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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90 선정우   mirugi   03/07 412 10 캐릭터의 일본 이름 문제와 기타...

#11290   선정우   (mirugi  )
캐릭터의 일본 이름 문제와 기타...            03/07 15:45   158 line

국내 방송중인 TV 애니메이션에서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만,  국내에 나오고 있는 일본의 만화책,  특히  라이센스  번역판에서는
최근 대개의 경우에 원어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아래 『맛의 달인』이란 번역판에서 '카이바라'를 '우미하라'로 잘못 썼
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일본어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죠.)




그런데...  문제는 이게 우리측에서 "아,  그래!  일본 만화니까  일본어
이름을 그대로 써야지.  괜히 우리나라 것인척 했다가  자라나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일본 문화를 한국 문화로 착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바꾼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최근 들어 라이센스 번역판에서 일본 이름이 그대로 쓰이고 있는 이유는,
순전히 일본의 원 작가와 출판사 측에서 그렇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
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현재 국내 출판사들은 라이센스 계약 문제
에 있어서 일본 출판사에 아주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출판사 직원 전부가 계약에 반대하는 작품도...  일본에 사
장이 슥 한 번 가서는 그쪽 출판사에서 "이거 내쇼!"하면 어쩔  수  없이
내게 된다는...)


그리고 최근 들어 청소년 보호법 때문에 18세 미만 금지 딱지가 붙게  되
는 만화가 늘어나고 있는데,  당연하겠지만 이쪽에서 출판된  만화책들은
원작자에게 일정 분량 보내지게 됩니다.

그때 물론 한국어를 잘 모르겠지만,  원작자가 자기 만화책 표지에  그림
을 가리며 떡하니 붙어있는 18세 미만 판매 금지 표기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생기겠고...

그 외에도 자신의 그림에 삭제가 되거나 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당연히 항의가 들어오죠.

그럼 이 문제야 애초부터 우리측의 잘못이기도 하고...  또 현  단계에서
라이센스 계약은 우리측에서 일본 만화를 '골라서' '이것하고 이걸  계약
하겠으니 우리한테 주쇼'가 아니라는...  약점 때문에  최대한  일본측에
맞춰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즉 간단히 말하자면 일본측 출판사에서는 어차피 한국 시장은 대만  시장
에 이어 2번째로밖에 보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때문에 대만에서 히트친 만화는 쉽게 라이센스를 주는 반면,  대만 시장
에 아직 수출되지 않은 작품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 먼저 주지 않는 경우
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아직 대만하고 계약이 안되어있으니 좀 기다려
보십시오."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즉 진출하면 좋은 것 뿐이지,  특별히 자기네 입장을 꺾어가면서까지  굳
이 목숨걸고 진출해야할 시장은 아니라는 것이죠.


간단히 말하자면,  현 상황은 일본측의 여러 출판사들이 각각 나름대로의
조건과 판단 기준을 갖고 (이 와중에 잘못된 정보가 일본쪽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국내 출판사에 자기들 맘대로 '골라서' 작품을 넘겨
주는 형편이란 겁니다.

만약 우리측에서 뭔가 까다롭게 걸고 넘어지려고 한다면 (즉 18금 문제가
있으니 이 작품은 좀 수정을 해야겠습니다...라든가 식의.),  '댁 말고도
한국에서 우리 만화 가져가려는 곳은 많습니다.'라는 식으로 고자세를 보
인다 이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쪽에서 낮은 자세를 유지해가며 무슨 배분 받듯이
작품을 받아오는 이유는,  한마디로 말해서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
다.

사회적인 비판을 받건 뭘 하건,  기본적으로 출판사도 땅파먹고 하는  장
사가 아닌 다음에야 돈을 벌어야겠죠.  그것도 많이 벌면 많이  벌  수록
좋은 것이겠고.


그런데 현재 한국만화와 일본만화가 벌어다주는 수입의 차이를 보면,  어
째서 저렇게까지 일본만화를 못들여와서 안달을 하는지 알 수 있게  됩니
다.


최근 몇몇 국내 만화들의 엄청난 대히트로 일부 작가들은 모셔가기  경쟁
이 붙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따지자면 여전히 일본만화,  그 중에서도
극소수의 대형 히트작이 그 출판사 수입을 유지시켜주는 근간이 되고  있
습니다.


그리고 일본만화의 경우,  아무리 뭐래도 쓸데없는 3류 작품을  들여오는
것은 아니고 대충 1,  2급 작품들을 들여오는 마당인데...  일단  들여오
면 수입가에 비해서 거의 손해는 안본다는 결과가 이미 나와있습니다.


한국만화의 경우,  히트할지 못할지도 모르는 작가를 발굴해다가  경력을
쌓게 해서 이리저리 고생하면 어쩌다가 히트하는 작품이 몇 개 나오는 마
당인데...  일본만화는 손쉽게 수입해다가 대충 번역해서 팔아치워도  돈
이 벌리거든요.

물론 기본적으로 이러한 '손쉬운 장사'를 선택하는 출판사측의 앞날을 내
다보지 못하는 경영에도 문제점은 있겠습니다.


...그러나,  한국만화에 비해 일본만화를 압도적으로 사고 있는 독자층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다가 노력없이 일본만화나 대충 베껴먹고,  히트할만한 소재로  대
충 한판 떠보자는 식의 작품을 그려대는 일부 국내 작가진에도  문제점이
있겠습니다.


어쨌든...  총체적인 현 상황 속에서 한국 만화의 미래는 점점 더 어두워
져가고 있는 셈이겠죠.

그런 와중에서도 일부 주옥같은 작품들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는  점만이
오직 희망을 주고 있는 점이기도 합니다만.




현재로서는 아직 출판만화에서만 이같은 일본 이름의 변경없는 사용을 일
본측에서 요구하고 있지만,  글쎄요...  뭐 TV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우
리나라에서 출판사만큼 일본에 저자세로 나갈 필요가 하등 없기  때문에,
일본측에서 그같은 요구를 함부로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TV 애니메이션에서는 일본 것 말고 다른 대안도 있고,  정  안되
면 아예 애니메이션을 안틀어버리는 극단적인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한국에서 만화를 좀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날은 아직도 한참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발 좀 재미있는 작품이 산더미처럼 나와서,  이런 게시판도 한국 만화
얘기만 나오게 되고...  비싼 돈 주고 쓸데없는 외국 만화책 안사도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런데 잘못은 작가,  독자,  출판사 모두에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에 대해서 그럼 모두에게 잘못을 따져물으면 되느냐...하면 또 그건 아
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겠죠.  누구든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도록
움직이는 건데...  출판사측에 장사 안되는 한국만화라도 반드시  내라고
할 수도 없겠고,  독자들한테 재미없는 만화라도 한국 것만 죽어도 봐라!
라고 할 수도 없겠고...  또 한국 만화라면 무조건 편견을  가지는  일부
독자들과 출판사측의 태도도 있는 마당에 작가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뭐,  어쨌든 시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겠지...라고 낙관적으로  생각
하고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노력이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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