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6 선정우 mirugi 10-10 516 정말로 그럴 수도 있다...는 거겠죠. 3.4K
번 호 : 3348
게시자 : 선정우 (mirugi )
등록일 : 1998-10-10 14:10
제 목 : 정말로 그럴 수도 있다...는 거겠죠.
어차피 이성애라고 해도 절절하고 애절한 건 기껏해야 영화 속에서의 일
일뿐, 실제 주변에서 그렇게 절절하고 애절한 사랑 얘기는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만.
(기껏 잘해봐야 개그 수준이다.)
동성애건 이성애건, 절절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대부분 만화나 영화
속에서의 일이란 것에는 차이가 없으니 동성애를 소재로 절절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것도 나쁠 건 없겠죠.
다만 그걸 가지고 정말로 모든 동성애가 그럴 거라고 착각한다면야 문제
가 있겠지만.
(그러나 그건 마찬가지로 이성애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착각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단지 착각이 '필요'한 거겠죠. 서로간의 로맨틱한 -_- 감
정을 위해서는... 그에 비해 동성애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입각하
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것도 사실... 따라서 현실 속의 동성애는 어떻게
봐도 로맨틱해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볼 수는 있겠
죠...)
아무튼간에 남자들간이든 여자들간이든 동성애는 일단 금단의 사랑 (이라
고 부르면 왠지 로맨틱해보이지만 실상은 별로 그렇지도 않을 듯 한데.)
이란 점은 사실이고, 그에 따라 절실하고 애절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
긴 한 거니까 그걸 만화로 그리든 말든 별로 문제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
합니다.
예를 들면 이성애에서도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를 그린 『
롤리타』라든가, 혹은 여교사와 제자의 사랑을 그렸다던가 친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의 새 부인'과 아들간의 사랑을 그린... 뭐 그런 식의 작품
에도 분명히 절실하고 애절한 방식으로 사랑을 그려서 아름답게 보이는
경우는 분명히 있는 거니까요.
따라서 실제 현실에서의 동성애와 작품 속의 동성애를 구별해야할 필요가
있을 따름인데, 이건 반대로 말하자면 작품 속의 동성애를 구태여 실제
동성애와 똑같이 표현해야만 할 필요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남의 결혼식장에 뛰어들어가 웨딩 드레스 입은 신부를 붙들고 나와
서 같이 탈출하고 해피 엔딩∼ ...하면 멋지지만, 실제 현실이라면 그런
행동은 수많은 현실적 문제를 야기하기 마련이겠죠. 하지만 누구도 작품
에서 그런 현실적인 문제를 꺼내들어 흥을 깨길 바라진 않습니다. 동성
애 작품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되겠죠. 현실 속의 동성애는 별로 로맨
틱하지 않은 경우가 많겠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작품은 그 자체로서의
완성을 기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아, 물론 위의 경우에서 그런 로맨틱한 일을 벌인 다음에 정말 현실 속
에서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고 탐구하면서 흥미를 유발시키는 작품
도 있을 수 있겠고, 마찬가지로 보다 현실에 바탕을 둔 '하나도 로맨틱
하지 않은 말 그대로의 동성애'를 그린 작품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소재나 제재의 문제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작품 속에서 표현하고 있느냐 아니냐,
간단히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미있느냐 없느냐'라고 생각하기 때문
에... 리얼로봇물과 거대로봇물에 대해 과거 게시판에서 벌어졌던 논쟁
때에도 이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저는 '리얼로봇물이라고 해서 반드시 리
얼하지 않은 로봇물보다 우월한 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피력한 바가 있습
니다만, 애정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리얼한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
고 작품의 재미가 결국 작품성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라고 생각한다는 것
입니다. 따라서 현실적이든 비현실적이든 그런 건 상관없이, 어디까지
나 재미있는 작품이 작품으로서는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죠.)
(즉 아무리 리얼하고 아주 깊이있으며 뛰어난 논리로 위대한 주제를 표현
한 작품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아무도 안볼테고 아무도 안보면 결국 아
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 될테니까... 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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