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선생님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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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bed by mirugi (95.07.23)
(숫자가 적힌 것은 원래 공통적으로 작가분들께 질문하기로 했던 것들입
니다. 일단 대부분은 이 소민님께서 맡아주었습니다. 그 이외의 질문
들에서, a:는 animator 이 소민님, 4:는 44매그넘 최 택진님, s:는
stachild 김 봉수님, x:는 거의 질문이 없었던 xgaboard 김 기진님,
그리고 m:은 mirugi 선 정우님의 질문입니다.)
1. 태어나신 날?
- 4월 6일.
2. 지금까지 자신의 만화중에서 개인적으로 각별한 애착을 지니는 작품
- 작품마다 다 애착이 갑니다. (『조그맣고 조그맣고 조그마한 사랑이
야기』, 『작은 친구들』등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 작품으로는 고 우영씨 작품을 좋아합니다. 다 좋아해
요.
4: 『십팔사략』이라던가... 『삼국지』, 『일지매』...
- 버릴 게 하나도 없죠. 『대야망』도 좋아해요.
3.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자신 혹은 다른 사람 작품)
- 토혜, 토진이, 여우, 메추라기 등. 주로 동물쪽으로... (웃음)
4. 자신의 작품에 대한 소재는 어디에서 주로 얻습니까?
- 아무데서나.
a: 구체적으로?
- 책읽다가도 보고, 꿈속에서도 잡고, 고양이 기르다가고 얻고, 사
람 만나다가도 이사람은 이렇구나...이러다보면 또 하나 나오고...
4: 작품의 소재를 얻으셨을 때엔 어디다가 메모를 한다든가...
- 절대 안해요. 언젠가는 나와요. 필요할 때가 되면... 그러니까 하
다가 다른 것과 접목이 되면 나오는 거죠.
5. 만화가를 하게 된 동기는?
- 하다가보니까. (웃음)
어려서부터 그리다 보니까... 시도 어려서부터 쓰다보니까 시인이
되듯이...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a: 그럼 언제부터 시작하셨습니까?
-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했겠죠. (웃음)
진짜 본격적으로 하려고 했던 건 대학교 들어가서 시작을 했죠.
a: 그때 어떤 일이 있으셨는데요?
- 아무 일도 없었어요.
s: 계기 같은 건 없으시고요?
- 소설도 쓰고 별 짓 다 했는데, 만화가 더 재미있더라고요... 그래
서 '음... 이쪽이야' 이러면서.
4: 그럼 그 과정에서 동아리 활동 같은 건 없으셨습니까?
- 우린 동아리 활동 같은 걸 하면 다 짤렸어요. 시대가 달라요. (시
대가 시대니만큼...) 동아리라는 게 없었던 시기라서 그냥 혼자 했어
요.
6. 그때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위치에 도달하셨는지?
- 그냥... 데뷔를 해야지...하고 원고를 들고 이곳 저곳 찾아 방황을
하다가 보니까... 어딜 갔더니 원고를 주더라고요. 일본 만화 쭉 찢어
주면서 '베껴오세요' 그러면서... 정말 베끼려고도 했어요. '데뷔는
해야지'하고... 그랬는데, 적성에 안맞아서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도 안하고 그냥 때려치웠어요. 그리고 몇달 더 있어야 했
죠.
a: 맨 처음 원고가 실리게 된 것은?
- 그때... 원고를 계속 거부당했었는데, 만화가 협회란 게 있다는 것
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협회로 들고 갔죠. 그랬더니 거기 계신 분이
보시더니 '어느 잡지로 들어가고 싶습니까?' 그래서 '어문각이요.'했었
죠. 그래서 어문각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주 - 어문각은 지금은 폐간된 월간 '여고시대'가 출판되던 잡지. 당
시 '여고시대'에서는 김 동화씨의 『내 이름은 신디』, 『아카시아』,
한 승원씨의 『다섯번째의 계절』등이 나왔었습니다. 그리고 김 진씨도
'여고시대'에서 『바다로 간 새』로 데뷔하셨음.}
그래서 편집장을 소개해주셔서... 그 다음에 됐어요. 진작 협회를
찾아갈걸...생각했었죠. 그렇게 데뷔했어요.
s: 그러면 첫 작품에 굉장히 애착이 많으실 걸로 생각되는데...
