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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잡지 「오후」에 실린 송채성씨 『미스터 레인보우』.   관련자료:있음  [38934]
 보낸이:선정우  (mirugi  )  2003-05-25 19:20  조회:120

송채성씨의 「오후」 연재작 『미스터 레인보우』.


남성 작가의 작품으로서는 드물게 남성 동성애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작
품으로,  게다가 게이 바에서 일하는 주인공에 대해 꽤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한 가지,  왜 꼭 동성애자가 등장하는 작품은 대부분의 경우 동성애
자가 등장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특별시'해야만 하는 것인지 그게 참 평소
부터 마음에 걸렸는데,  이 작품도 그 범주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하
여 아쉽더군요.


물론 실제 현실 속에서 동성애자들이 '특별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차별을
받고 있으니,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만화 속에서 아무래도 동성애자가  등
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특별시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습니다만…….


가끔은 '동성애자'인 캐릭터가,  마치  '요리사'라든가 '가수'라든가 '야구
선수'처럼,  그냥 평범한 하나의 개성으로서 등장하기만 할 뿐인 작품을 보
고 싶기도 합니다.




동성애자가 등장하면 꼭 차별 문제니 성 정체성이니를 다뤄야 한다는  법칙
이 있는 것도 아닐테니까 말이죠.




물론 그런 작품이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저는 동성애
자에 대해 차별 의식도 없지만,  자세히 알고 싶다던가 동성애자의 인권 문
제를 논의하고 싶어서 만화를 보는 것은 아니므로,  기왕이면  동성애 문제
를 정치적인 문제로 다루는 작품보다는 동성애자가 자연스러운 캐릭터의 개
성일 뿐인 작품이 더 취향에 맞습니다.


야오이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쪽에서  스스로 납득하고 있기도 하고…….

(정작 동성애자 인권 문제의 측면에서 보자면,  야오이라는 장르의  번성은
오히려 동성애자들에게는 불쾌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어쨌거나 『미스터 레인보우』는 처음부터 게이 바에서 일하는 남자를 주인
공으로 삼았고,  그렇기 때문에 그가 다른 남성을 보기만 해도 반하는,  일
반적으로 동성애자에 대해 혐오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가장 거부하고 싶어
할,  그리고 진짜 동성애자들은 "모든 동성애자가 전부 그렇지는 않다"라고
말할,  그런 스타일의 동성애자라고 해도 납득은 갑니다.

(……이 문장 안에 '동성애자'란 단어가 몇 번 반복되는 거냐. ;;)


그런 전제 자체에 약간 아쉬움은 들지만,  일단 그 부분을 넘어가고 본다면
『미스터 레인보우』는 꽤 재미있는 만화입니다.


예전에 「2002 대한민국 출판만화 대상」 때에,  후보작 리스트에는 없었던
것을 제가 추천해서 결국 수상에 이르기까지 했던  『취중진담』보다 더 발
전했다는 생각도 들어서 개인적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특히 그림체는 더더욱 내 취향으로 바뀌었고. ^^)






솔직히  박무직씨가 자주 스스로를 '유일한 남성 순정만화가'라고 강조하는
데,  제 생각에는 송채성씨야말로 순정만화적인 코드에 적합한 만화를 발표
하는 유일한 (현재까지는) 남성 작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송채성씨의 작품들에도  그가 남성이라는 코드를 읽어낼 수 있는 부분
은 많이 존재했지만,  이번 『미스터 레인보우』 정도만 되더라도  이미 충
분히 순정만화로서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아무튼,  일본의 「Wings」나 「별책 꽃과 꿈」 등과 같은 크기의  잡지
로는 우리나라에 굉장히 오랜만에 등장한 「오후」.

(참고로,  이 크기의 잡지는  이전에도 몇 번 있었습니다.  「하이센스」도
후기에 이런 크기로 나왔던 적이 있었죠.)




격월간이라는 제한은 있지만,  이번에는 제발 좀 중단되는 만화를 양산하는
잡지가 되지 말고 장수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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