격려》
written by 아다치 미쯔루[あだち充]
from 『시끄러운 녀석들[うる星やつら]』 문고판 1권 (1998.09.10)
translated by http://mirugi.com/ (2002.12.17)
옛날옛적, 소년지의 열혈근성노선에서 벗어난 나는 한동안 소녀만화를 그
렸다고 합니다.
강속구가 요구되는 소년지에서 어깨를 망가뜨린 나는, 다소의 저항을 느끼
면서도 소녀지의 그라운드에서 느린 공과 변화구로 피해가는 피칭을 연습하
고 있었습니다.
본래 에이스로서 기대를 받았던 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도 처음부터 본격
적인 소녀만화는 무리라는 생각에 반쯤 포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은 편
했습니다.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한은. 그러다 보니 별 다른 불만도 없이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여튼 루미코 선생님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마 처음 만났던 것은 내
가 「증간 소년 선데이」에 『나인[ナイン]』을 연재 개시한지 조금 지난
후였던 것 같습니다.
몇 년인가만에 소년지로 돌아간 그 해 (1978년), 「주간 소년 선데이」 지
상에서 『시끄러운 녀석들』의 연재가 시작되었던 겁니닷쨔.
당시 남성작가가 소녀지에 연재를 하는 경우는 많았기 때문에 (나까지 포함
해서)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지만, 여성작가가 소년지에 연재하는 일은 거
의 없었습니다. 게다가 내가 반쯤 포기하고서 소녀만화를 그렸던 것과는
달리, 이 여성작가는 확실히 소년지의 에이스를 노리고 있었던 겁니다.
처음으로 말을 할 기회가 있었던 것은 그 후 내가 「주간 소년 선데이」에
『터치』 (1981∼1986년)를 연재했을 때, 동지[同誌]에서 대담의 기획이
있어 샤부샤부를 먹으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담
당기자가 이야기하기에는, 그 테이프에는 거의 고기 먹는 소리밖에 들어있
지 않았다는…….
뭐, 확실히 둘 다 말을 잘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대화에 불이 붙었던 기억
은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어색한 침묵은 아니었습니다. 그 증거로 그 후
에도 루미코 선생님과는 몇 번이나 기자를 사이에 두고 같이 식사를 했습니
다. 말하고 싶은 말을 하기도 했고, 듣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그녀가 「선데이」에 없었더라면 이렇게 길게 소년만화를 계속해오
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녀의 소년만화에 대한 집착, 그리고
노력은 나에게 있어서 커다란 자극과 격려인 것입니다.
『시끄러운 녀석들』의 연재중에, 싫더라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
습니다. 라기보다는 사실, 거의 매주 그저 감탄했을 뿐이었습니다만.
잘도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차례차례 만들어내는군, 이라거나 어떻게 이
런 훌륭한 스토리를 단 16페이지만에 그려낼 수 있는가, 라거나 말이죠.
……하지만, 실제로 그녀의 실력을 깨달은 것은 그 후의 작품, 그리고 단
편이었습니다. 특히 단편에서 보여주는 다종다양한 재능은, 도저히 나로
서는 파악하지 못할만한 능력을 느꼈습니다. 1루가 비어있다면 절대로 승
부를 피하고 싶은 상대입니다.
재능, 그리고 만화에 대한 훌륭한 태도. 재능은 흉내낼 수 없더라도 만화
에 대한 자세만큼은 어떻게든 흉내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만, 그
것조차도 상당히……. 아무튼 서로 오랫동안 같은 팀에서 투수를 해오며
모르는 틈에 베테랑이라고 불리게 되어버렸습니다만, 만화를 정말 좋아하
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그리고 싶은 것이 있는 한 머리를 싸매고서 창작의
고통을 계속해 가겠죠.
나의 경우에는 못난 자식들(작품)이 많이 있습니다만, 당신이 낳은 아이들
은 전부 다 최고입니다.
저도 일단은 만화가인 관계로 안타를 계속 때려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부담감이 얼마나 클지는 상상이 갑니다만, 그
러나 또한 쓰러질 때까지 노력하는 니이가타 태생의 근성녀이니, 건강이
걱정되기는 합니다만 언제까지나 에이스투수 겸 4번타자로 제 자극과 격려
역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언젠가 또 기자에게 부탁해서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갑시다.
======================================================================
아다치 미쯔루
- 1951년 군마현 이세자키시 출신. 고1 때 「COM」에 처음으로 컷 분할을
한 만화 『벌레와 소년』을 투고, 가작에 입선.
그 이후 투고를 지속한다. 1970년 「디럭스 소년 선데이」에 『사라진
폭음』 (원작 키타자와 리쿠)로 데뷔. 『나인』『히아타리 료코!』『미유
키』『터치』 등의 대히트작을 그렸다. 1982년 쇼가쿠칸 만화상을 수상.
ⓒ2002 [mirugi.com] http://miru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