- 전혀 없어요. (웃음)
* 왜요?
- 너무 창피해요. 그래서 그 잡지가 망했는데 원고도 안 찾았어요.
a: 첫 작품은 내용이 어떤 것이었습니까?
- 『별의 초상』 전[前] 작품이어요. 『별의 초상』의 메인 타이틀 정
도 되는...
7. 만화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의나 가치등) 또는 자신이 작
품에서 추구하는 방향이랄만한 것은?
- 뭐 여러가지 얘길 할 것 없이, '작가 자신의 내면 세계'예요. 어떤
건 작가가 수다떨고 싶으면 수다떠는 것이고...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
이죠. 저랑 얘기하는.
a: 그건 뭐랄까 일방적인 전달이라고 생각되는데요.
- 어차피 모든 것은 다 일방적인 전달이어요. 그대신 듣고 걸러서 내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는 거죠.
그리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자기 독단으로만 말한다는 건 논
문쓰는 것이겠죠. 그런데 만화나 그런 것들은 여러가지 경험이나 나눈
이야기등을 가지고 자기 것으로 한번 걸러서, '이런 일도 있다'하고 예
제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저는 만화나 뭐 다른 것이나, 작가가 독단적으로 나오는 걸 무척 싫
어하거든요. 왜냐하면... 자기가 뭔데 독단적으로 얘길 해야되는 거
야... (웃음) 그러니까... 그냥, 저같은 경우는 '이런 일이 있었다'
로 끝나요.
a: 무엇을 위해서 그걸 얘기하시는지요?
- 그건... 같이 생각하자 이거죠. 내 생각을 남에게 주입한다던가...
그런 건 없어요. 이런 일도 있었다, 이런 일이 난 기분나빴다, 좀 고
쳤으면 좋겠다, 이런 정도의 얘기죠. 고쳐야 한다, 그런 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냥 거기서 끝내요.
a: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나는 이러이러하다'하고 얘기하시는 것이 아니
라 좀 물러서서 얘기하시는 것 같은데...
- 그렇게 강력하게 얘기할 수 있는 권리가 어디있어요, 작가나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a: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강력하게 얘기할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데...
- 강력하게 기분 나쁘거나 기분 좋은 걸 표시할 수는 있죠. 그렇지만,
이러이런 방향으로 끌고 가야겠다 하는 건 좀 문제가 있어요. 자기가
틀릴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하는 사람치고 전, 작품이나 사람이나 좋은 걸 못
봤어요. (웃음)
8.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 그 이유는?
- 없는데. (웃음)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요. 베토벤이라든가, 고 우영씨. 늙으면 고
우영씨 같은 만화가가 되면 좋겠어요.
a: 어떤 면에서요?
- 그냥... 독자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잖아요. 그런 사람이 좋아요.
9. 만화영화및 만화 관련쪽으로 사회에 대해 바라는 것은?
- 만화건 뭐건 간에... 전체적으로 경직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뭐 신
세대가 어쩌네 저쩌네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일종의 비율 문제예요.
그러니까 이 세대에서는 이쪽 비율이 높았고, 그 다음 세대에서는 또
저쪽 비율이 높은 거예요.
그러니까 다양성에 대해서 그렇게 경직되게, 뭐는 안되고 뭐는 되
고... 그러니까 도덕성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잖아요. 만화도 마찬가지
예요. 경륜이 짧다고 좀 업수이 여기면 안되죠. 언젠가는 세상을 뒤덮
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웃음)
너무 경직되어 있는 건 좋지 않으니까, 좀 쓸데없이 도덕성 운운하
면서, 지나치게 경직되는 건 좋지 않다는 것이죠.
10. 후배작가, 또는 예비 작가들에게 바라는 것은?
