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화 & 애니메이션 & etc, 이런일 저런일 Vol.01.5
<1> 얼마전 본 95년 4월호 '애프터눈'의 '아앗 여신님'에선
빗자루의 에피소드가 다루어졌더군요. 이에 대해선 뒷얘기가
있는데, 원래 어떤 독자가 작가 후지시마 코스케씨에게 보낸
(실은 '애프터눈' 편집부 담당자이신 에게 보낸 것이지만,
당연히 후지시마씨에게도 전해졌음.) 팬레터에서, 전에 등장
했던 빗자루 에피소드를 보고 느낀 것이, '전회에서 베르던
디에게 안긴 케이이치가 부러웠지만, 그것 이상으로, 베르
던디가 타고있었던 빗자루가 부러웠다. 아아, 빗자루가 되
고싶다'였습니다. 담당자는 '아, 위험한 의견이군요, 이
건'이라고 했는데, 후지시마씨가 그에 관해 (바로 요기가 이
전 글에서 빠진 부분! 여길 찾아보고 쓰려고 했는데, 그래
놓고서 안찾아보고 그냥 올렸었습니다... 아아, 한심해!)
'그렇게 빗자루가 되고싶습니까? 빗자루라면 데이트도 할 수
없고, 이야기도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케이이치도 태우지
않으면 안되고, 그래도 좋다는 거지요? 정말로 좋은 거지
요? 좋아, 그럼 당신에게 빗자루역을 주겠습니다. 자, 지
금 당장 빗자루가 되는 거다. Go, Go!'라고 말했었지요. 그
뒤에 담당자가 계속해서 '...라는데, 어떻게해서 되는 거냐.
코스프레 {*역주 - 커스텀 플레이.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주인공으로 사람이 직접 분장하는 일.}라도 해보라는 건가?'
라고 덧붙였더군요. 그 팬레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습
니다. 그게 바로 얼마전이었으니, 그 팬레터에서 아이디어
를 얻었다고 추측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겠지요... (그런
데 그 답장에선 빗자루는 말도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왜 이
번 화에선 빗자루가 말을 하는 거냐! 게다가 케이이치도 태
웠고...)
<2>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R'의 'R'에 관해서는 일본내에서도
추측이 무성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원래 정해지지 않았
던 것입니다. 제작사인 토에이동화에서는 '로망스[Romance]'
의 첫글자라는 설이 있고, 방영사인 TV 아사히에서는 '리턴
즈[Returns]'의 첫글자라는 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정확한 답은, '없다'입니다. 이 '세일러문 R'이라면 또 생
각나는 것이, 엔딩에서 배경에 우사기가 걷고 있는 걸음수
가, 총 136보라던데. 덧붙여서 말하자면, 60보째에서 잠깐
멈춰섰다가, 93보째부터 뛰어갑니다. 흐흐흐, 이런 것까지
알고있는 나는 대체...
<3> 이건 제 글 '만화에서의 컴퓨터 응용'에서도 ()로 다뤘던
것이지만, '코브라'로 미국식 코믹과 일본식 극화의 결합을
이뤄낸, 그야말로 남성에게 인기있을 만화를 그려낸 테라자
와 부이치가, 처음에는 순정만화 지망생이었다는 사실을 아
십니까? 흠... 키타가와 쇼가 순정만화 지망생이었다는 것
은 이해가 가지만, 대체 테라자와 부이치라니... 이건 테라
자와 프로필 같은 데에서 본 것은 아니고, 테라자와가 미국
에 갔을 때의 기사 가운데에서 기자가 썼던 말입니다.
