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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르기닷컴] 단독 속보:일본 「쇼분칸[松文館] 재판」 1심 판결.


                            written by http://mirugi.com/ (2004.01.13)


일본 만화역사상 처음으로,  만화에 대한 성적 유해성 (외설성) 판단이  사
법부에 맡겨졌던 「쇼분칸 재판」.  그 판결이  2004년 1월 13일 오전 10시
부터 도쿄지방재판소 528호 법정에서 시작된 최종 판결에서 내려졌습니다.
(이 글을 쓰기 약 2시간쯤 전에 1심 최종 판결이 내려진 듯.)


코믹마켓의 법률부문 자원봉사자이기도 한  야마구치 타카시 변호사의 헌신
적인 노력과,  증인으로 나선 일본 문화계의 쟁쟁한 인물들,  일본의  유명
사회학자 미야다이 신지 교수,  『전투미소녀의 정신분석』의 저자이자  도
쿄도 청소년문제협의회 위원 사이토 타마키씨,  일본 자유주의 헌법 해석을
대표하는 1929년생 노구의 헌법학자  오쿠다이라 야스히로씨,  소녀만화 평
론가로 알려진 후지모토 유카리씨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결은 「징역 1년/집행유예 3년/소송비용은 피고인의 부담」으로 내
려졌습니다.  물론 오늘 당장 항소할 예정이라고 하나,  대단히  아쉬운 결
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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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도,  한국에서 이현세씨의 『천국의 신화』 판결이,  본래 적
용되었던 법 (미성년자보호법과 아동복지법)의 해당 조문 자체가  위헌제청
을 받거나 폐지되는 바람에  그런 것이긴 해도,  '공소 원인무효' 판결이나
마 받은 점은 그래도 꽤 고무적인 일이었죠.

게다가 원래 2심에서는 '『천국의 신화』는 음란한 작품이 아니다'고  판결
을 내려줬었기도 하고요.




이로써 '일본이 한국보다 만화에 대한 규제가 결코 덜하지 않다'는 제 평소
의 주장이 또 다시 입증된 셈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만화 규제가
적은 것도 아니니 별로 다행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즉 지금까지  '일본은 자유롭고 한국은 탄압하고 있다'라는,  잘못된 주장
이 만화계와 만화독자들 사이에서 퍼져 있었다면,  저는 그것을 '일본 만화
도 실은 탄압은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었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이런
저런 증거들로 인해 '역시 두 나라 모두 탄압받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고는 해도,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두 나라 모두에서 만화,  나아가서는
표현 문화 전체에 대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니까 말이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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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자료:만화산업의 발전을 위한 법적·제도적 과제
―세계의 만화표현 규제사[史]와 그에 대한 문제 제기를 중심으로
(제6회 부천만화축제 2003 만화산업진흥정책 세미나 발표자료)


(↓상기 발표자료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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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 - 1997년 스포츠신문 간부와 만화가의 음란만화 게재혐의와 관련된 재
판을 맡고 있던 법원에서,  이 사건에 적용된 '불량만화' 관련 규정이 지나
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으로  위헌제청을
결정했던 것이다.

게다가 당시 『미성년자보호법』은  1999년 2월 『청소년보호법』으로 통합
되면서 이미 폐지되었고,  『아동복지법』 역시 2000년 1월 전문 개정된 상
태였다.  처벌의 지속 규정 때문에  관련된 사건이  남아 있었을 뿐,  이미
'사문화'된 법이었다는 이야기다.

작가 이현세도 2003년 1월 27일 「조선일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솔직히
내 작품이 ‘음란하지 않다’는 판결로 무죄를 확정지었으면 했다.  실제로
2심은 그렇게 판단을 해 줬던 거고.  그런데 이번 판결문에 따르면  원인무
효라는 것이다.  ‘미성년자보호법’이 위헌이기 때문에  검찰의 상고 자체
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 위반인 법률 때문에  이 고생을 해야
했다니, 허탈하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이 위헌결정은 사문화된 법을 법원의 판단으로 위헌으로 결정한
것일 뿐,  그 자체로서 만화계에 대한,  혹은 한국사회에 있어서 표현의 자
유에 대한 그 어떤 발전적·희망적 변화를 느끼게 하는 단서를 찾기는 쉽지
않다.  법 조항의  '불량만화' 규정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불량만화는 존재할 수 있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인식은 아
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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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분칸 재판 증언 요약
#미야다이 신지  (도쿄도립대학 사회학 교수)
 - 청소년에 미칠 '악영향'을 이유로 성적 미디어를 규제하는 것에는  과학
적 근거가 없다.

#사이토 타마키  (정신과의)
 - 만화에 의해 환기된 욕망이,  실제의 여성에게 향하는 일은 사실상 있을
수가 없다.

#오쿠다이라 야스히로  (헌법학자)
 - 형법 175조는  헌법 위반.  공권력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한다는 것은
절대로 허용될 수 없다.

#후지모토 유카리  (평론가·편집자)
 - 작품으로서 『밀실』을 정밀하게 분석하면,  성기 묘사에는 필연성이 있
다.


*쇼분칸 출판사 공식 사이트  http://www.shobunk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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