- 네 멋대로 해라. (웃음)
자기가 뜻하는대로 해야 돼요. 뭐 눈치 보고, 안하고 그러는 것은
자기 양심에도 꺼리고... 그리고 남의 탓을 안하는 게 가장 좋아요.
인기가 있어도 자기 탓이고, 없어도 자기 탓이어요. 운이 좋으면 인기
가 있는 것이고, 없다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자기 좋은 걸 하는
데.
s: 그럼 운도 실력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운은 실력은 분명히 아니지만, 플러스 알파는 되죠. 그래서... 운
이 많은 사람은 좀 밉죠. (웃음) 그렇긴 해도, 그걸 자기랑 비교하거
나 하면 안되죠. 자기도 다른 사람보다 운이 좋으니까 그걸 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그냥 팔자려니...그러다 보면 좋은 때도 있고 나
쁠 때도 있고, 그렇죠. 그렇다고 생각해요. 좀 더 기다리는 마음으로
있는 것이 좋아요.
11. 만화가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자기가 좋아하는 마음이죠. 그리고 어느 만화가가 그랬는데, 엉덩
이가 무거워야 한다고... 괜히 자꾸 쏠려다니면 안돼요. 만화는 아무
래도 앉아서 해야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바람처럼 돌아다니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합하지 않아요.
12. 창작활동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때와 가장 슬펐던 때는?
- 이거야 뭐... 데뷔했던 때가 가장 좋았죠. 그리고 가장 슬펐던 때
는 데뷔한 작품을 봤을 때가... (웃음)
a: 왜요?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요?
- 비참하죠. 전 남보다 잘하는 줄 알았었거든요. 그런데 인쇄나온 걸
보니까 아니더라고요... 자기 자신을 알게 되었을 때죠.
13. 세계적으로 일본 만화가 굉장히 많이 퍼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
한 예외는 아닙니다. 그로 인한 여러 부작용과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되
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그러니까 양으로 밀고 나오는 게 좀 문제이긴 한데... 이번에 일본
에 가서 만화를 봤어요. 만화가 정말 엄청나게 종류가 많더라고요. 그
런데..., 너무 많아서 꺼내보기가 싫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그쪽도 이쪽이나 마찬가지예요. 어차피, 책이 나오는
빈도수가 높은 거지, 인정받는 작가는 생각외로 적어요.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고 미국이나..., 어느 나라나 똑같죠.
거기까지 올라가는 게 문제죠.
일본 만화가 전략적으로, 그러니까 잘 팔린다는 것은 사실이어요.
그런데 어떤 면에서 보면, 그 잘 팔린다는 것이 자기들 만화계로서,
어느 정도 좋은지에 관해서는 저도 좀 의문시되는게... 너무 똑같아요,
패턴이. 그러니까 다양성이 있어야 하는데... 즉, 우리나라에서 열
명의 작가가 있다고 하면 우리나라는 열 명의 작가가 다 달라요. 그런
데 일본에서는 열 명의 작가군[群]이 열 개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열 명의 작가가 아니라, 작가군이 열 개가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되
면, 같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있다는 것밖에 안되잖아요. 그러니
까 그게 문제가 좀 크다고 생각해요. 장기적인 면으로 봐서는, 작가가
많은게 더 낫죠.
...속단할 수는 없지만, 휩쓸리지만 않으면, 우리나라 작가진이 더
유리하다고 봐요. 그건 제가 생각하는, 작가적 입장의 자만심이고...
a: 어떤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 다양성에 있어서 유리하다는 거죠. 그런데 다양성이란 것이 좀 분산
되니까... 그런 헛점도 있어요. 양에서 밀리면, 질이 아무리 좋아
도... 또 뭐 아직 질이 좋다고 할 수도 없죠, 과정인 상태니까... 그
상태에서 꺾이지 않고 간다면, 질적인 면에서도 좋아지죠.
일본 같은 경우는, 제가 보기엔 그림체가 굉장히 한쪽 방향으로 몰
려요. 그러니까 A라는 작가군이 있으면, 잡지를 펴보면 전부 다 똑같
더라고요. 그런 경우에는 메인인 한 사람은 튀겠지만, 나머지는 어떻
게 하겠어요. 들러리밖에 안돼요. 그런 식의 작가를 양산한다는 것이
과연 좋은가...