<4> 'GS 미카미 극락대작전'의 작가 시나 타카시가 가장 영향
을 받았다고 고백한 작가는, 타카하시 루미코입니다. 이것
은 제 '시끄러운 녀석들'에 관한 글 (제글이면서도 제목이 기
억안나는군요...)에서도 밝혔습니다만. 이건 아마 'NewType'
에서의 시나씨의 인터뷰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5> 일본에서 최근 '부조리 개그'가 꽤나 유행하는 것 같은데
요, 하쿠센샤에 따르면 자사의 잡지 '꽃과 꿈[花とゆめ]'에
연재되는 만화 '새디스틱 19(나인틴)[サディスティック·19]'
이 그 원조랍니다. '애프터눈'의 '그런 녀석없어![そんな奴
ァいねえ!!]'도 그런 류의 만화라고 볼 수 있겠고, 이것저것
그런 비슷한 만화가 꽤 있나봅니다. 으으... '새디스틱 19'
의 슈메루나 공포의(?) 울타리맨!! {*주 - 으으! 진짜 이 아
저씨만 나오면 나는 폭소를 터뜨려야 한다는 두려움에...}같
은 녀석들이 번성(?)하는 만화를 어떻게 보는 건지... 아니
면 '그런 녀석∼'의 아이다[相田]나 사토[佐藤] 같은 공포의
(?) 콤비. 그리고도 하여간에 황당한 캐릭터들이 왔다 갔다
하는 만화들입니다. (저는 재미있더만...)
<6> 본명이 아닌 필명을 쓰는 작가들이 많지요. 그중에선 소
위 H 코믹을 그릴 때 필명을 쓰는 작가들도 있겠고, 그냥 왠
지 모르게 여러 개의 이름을 쓰는 작가들도 있고, 잡지사에
서 억지로 좋은 이름이랍시고 멋대로 다른 이름을 갖다 붙이
는 경우도 있습니다. H쪽에선 '유이 토시키[唯登詩樹]'란 이
름으로 'KIRARA'라는 만화도 발표한 작가는 '카토 마사키[加藤
雅基]'라는 이름으로 '크라라 셰이크[くららシェイク]'라는 만
화도 발표했고, 이런 것은 꽤 유명한 작가들이죠. 비유명 작
가들도 이름을 보면 '유진[遊人]'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가명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동호회지에서도 대개 가명이죠. 동호회
에 내는 이름은 H코믹이 아니더라도 대개 가명입니다. 물론 H
계열이라면 더더욱 가명이죠. 그 가운데에는 여성 분도 물론
있습니다. 하여간에 가명, 어쨌든 가명이죠. 뭐 이름까지
여기서 들진 않겠습니다만... 그리고 'Silent Mobius'로 유명
한 '아사미야 키아[麻宮騎亞]'는 실은 애니메이터로 유명한
'키쿠치 미치타카[菊池通隆]'입니다. '키쿠치' 쪽이 본명이라
는군요.
(※여기서, ANC에서 어떤 분이 '키쿠치 미치타카'와 '아사미
야 키아'가 동일인물이라는 소리가 자주 나오는데, 그에 대
한 어떠한 증거가 있냐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떤
물적 증거가 없을때에는, 왠만하면 이런 공적인 글에 쓰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도 나름대로 증거
가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못믿으려면 못믿을 수도 있겠지
만, 그래도 거의 확실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뭐냐하면,
일본 유수의 애니메이션 학원인 요요기[代代木] 애니메이션학
원의 강사 소개서가 제게 있는데, 거기에 특별초빙게스트강
사 (이름이 길다!)로서 키쿠치 미치타카씨가 사진과 함께 소
개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이 키쿠치씨나
아사미야씨나, 잡지 인터뷰나 어디에서도 사진이 거의 잘 안
나오잖습니까? 전에 '애니메 V'에서 스튜디오 트론을 인터뷰
했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전부 사진이 실렸는데 키쿠치씨
와 아사미야씨만 사진이 안실렸었죠. 그런 저런 점들이 의심
이 갔었는데요, (그 분이 말씀하신, 미키모토 하루히코씨가
그런 의미의 얘기를 하셨다는 것은 저도 몰랐던 얘기지만요.)
이 자료에 바로 나왔습니다. 사진과 함께. (안경을 끼고 머
리가 긴, 약간 살이 좀 있는 얼굴의 남자분...)
