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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http://mirugi.com/ (2002.12.21)


요즘은 「NewType」 미국판도 창간되고  「소년 점프」 미국판도 창간되어,
영어에 둘러싸인 (……라고 해도 아직 읽진 않았지만)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 문득 생각이 나서 글을 남깁니다.

제가 현재 갖고 있는 파름문고를 세어봤더니 총 107권이더군요.
(1981년 정도의 초기 파름문고와 1987년 정도의 동광출판사 '오늘의 세계청
소년 명작선'을 일부 포함. 오늘의 세계청소년 명작선은 파름문고와 동일.)

요즘 파름문고판 『올훼스의 창』을,  1981년 1월에 전 3권으로 성정출판사
에서 나왔던 『올훼스의 창』하고  비교해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파름문고
판은  '마리 스테판 드 바이드 저/문용수 역'이고,  성정출판사판은  '마리
스테판드바이트 저/강훈규 역'입니다.   영어로  'M. STEFFANDWEITE'라고도
써있군요.

양쪽의 띄어쓰기의 차이는 뭔 의미일지.  동광판은 '드'를 프랑스에서 자주
쓰이는 '드'인 것처럼 띄어쓰기를 해놓았는데,  성정출판사판의 영문표기는
전혀 그 '드'와는 거리가 멀군요. -_-
(참고로 성정출판사는 해적판 만화책으로 유명한 곳이죠.)

내용은 시작 부분만 좀 틀린데,  특히 동광출판사 파름문고판은 제1장 제목
이 <미소년 크라우스>.  (…………)

나머지는 대사나 문장이 거의 똑같습니다.  '거의'.  ……예,  동광 쪽에서
성정출판사 소설을 갖다 베낀 겁니다.  그것도 그냥 똑같이 쓰면 좀 그러니
까 애매하게 조금씩 바꿔놓긴 했군요.  (완전히 같은 부분도 많고,  성정판
에 있는 문장을 좀 삭제하거나 없는 문장을 만들어 붙인 부분도 있음.)


★성정출판사판 엔딩 근처
"크라우스,  전 얼마나 이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는지 몰라요.  전 늘  꿈을
 꾸었어요."
크라우스는 유리우스를  뜨겁게 포옹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 위에  그의
입술을 포개었다.
그 때 크라우스는 속이 모조리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윽!"
크라우스의 눈이 뒤집히는듯 싶더니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파름문고판 동일 부분
"크라우스,  얼마나 얼마나 이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는지 당신은 모르실 거
 야,  난 늘 꿈을 꾸었답니다……."
크라우스는 유리우스를 굳게 포옹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 위에 그의 입
술을 뜨겁게 포개었다.
그때 크라우스는 속이 모조리 타들어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윽!"
눈이 뒤집히며 크라우스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아무튼 재미있습니다.  저 부분은  라스트 근처라서  그나마 서로 많이
틀린 편이고,  중간 부분은 거의 99% 똑같은 문장을 그대로 갖다 쓰고 있더
군요.




그리고 성정출판사판을 보면서 몇 가지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3권의
맨 뒤에 실린 번역자의 말을 보면  '보잘것 없는 졸고를 번역하도록 기회를
주신 성정출판사의 김성근 사장님과 박태준 주간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곁
에서 항시 질책해 주시고 도움을 주신  김재천 아우님께  고마운 마음 가눌
수 없다.  바쁜 회사의 업무 수행 가운데서  틈을 내어  번역에 임하다보니
군데군데  문맥이 통하지도 않고  매끄럽지 못한 문장들 투성이다.  그러나
어찌 첫술 밥에 배가 부르랴!'

여기 나온 '김재천 아우님'이란,  성정출판사에서 나온  『올훼스의 창』에
'원작:마리 스테반드 바이트/그림:김재천',  『사랑의 아랑훼스』에  '글·
그림:김재천'으로 표기되었던 바로 그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 김재천이란 사람이,  바로 일본에서  『올훼스의 창』
등의 소녀만화를 가져와서 성정출판사에 갖다주고 번역하여 책을 내도록 만
들었던,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만화 수입 기획자'(?)였던 듯 합니다.  그
리고  당시 일본만화 전문가가 그렇듯,  본인이 일본어를 할 줄 알았을테니
직접 번역을 했던 것이겠죠.

소설판 『올훼스의 창』은 만화를 소설로 바꾸는  엄청난 작업(?)이 필요한
관계로,  이 강훈규라는 사람에게  소설화 작업을 맡긴 것 같습니다.  김재
천이 번역해준 만화를 보고 소설화했던 것이겠죠.


저 번역자의 말을 보면 강훈규라는 사람은 대학 시절 문예클럽을 만들어 활
동하다가 졸업하고 작은 개인회사에서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면서  이 일을
맡게 된 것 같군요.  추측이지만 이  강훈규씨는 일본어를 모르고,  김재천
씨가 번역해준 것을 소설로 만드는 작업을 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1979년 『캔디 캔디』 소설판의 번역자를 하다가  『미
세스 캔디』란 제목의 속편을 직접 창작한 이후,  파름문고로 가서  『모래
의 성』과 『나일강의 소녀』를 번역하면서 <일본만화 한국판 노벨라이제이
션>의 거장(?)으로 군림했던  심상곤씨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심상곤씨는  창작소설을 써서  문단에 데뷔까지 한 관계로,  직접
번역을 해가면서  소설화를 했었으니까요.  무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기도
합니다.

뭐 이후 이 강훈규란 사람은 파름문고에서 『남녀공학』을 번역하기도 했으
니,  어쩌면 제 추측과는 달리 일본어를 할 줄 아는지도 모르긴 합니다만.
(그리고 강훈규씨도 파름문고로 간 것으로 보아,  문용수씨가 번역한  파름
문고판 『올훼스의 창』은 강훈규씨의 허락 하에 리라이팅된 것일지도 모르
겠습니다.  강훈규씨는 초판에서 번역이 완전히 마음에 차지 않는 듯  다시
쓰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거든요.)




……아무튼,  요즘 또 하고 있는 작업이,  위에서 말한 심상곤씨 번역의 『
캔디 캔디』와,  1979년 이전에 처음 번역된 것이 확실한  계림문고판 『캔
디 캔디』의  비교입니다.  심상곤씨의 번역은  1979년 12월쯤에 나온 것에
비해,  계림문고판 오창규씨의 번역은 그보다 좀 전인 듯 합니다.
(제가 갖고 있는 계림문고판 『캔디 캔디』가 1983년에 나온 중판인데다가,
아직 완결편인 3권을 갖고 있지 못해서 언제 번역된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
이 불가능.)

그러나 심상곤씨의 경우 본인이 문인 출신이라 그런지  문장을 굉장히 많이
바꾸는 타입이라,  미즈키 쿄코의 원문과는  거리가 먼 듯 합니다.  계림문
고판은 나름대로 충실히 번역한 것 같은데,  '테리우스'를 '테뤼스'라고 해
놓은 것이 굉장히 눈에 거슬리는군요. -_-


아무튼 심상곤판에서는 소설판 『캔디 캔디』의  그 유명한 '캔디가 보내는
편지'가  나오지 않아 아쉬웠는데,  계림문고판에는  제대로 나오고 있어서
쓸만 합니다.

『캔디 캔디』를 애니메이션과 원작만화만 읽은 사람에게 미즈키 쿄코 소설
판이 주는 충격(?)을 드디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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