작가적 입장에서는 결코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a: 양산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작가들 스스로가 그렇게 그리는 것이 아닐
까요?
- 그건 자존심도 없는 거죠. 작가가 왜 작가인데요. 자기 것이 있어
야 작가죠. 그건 작가라고 할 수도 없죠.
만화는 캐릭터가 중요하기 때문에 스토리만 다르다고 해서 그걸 작품
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작가가 아니라 스토리맨이죠.
...그러니까, 상업적 면 같은 데에서는 확실히 밀릴지도 모르는데,
작가 개개인의 생각하는 면에 있어서는, 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안
밀린다고 생각해요. 즉, 작가들 경우에는 자기 입장을 철저히 관리하
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고...
나머지 면은 출판사들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출판사가 우리
나라 작가를 밀치고 자꾸 일본 만화를 들여온다고 그래도, 역시 우리나
라 만화계에서는 우리나라 만화가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게 우리나라 정서에도 맞기 때문에. 그런걸 무시하거나 그럴
수는 없거든요. 걱정만 하고 그림 안그리고 그럴 것이 아니라, 이런
상태일때 빨리 열심히 해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좋죠.
4: 그럼 이제 출판 시장이 개방되어서, 일본의 출판사가 직접 들어와
서, 우리나라에서 단행본뿐 아니라 잡지까지 낸다면...
- 그러면 우리나라 잡지는 결국 우리나라 작가들로 대항할 수 밖에 없
죠. 일본 만화가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우리나라 정서라는 것이 또
달라요. 초토화되려면 벌써 됐어야죠. 그런데 아직 안되는 데에는 이
유가 있죠. 그러니까..., 우리 것이 좋은 것이기 때문에... (웃음)
흔들릴 수도 있죠. 그런데... 뭐라고 얘기할까... 일본에 A라는
작가가 있고, B라는 작가가 있다고 할 때, 또 우리나라에서는 D라는
작가가 있고, E라는 작가가 있다면, 만약 그 A, B 작가가 우리나라에
와서 히트를 쳤다고 한다면, 그러면 4명의 작가가 있는 것이지, 그쪽
에서 우리 시장을 삼킨 것이 아니죠. 단지 작가 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생각하면 더 낫죠. 그런데 일본에서 들어왔다니까 신경이 곤두서서 그
러는데, 그게 아니고 작가 수가 늘어난 거예요. 우리 작가가 일본에
가서 히트를 치면, 그쪽 작가 진중의 한 명이 늘어난 것이죠.
그러니까 소설하고도 마찬가지예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왔다고 해
서, 우리나라 소설계가 흔들린 건 아니잖아요. 단지 작가가 한 명 늘
어난 것이죠, 외국 작가가. 만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전.
a: 굳이 정서 얘길 꺼낼 필요가 없어보이는데...
- 정서도 하나의 예가 되죠. 아무래도 일본에서는 일본 작가가 외국
작가보다 더 많이 팔려요.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 작가가 더 많이 팔
리는 이유는, 자기 이야기니까. 아무래도 플러스 알파가 있죠.
우리가 일본에 가서 실패하더라도, 우린 할 말이 있는 것이, 그쪽
정서랑 안맞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시장이 서로 안 맞으면 그런 일이
생겨요. 일본에서 히트친 작품이 꼭 우리나라에서 히트치라는 법은 없
으니까요.
...작가의 입장으로는 그래요. 그러나 출판사나 상업적 입장에서는
분명 밀리겠죠.
14. 다른 작가분의 작품중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이유는?
- 고 우영씨가 좋아요.
4: 고 우영씨 작품중에서도 특별히...?