키쿠치 미치타카
주요작품
'Good Morning 알테아'
'초음전사 보그맨'
'명왕계획 제오라이머'
'사일런트 메비우스'
'DETONATOR 오건'
'겐지이야기'
코믹작가 아사미야 키아로서
'사일런트 메비우스'
'성수전승 DARK ANGEL'
...설마 이런 애니메이션 학원에서 자기 학원 소개서에 나온
강사 프로필에 헛소리 or 거짓말을 실어놓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맞는 얘기겠지요. 참고로 말하면, 이 학원의
애니메이션 초빙강사로는 '기동전사 건담 ZZ'의 키타즈메 히
로유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미키모토 하루히코, '내
일의 조',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데자키 오사무, '싸워라!
이크사-1'의 히라노 토시히로, '불새', '카무이의 검'의 린
타로 등의 쟁쟁한 분들뿐입니다. 또한 코믹부문 강사로도
'침묵의 함대'의 카와구치 카이지, '마징가 Z'의 나가이 고,
'루팡 3세'의 몽키 펀치 등이 맡고 있는데에다, '고르고 13'
의 사이토 타카오, '캔디 캔디'의 이가라시 유미코, '사이
보그 009'의 이시노모리 쇼타로 등이 특별 강의를 행한 바 있
습니다. 덕분의 그분들 사진이 전부 다 있는 셈이 됐지요.)
{*주 - 이에 관해서는 여기를 참조.}
그리고 잡지사에서 이름을 같다붙인 경우로는 최신작 '어른이
되는 방법', 그리고 우리나라 '터치'에서 번역본이 게재중인
작가 야마다 난페이[山田南平]가 있습니다. 이 사람은 잡지사
에 본명으로 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습니다만, 결국 가명으로
나오게 되었다고 상당히 마음에 안드는 듯이 얘기하더군요...
그리고 설사 본명으로 하더라도, 이름의 한 부분을 히라가나
나 카타카나로 바꿔서 내는 작가들도 많지요. '업펠란트 이
야기'나 '토쿄 이야기[東京物語]'의 후쿠야마 케이코[ふくやま
けいこ]나, 작품을 말할 필요도 없는 작가 '아다치 미쓰루[あ
だち充]'이 그렇죠. 그말고도 이런 경우는 엄청 많지요, 뭐.
키타가와 쇼[きたがわ翔]라든가 야마자키 주조[やまざき十三],
호시사토 모치루[星里もちる], 유키 마사미[ゆうきまさみ],
이노마타 무쓰미[いのまたむつみ], 또 만화 작가는 아니지
만 '모리야마 유지[もりやまゆうじ] {*주 - 또 이 작가는 원
래 예전에는 森山雄志라고 한자로 쓰다가, 80년대 후반 '프로
젝트 A코'등을 만들게된 때 쯤해서 히라가나 이름으로 바꾸더
군요. 그것도 처음에는 '森山ゆうじ'라고 했다가 다시 'もり
やまゆうじ'로. 그러니까 이 세 이름이 전부 동일인물.}' 등,
하여간에 엄청 많습니다. 필명을 쓰게된 이유야 가지각색이겠
지만, 어쨌든 좀 특이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
<7> '요미가나[よみがな]'라는 개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제목이 일본과는 다르게 알려진 만화가 많죠. '거신 고그[巨
神ゴ-グ]', '마동왕 그랑조트[魔動王グランゾ-ト] {*역주 -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이상하게도 '수퍼 그랑죠'라는 이름으
로 나왔지만.}', 'RPG전설 헤포이[RPG傳說ヘポイ]'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죠. 하지만, 실은 '자이언트 고그', '마동
킹 그랑조트', '롤플레이전설 헤포이'라고 발음해야 맞습니
다. 원제는 모두 한자로 써있는 위에, 요미가나로 'ジャイ
アント', '魔動キング', 'ロ-プレ'라고 써있거든요. 덧붙
여서, '계집[女郞(めろう)]'이란 만화가 있는데, 그것도 뒤
에 영어로 'MELLOW'라고 써있습니다. 'mellow'라면 '익은,
달콤한, 원숙한, 부드러운'이란 뜻의 영어죠. 이처럼 일본어
에는 세계 어떤 언어에도 없는 '요미가나'라는 개념이 있어
서, 독특한 나름대로의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래서 특
히 이런 예술작품의 제목에 중의법적 개념이 많이 도입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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