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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 선정우 (mirugi )
일본 만화의 효과음은. 07/13 23:15 50 line
미국에서 나올 때에는 완벽하게 100% 영어로 다시 고쳐씁니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코믹스 문화가... 원래 시나리오 라이터와 그림 그
리는 사람은 물론, 심지어 배경 효과음을 쓰는 (그리는?) 사람까지도 따
로 있다는 데에서도 유래하는 것이긴 하지만...
게다가 미국은 외국 영화를 자국 내에서 많이 상영하지도 않지만, 그나
마 상영되더라도 거의 자막이 아니라 영어 더빙이라고 하던데... 그런
이유에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미국에서 나오는 일본의 코믹스들은 거의 100% 예외없이 영어로
효과음을 바꿔놓더군요. 그렇게 하더라도 뭐 원본의 분위기를 가능한한
잘 살리고는 있습니다만... (워낙 효과음 그리는 프로들이 바꿔 그리는
거라서.)
그렇다고 해도, 일본어를 그냥 두고 한자로 다시 배경에 작게 인쇄해넣
는 경우도 많은 대만의 예에 비하면 좀...
하여튼 이건 각 국의 문화적 차이라서 현재 어떻게 갑자기 바뀔 성질의
것은 아닐 듯 합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느 쪽이 좋을지는... 뭐
작가나 팬이라면 당연히 고치지 않기를 원하겠지만, 단순한 팬의 입장이
아닌 사람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요.
어쨌든간에 우리 나라만 효과음을 고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
...라고 해도 우리 나라처럼 성의없이 고쳐놓는 경우도 드물 듯 하지만.
(이건 주로 해적판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이야기인지도.)
기본적으로는, 심하게 그림과 겹치는 부분도 많고 스크린 톤으로 되어있
어서 바꾸기 힘든 부분도 많으니까 그냥 놔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 '스크린 톤' 부분. 미국에서는 물론 스크린 톤으로 된 효과
음도 100% 고칩니다만, 그게 미국에서는 스크린 톤이란 것을 일본만큼
다양하게 구하기 힘들다고 해서... 그렇다고 틀린 스크린 톤을 대충 붙
이면 모아레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안되죠. 그래서 초기 미국 번역 업체
에서 선택했던 방법은... 전부 손으로 점을 찍는 거였습니다. ^^;; 그
야말로 번역업이란 근성의 결정체였다는. 물론 요새는 컴퓨터라는 문명
의 이기가 있는 관계로 그런 '로동'을 할 필요가 줄어들었습니다만.)
ⓒ1998 [mirugi.com] http://mirugi.com/
#1946 선정우 (mirugi )
효과음의 선택은. 07/14 10:47 143 line
일단 '번역자'의 선택이 아니고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만이나 전부 (거의
대개의 경우.) 해당 '출판사'의 선택이라는 점을... 물론 비슷한 말이겠
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효과음을 만화에서 어느 부분으로 보는가는 의외로 상당히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그것은 만화에 대한 정의로까지 거슬러올라갑니
다만, 만화의 여러 정의 중에서도 특히 타케쿠마 켄타로 (『원숭이도 그
릴 수 있는 만화 작법』의 원작.), 사이토 노부히코가 제창한 매우 복잡
한 정의에서는... '만화란 그림과 컷과 말로 이루어진 것이다'라면서 효
과음을 그림과 말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이럴 때에 효과음을 그림으로서 중시하느냐 말로서 중시하느냐는 분명히
각자 생각이 틀리겠습니다만, 저로서는 그 대안으로 대만에서 일부 쓰이
는 방법이 그래도 중도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즉 그림으로서의 효과음은 고치지 않되, 번역한 것을 옆에 따로 써놓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아래에서도 썼듯이, 스크린 톤 등의 문제도 있고 해서 (CG로 고칠 수 있
게 되었다고는 했지만, 아무튼 효과음 고치기는 만화 번역에 있어서 가
장귀찮은 문제 중의 하나죠.) 효과음 전부를 원본에 손상이 많이 가해지
지 않도록 신경써가면서 고친다는 것은 힘듭니다.
미국처럼 아예 효과음 담당 전문가가 있고 또 거의 모든 작업을 CG로 처
리한다면 모를까, 대만이나 우리 출판사 같은 경우에는 이같은 일을 현
재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애초부터 미국과는 번역판 제작 환경이 틀린 것이, 미국에서는 일본 만
화 원고를 필름으로 떠서 좌우 판형을 바꾼 뒤에 그걸 가지고 작업해서
번역판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인쇄되어 나온 뒤에도 화면이 원본과 비
교해서 그리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많은
경우에 원본 필름이 아닌 그냥 일본판 만화책을 갖다가 작업하기 때문에,
원래에도 인쇄 기술면에서 뒤떨어지는 것이 사실인데 작업하는 원판부터
가 틀리니... 하여튼 이런 환경에서 미국처럼 그나마 제대로 효과음 고
치는 것은 기대하기가 힘들겠죠.)