- 특별히 뭐가 좋은 것이 아니라, 전 국민학교때부터 고 우영씨 만화
를 보고 자랐어요. 그때 무슨 박사였던가? 그런 것도 있어요. 그때부
터 좋더라고요. 그런데 요새는 정말 마음에 들게 변하셔서 더 좋아요.
a: 그 많은 걸 다 보셨다니... 하긴 뭐 옛날부터 보셨으니.
- 거의 다 봤어요.
s: 그런데 무슨 박사란 건 전 기억이 안나는데...
- 음... 머리가 짱구처럼 이만큼 삼각형으로 커요. 만드는 물건마다
실패를 하는, 발명왕이어요. 재판도 나왔었고... 고 우영씨는 워낙
오래된 분이라... 『대야망』도 좋았고...
15. 요즈음 미국의 극장용 애니메이션들 (알라딘, 미녀와 야수, 인어공
주등)로 인해 만화, 만화영화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약간은 바
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각하시기에 그런 현상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전 여기서 본 게 『미녀와 야수』밖에 없는데... 『인어공주』도 보
긴 했구나...
인식이 특별히 좋아졌다거나 나빠졌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만화를
많이 보는 세대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예요. 어려서부터 만화를 보던
세대가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시장이 넓어졌죠. 그러니까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 같다는 기분도 드네요...
16. 작품을 하고 있지 않을때에는 뭘 하십니까?
- 잔다. (웃음) 자지 않으면 책을 읽는다. 그런데 책은 원고 도중에
읽어요, 원고하다가. 그리고... 뭐 스크립 같은 것을 하고... 문방
구 가서 물건을 사잰다든가. (웃음)
s: 그럼 읽으시는 책의 종류가 특별히 있습니까?
- 없어요. 아무거나... 오늘은 여기 조금, 내일은 저기 조금... 그
래서 한달동안 한권을 다 못 읽지만 여러 종류의 책을 섭렵하긴 하지요.
s: 그래도 읽다 보면 내가 이쪽을 좀 많이 읽는구나 느끼는 그런 것이
있을 것 같은데...
- 그때 감정에 따라 틀려요. 소설류는 잘 안 읽어요.
4: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어느 정도...?
- 마감때는 2시간... 보통은 한 6시간쯤 자고... 일부러 잘 때는 거
의 18시간도 잠을 자지요.
4: 만화가들은 아무래도 올빼미 체질이 많은데... 선생님께서도 그러신
지?
- 예. 새벽 1시만 되면 눈이 초롱초롱 되죠. 며칠을 밤을 새도, 그
때만 되면 정신이 들죠.
17. 재충전을 위해 하는 활동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주로 주무신다지
만... ^_^)
- 가끔씩 여행도 다니죠.
4: 여행은 주로 어느쪽을...? 산이라든가 바다라든가...
- 주로..., 동해안쪽. 바다와 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동해안으로 가
서, 바다를 잠깐 보고, 산에 들어가서 잔다... 뭐 이런 식이죠. (웃
음)
18. 문하생은 몇명이고 어떤 일을 맡습니까?
- 한 명. 스크린톤을 붙인다든가, 먹칠을 한다든가, 지우개질을 한
다든가, 심부름을 한다든가... (웃음) 원래 초기에는 그래요. 그리
고 문하생들이 배경을 할 때쯤 되면 내보내죠. 그 다음에 아르바이트생
으로 다시 불러들여요.
4: 어디에서 보니까 인물이나 스토리는 전혀 터치를 안해주신다고 하던
데...
- 그건 제 것이 아니니까요. 자신들이 해야죠. 제가 터치를 하면 제
스타일로 나오니까... 그건 교정을 봐줄 필요도 없고, 자기가 알아서
고쳐야 돼요. 아주 심하게 찌그러졌다든가 하면 얘기를 하죠. 그건 선
배 애들이 먼저 말해줘요. 자신들끼리가 더 편하니까요.
그리고 스토리는 그야말로 자기 것이어요. 남이 터치하면 안돼요.
재주가 없으면 못하는 거죠.
스토리가 제일 중요해요. 그건 자신의 키포인트니까, 남에게 함부
로 준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또 남의 것을 함부로 받는 것도 말이 안
돼요. 자신의 것은 자신이 관리해야죠.
