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카쯔라 마사카즈 『I"S』. 관련자료:없음 [38950]
보낸이:선정우 (mirugi ) 2003-05-27 21:30 조회:76
'러브 코미디'란 장르가 있다.
코믹 터치로 그려낸 러브 스토리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랑 이야기란 본래
소녀만화에서나 등장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1970년대 말, 야나기사와 키미
오의 『톤다 커플[翔んだカップル]』 (……이걸 뭐라고 번역해야 좋을지?)
이 1978년 등장하면서부터 소년만화의 공식은 깨졌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인 1978년 타카하시 루미코의 『시끄러운 녀석들』이 등
장하고, 연이어 1980년 아다치 미쯔루의 『미유키』로 '러브 코미디'의 전
성기는 시작된 것이다.
1981년 『터치』로 이어진 쇼가쿠칸 「소년 선데이」의 러브 코미디 공격은
당시 '우정·노력·승리'로 대변되던 슈에이샤 「소년 점프」의 캐치프레이
즈를 '우정·노력·사랑'으로 변경하면 어떨지 검토하게 만들었을 만큼 치
열한 것이었다.
결국 「소년 점프」에서도 1983년 마쯔모토 이즈미의 『변덕쟁이 오렌지★
로드』를 필두로 한 러브 코미디 장르의 도입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1983년 『윙맨』으로, 팬터지를 가미한 러브 코미디를 선보였던 카
쯔라 마사카즈는, 1990년 『전영소녀』를 통해 '소년 점프식 러브 코미디'
를 완성시킨다.
그 후 1993년 『D·N·A²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그녀석의 그것∼』로 '팬
터지를 가미한 러브 코미디'를 계속 이어가지만, 그 후속작이자 최대 히트
작 『전영소녀』 이상인 전 15권의 장편으로 완성된 본작 『I"S』에 이르러
처음으로 '순수한 정통파 러브 코미디'를 선보인 것이다.
{*주 - 『전영소녀』도 전 15권이지만, 실은 1부 「아이[あい]편」은 13권
까지였기 때문에 "하나의 스토리로서는 내 작품 중 최장"이라고 작가 스스
로가 『I"S』 14권에서 밝히고 있다.}
아무튼, 왜 갑자기 난데없이 『I"S』 이야기를 꺼냈는가 하면…….
얼마 전부터 처음으로 읽기 시작해서, 오늘 다 읽었기 때문이다.
(…………)
아니 뭐, 실은 난 『전영소녀』를 꽤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오렌지★
로드』에서 (특히 극장판 애니메이션 『그 날로 돌아가고파』) 러브 코미디
란 장르를 접할 때의 '고통'이 일종의 트라우마가 된 것도 있고 하여…….
또 본래 소년용 러브 코미디란 장르 자체가 나한테 아주 맞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하여튼 여러 가지 이유로 『전영소녀』 자체도 앞 부분은 1990년 연
재 당시부터 보기 시작했지만 전체를 다 읽은 것은 겨우 몇 년전의 일이었
을 만큼, 카쯔라 마사카즈의 작품에 대해 아주 큰 관심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D·N·A²』도 아직까지 3권까지만 사서 읽었을뿐, 완결인 4, 5
권은 여태 안 사서 읽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
그만큼이나 카쯔라 마사카즈 작품에 아주 큰 매력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나였기에, 이 『I"S』도 아주 잠깐 친구가 갖고 있는 단행본을 본 정도로
큰 관심을 안 두고 있었기 때문에 안 봤었는데…….
작년에 별 뜻 없이 전권을 사버렸던 것을,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해서 오
늘에야 다 읽게 되었는데…….
일단, 재미는 있었다.
러브 코미디란 장르를 내가 크게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장르로서는
몰라도 작품 중에는 러브 코미디물도 재미있는 만화가 많기도 했으니까.
타카하시 루미코와 아다치 미쯔루의 작품은 나도 매우 좋아했고, 지금까지
도 물론 좋아하고 있다. 지금 연재 중인 새 작품들에는 조금씩 열정이 떨
어지긴 했어도, 호감은 여전히 갖고 있기도 하고.
최신의 「점프」식 러브 코미디인 『딸기 100%』나 『프리티 페이스』도 뭐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고 있다.
러브 코미디란 장르 자체에 큰 호감은 없어도, 개별 작품에는 호감이 가는
것도 있다고 할까……, 뭐 그런 것이다.