그러니, 어차피 제대로 하기 힘들다면 차라리 그냥 두고 옆에 번역을 써
놓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것이겠죠.
물론 현재 사회 분위기에서 일본어가 화면에 난무하는 것을 보기가 껄끄
럽지 않겠는가? 하는 문제를 일단 차치할 때의 이야기겠습니다만.
(그리고 효과음이란 것은 분명 그림과 글의 부분이 따로따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고, '그림 + 글'로 융합되어 의미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보
통 독자들에겐 알 수 없는 글자인 일본어로 써있는 효과음과 의미를 알
수 있는 한국어로 써있는 효과음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긴 하겠습니
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아무리 번역을 옆에 달아놓았다고 해서 일본어
로서는 그 효과음이 내는 원래의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
죠. 이것도 효과음 번역에 있어서 한 가지 문제점입니다만...)
하여튼 아예 고치면 원 효과음의 그림으로서의 면에서 문제가 되겠고,
아예 안고치고 그냥 둔다는 건 번역판으로서의 의미가 없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겠고, 원 효과음은 그냥 두되 그 뜻을 번역해서 옆에 같이
쓰는 방법도 원래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기 힘든 부분이 있으니...
확실히 어느 쪽을 선택해도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답은 찾기 힘든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일본어 번역판에서 이름 문
제도 있고, 또 각종 표기 문제, 국가색의 차이, 세시풍속의 차이 등등
일본의 만화를 읽는 데에 있어서 발생되는 문제점은 산더미처럼 많을 것
입니다.
(일본과 한국이 틀린 국가이기 때문에, 일본 만화를 읽을 때 의미를 완
벽하게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은 아주 많다는 것이죠. 아무리 만화에서
'하쯔모오데'니 '세쯔분'이니 '하카마이리'니 해도... 해본 적 없는 우
리야 대충 의미를 파악할뿐 정말 일본인과 똑같이 이해할 수는 없죠. 하
지만 그렇더라도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알아들으면 그 뿐이지 뭐 그렇게
시시콜콜하게까지 따질 필요 있겠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마찬가
지로 효과음도 귀찮은데다가 원본의 그림까지 손상해가면서 일일히 고치
느니, 그냥 두고 번역이나 달아놓는 편이 편하기도 하고 오히려 더 괜찮
지 않은가...하는 것이 저의 생각.)
아, 위에 '원본의 그림을 손상한다'라는 것은 비단 그림으로서의 효과음
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효과음을 수정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같이
수정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그야말로 '원본의 그림'을 말하는 겁니다.
효과음 수정시에 글자 모양이 틀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경도 같이
지워지는 부분이 발생하게 되죠? 그리고 다시 지워지는 부분도 생기고.
그런데 그건 효과음이 딱 배경 위에만 있을 때의 이야기고... 만화를 보
다보면 작가의 그림까지도 가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더 나
아가서는 어떤 컷에서는 등장 캐릭터의 모습 전체를 가리고 앞에 튀어나
와있는 경우도 있죠.
이럴 때에는 일본어 효과음을 없애고 한국어를 위에 덧씌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원본 그림의 많은 부분을 지우고, 또 어떤 부분은 없는 그림
을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이건... 좀 더 문제가 되겠
죠.
하여튼간에, 효과음을 그냥 두고 번역을 옆에 달아놓는 방법도 물론 정
답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하나의 차선책일 뿐이겠지만... 그래도 어차피
그 방법의 단점이라면 '그렇게 하더라도 정말 한국어로 효과음이 표기되
어 있는 것보다는 한눈에 의미 파악이 힘들다'라는 점 정도겠는데, 사실
따져들자면 어차피 번역 자체에도 원본을 그대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그 정도 문제점은 덮어둘만 하지않
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또 무엇보다도 효과음이야 둘째 치고 원본의
'그림'마저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 현재의 수정 방식에는 분명히 무
리가 있다는 생각도 드니...
'아직 사회적으로 한국에서는 일본어가 화면에서 크게, 또 자주 표기되
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라는 문제점만 극복할 수 있다면 번역을 옆
에 병기하는 방법도 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읽는 이에게도 물론 좋은 점이 있겠고, 번역판 제작에 들이는 공
과 시간이 줄어드는만큼 빨리 번역판을 낼 수도 있고 그 대신 책 자체의
제작에 노력을 더 들일 수도 있고.)
그런데... 저 '일본어를 꺼리는' 문제점이 사실은 아주 큰 것이라서,
언제쯤에나 그렇게 책이 나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군요.
어쨌든간에 대만에서도 최근에는 상당수의 번역판이 일본어를 그냥 두고
옆에 번역된 뜻을 달아놓는 방법으로 바뀌었듯이, 일단 출판사 측에서는
번역판 제작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수정없이 그냥 두는 편을 선호할 겁니
다.
하지만 뭐 위에서도 한참 말했듯이 그 방법도 읽는 이에게 장점을 갖고
있으니까 별로 반박할 생각은 없다는 것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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