4: 그렇다면 현재 만화계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스토리를 쓰는 사
람이 분리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 그건 그 사람들의 개인적 취향과 그런 것이겠지만, 제 문하생들에게
는 되도록이면 초기부터 그런 식의 방향으로는 하지 말라고 해요. 스토
리만 하고 싶다던가, 그렇다면 그쪽으로 가서 알아봐야겠죠. 우리쪽은
계열이 좀 틀리니까...
4: 순정쪽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순정쪽도 그렇지만..., 제 취향이어요.
그리고 전 만화라는 것은, 만화영화가 아닌 다음에는, 자기 스토리
에 자기가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완벽하게...
까지는 안되어도 어느 정도 되어야지만 남의 것도 소화할 수도 있거든
요.
그래서 처음 데뷔할 때에는, 남의 도움을 받지 말고 전체를 다 자기
것으로 하라고 하죠. ...그건 제 기준일뿐이지만요.
19. 독자들의 편지에 대하여...
- 대단히 좋죠, 많이 올수록. 그런데 답장을 못하는 게 문제죠...
4: 하루 평균 몇 통이나...?
- 뭐 대중이 없어요. 제일 안오면 안올 때도 있고... 제가 언제 마흔
몇 통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러더니..., 사흘 동안 안오더라고요.
(웃음) 보통은 열 통에서 왔다 갔다 해요.
s: 남자 편지는 없어요?
- 많아요. 군대에서 보낸 것도 있고... (웃음)
a: 비율이 어떻게 됩니까? 남녀 성비율이...?
- 한... 8 대 2 정도 되나...?
20. 창작활동중 어려운 점은?
- 출판사에서 터치를 받아본 적은 거의 없어요. 그리고... 전 작품할
때 말 듣는 걸 제일 싫어하니까... 말이 나오면 이제... 흔들리기 시
작하죠. 그러니까 대충 알아서 말을 안 해요. (웃음)
그런데... 저는 데뷔하면서부터 말을 들어가면서 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작품은 작가 것인데, 함부로 말을 하면 안되죠.
{*주 - 여기서부터 건전지가 닳아서 녹음이 끊긴 관계로, 순전히 제 기
억력으로 되살려서 적겠습니다... 으으으. -_-;;}
그러니까 그림을 최근 왜이리 날리냐... 뭐 그런 얘기면 듣죠. 그런
것이면 듣고 생각하는데, 이런 캐릭터는 이렇게 그리면 더 인기가 있을
것이다...라든가, 이 캐릭터는 몸매를 더 볼륨있게...라든가 하는 얘기
는, 들을 가치도 없고 듣지도 않아요. 순정 쪽에서도 그런 얘기가 있
어요.
{*주 - 윽... 더 이상 무슨 얘기가 있었는지 기억이 잘...;;}
21. 다작으로 인한 작품의 질저하 가능성에 대해서.
- 그건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다작을 못하는 사람도 있
는데, 이것저것 생각이 많고 그래서 여러개를 한꺼번에 하는 사람도 있
는 것이죠, 저처럼. 작가 자신의, 어떤 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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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이 다음은, 작가별 질문이 아닌 김 진님 작가 자신에 대한 개별
질문입니다. 여기부터는 특별히 준비 없이, 탐방간 사람들이 각자 질
문을 던졌습니다.}
m: 이건 좀 흔한 질문이겠지만... 장편 만화들 중에서 아직 완결을 못
본 것이 많지 않습니까. 『The Songs』 {*주 - 『'1815...』, 『가브
리엘의 숲』, 『바람숲의 헤리에타』 등의 시리즈.}라든가 『푸른 포에
닉스』 시리즈 {*주 - 『푸른 포에닉스』, 『에레보스 연가』, 『샹그
리라』, 『My Name is Terra』 등의 시리즈.} 같은 것은... 특히 『My
Name is Terra』 같은 것은 하다가 잡지가 없어지지 않았습니까.
- 그런... 비극의 작품들이 너무 많아요. (웃음)
m: 그것들은 스토리 같은 건 다 생각해두셨을텐데...