이 『I"S』도 그런 점에서 나름대로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
한다. 『전영소녀』에서 발휘되기 시작했던 카쯔라 마사카즈의 작화 솜씨
도 거의 최상급으로 올라섰고 (특히 전권 표지에 그려진 리얼한 소녀의 얼
굴 묘사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속옷 묘사에 집중하는 그 노골적인 솜씨
역시 갈고 닦인 연륜 (…………)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실은 이미 여기쯤 왔을 때, 내 글을 자주 읽은 사람들은 뭔가 느껴지
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
……바로 그렇다!
물론 내가 그런 정도의 이유만으로, 사춘기 소년들이나 좋아할 카쯔라 마
사카즈 만화를 칭찬할 턱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 바로 이 작품엔…………!
…… ……엄청나게 내 취향인,
'美少年'이 등장하는 것이다. -_-
(……너무 매번 원패턴이야! ;;)
……사실 원패턴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_-
하지만, 『I"S』의 단행본 4권부터 등장하는 이 '코시나에 쥰'이란 소년,
엄청난 美少年인 점도 물론 내 취향이지만 (……사실 정말 놀랐다, 카쯔라
마사카즈가 이 정도로 예쁜 少年을 그려줄 줄이야!),
이 소년의 애절한 사랑과 일편단심의 태도는, 정말 내 마음을 뒤흔드는 그
무엇인가를 오랜만에 느끼게 해줬다.
……물론 이 경우와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솔직히 얘는, 물론 그 애절함
과 일편단심도 맘에 들었지만, ……일단 생김새부터가 너무 내 취향이라;;
내가 정말 이 아이의 캐릭터 때문에 좋아하는 건지 예뻐서 좋아하는 건지가
잘 구별이 안 가기도 하다 -_-), 내가 『변덕쟁이 오렌지★로드』 극장판
을 좋아하는 이유 역시…….
그 전부터 만화책과 TV판 애니메이션을 통해 수없이 느꼈던, 3각관계의 한
축인 여자아이 히야마 히카루가 채이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도 감정이 흔
들렸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오렌지★로드』의 아유카와 마도카, 히야마 히카루
두 여자아이 모두에게 별달리 감정이나, 캐릭터로서의 애정 같은 것은 없
다. (……애초에 내겐, 여자애라는 단계에서부터 이미 논외다.)
하지만, 『오렌지★로드』 극장판에서 남주인공 카스가 쿄스케에게 '채인'
히카루가, 끝까지 포기 못하고 매달리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 결국은
포기하지만 뭔가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려는 것 같이 느껴지는 엔딩 타이
틀 롤 후의 장면 등…….
히카루에게 너무나도 감정이입이 되어 『오렌지★로드』의 극장판은, 나에
겐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어, 좋아하기는 하지만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잘 들지 않는 작품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하여, 『I"S』의 이 코시나에라는 남자아이.
비록 완전한 조연이라 제대로 된 결말도 지어지지 못한 관계로, 과연 나중
에 얘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는 점이 아쉽지만…….
자신을 연약하거나 (라고 해도 실은 무술을 배워서 강하다!) 여자애 같다고
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믿어줬기 때문에 담임 선생 (남자다)
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 모습이라든지…….
또 때때로 사랑에 고민하면서도 열심히 나아가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천성
이 착한 (러브 코미디의 주인공은 항상 '우유부단하지만 실은 착한 놈'이잖
은가) 주인공 (물론 남자!)에게 보내는 뜨거운 시선…….
그러면서도 결코 무엇인가를 기대하지 않고, 그저 깊은 내면의 애정만으로
만족하는 그 모습…….
……물론 애초에 생김새도 엄청나게 美少年이고, 패션 센스도 무척 마음에
들며, 자주 얼굴을 붉히는 모습도 귀엽고, 실은 무술 실력이 강하다는 설
정도 좋고, 주인공을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억지로 주인공한테 들어미는
에고[ego]를 보이지도 않는!
……어느 모로 보아도 사랑스러운(?) 美少年의 전형이 아닌가!
그런데 가끔 생각하는 것이지만, 남성이 그리는 美少年과 여성이 그리는
美少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성격의 美少年이라면, 『나의 지구를 지켜줘』의 니시키오리 잇세이
도 비슷하지만, 뭔가 『I"S』의 코시나에와는 틀린 것 같다는 느낌.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라도, 역시 남성 작가가 그리는 것과 여성 작가가 그
리는 것에는 차이가 있는지도?
……뭐, 나야 美少年이기만 하면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핫.핫.핫.
(…………)
아무튼간에, 별 기대도 하지 않고 샀었던 것인데 『I"S』,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뜻밖의 수확(?)이 가장 컸다는……!
그럼 또 새로운 美少年을 찾으러 가야겠다. 이번엔 어떤 만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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