- 스토리는 다 끝났죠.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m: 당분간 하실 생각은 없으신 건지...?
- 빨리 해야죠. 빨리 해야하는데, 그건 출판사와 서로 손발이 맞아야
연재를 할 수 있어요. 그게 아니면 단행본으로 내야 하는데... 일단
은... 단행본으로 내려고 하면 시간 안배를 잘 못하니까... 시간이 좀
오래 걸려요.
그리고 되도록이면... 뭐랄까... 좋은 환경에서 잘 하고 싶고...
기다리는 중이예요. '칼라'에 나왔던 『어떤 새들은...』 같은 경우에
는 뒤를 이어서 나갈 예정이거든요. 그건 대만쪽에서 연재를 하면서,
뒷부분을 이쪽에선 연재를 못했지만 대만쪽에선 연재를 계속 할 것이거
든요. 그래서 그게 끝나면 나올 거예요.
m: 그럼 그게 끝나면 단행본으로 나올 것인지...?
- 지금 어차피 이번 달 {*주 - 1995년 7월 현재.} 말에 단행본이 나와
요. 세 권... 그리고 뒷부분은 좀 지나서 나중에 나오게 되죠. 뒤는,
그려야 되니까.
x: 그쪽에서 연재하는 잡지는 어떤 잡지입니까?
- '화요몽'이라고... '꽃과 꿈'. 일본식으로 읽으면 '하나토 유메[花
とゆめ]'. '하나토 유메'랑 제휴 회사예요.
x: 그 잡지도 격주간지입니까?
- 예. 거기에선 제 페이지가 정해져있어서... 아무 거나 연재해도 된
데요.
s: 원고는 어떻게 보내시는지...?
- 원고는 원화가 가는 것이 아니고, 사진으로 보내요. 인화를 떠서
이쪽에서 교정을 일단 보고 보내죠. 제판 촬영을 인화지에다가 해서 보
내죠. 원고와 똑같이 해서 보내요.
s: 식자는요?
- 식자는 그쪽에서 알아서 붙이죠. 교정도 그쪽에서 알아서 하고...
x: 번역도 그쪽에서 하는 것이고요?
- 제가 할 능력이 없잖아요. (웃음) ...그러니까 원고가 그냥 간다고
생각하면 돼요. 카피판 원고가.
x: 그 잡지는 받아 보시나요?
- 두달에 한번씩 4권씩을 묶어서 보내주더군요. 그런데 이번 연재물은
잘 몰라요. 『바람의 나라』는 쭉 받아봤는데.
a: 아까 그 질문인데, 폐간된 작품의 경우, 뒤는 어떻게...
- 뒤를 이어서 그려야죠. 그런데, 한참 걸려요. 보통 새 잡지에서
하게 되면, 다른 잡지에서 연재되던걸 받고 싶어하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나도 그것 말고도 할 게 많으니까... 일단 연재를 스타
트하고, 그것들은 조금씩 조금씩 그려나가죠. 그런데, 다른 것을 하
게 되면 그거 하느라고 아무래도 뒷전으로 밀리게 되니까, 빠른 속도로
는 못 쫓아가요.
다른 사람들 생각으로는 연재 끝나면, 빨리 뒤를 다 해서 단행본으
로 냈으면 좋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한번 해보라고 그래야 되나...
(웃음)
x: 최근 갑자기 여러 잡지에 연재를 많이 시작하시는 것 같던데...
- 그동안 많이 안하기도 했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만큼 하던데
요. 저만 유별난 것 같지는 않은데...
x: 그래도 전에는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하시진 않으셨잖아요. 쉬시다
가 갑자기 많이 하시는 것 같아서...
- 저는 한꺼번에 많이 했었어요.
잠깐 쉬었으니까 이제 해야죠. 그래서 똑같은 작품을 안 실으려고
노력을 하잖아요. 하나는 학원물, 또 하나는 다른 것... 이런 식으
로. 그리고 똑같은 것을 하면 저도 헷갈려서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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