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546 옛날 『요괴인간』 만화책에 얽힌 이야기.
name : 선정우 hits: 22 / date : 2003.05.31 16:39:00
잘 아시겠지만, 1967년 7월 16일, 한국 최초의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 (당
시에는 일본과의 합작이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고 있었음) 『황금박쥐』가
방송을 시작했었죠.
그런데, 1967년 7월 15일자 중앙일보에 이런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황금박쥐』와 『요괴인간』을 제작·방영한 TBC 동양방송
은, 설립 초기에는 '중앙방송'이란 사명[社名]으로 중앙일보와 함께 현 삼
성그룹의 관련사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후로도 『황금박쥐』와 『요괴인간』 관련 기사는 주로 중
앙일보에서 다루어지는 것을 간간히 볼 수 있었습니다.)
■동양TV에 「황금박쥐」|동화부 제작 만화영화 첫선--------------------
게재일 : 1967년 07월 15일 [5면]
동양「텔리비젼」은 16일부터 동방송 동화부에서 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풀 애니메이션」TV 만화영화「황금박쥐」를 방송한다.
종래의 TV만화영화는 주로 외국에서 제작한 단편영화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 「황금박쥐」는 본격적인 장편만화 영화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 층에게도 커다란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황금박쥐」는 1백여명의 화공을 훈련시켜 지난 2월부터 제작에 착수했었
다.
줄거리는 가슴에 황금박쥐의 「심벌」을 새긴 주인공이 남극을 무대로 암약
하는 괴과학자「나조」일당과 싸우는 고도의 공상모험영화.
방송시간은 매주 일요일 하오 7시25분부터 30분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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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여명의 화공'이라느니, '우리나라 최초의 풀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
이 참 애매합니다. ;;
(여기서의 '풀 애니메이션'이란, 아마도 리미티드 애니메이션과 상대되는,
1초에 24장 그리는 기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사+애니메이션의 합성이
아닌 완전한 애니메이션을 가리키는 것이겠죠.)
뭐 여기까지는 그래도 평범한 기사입니다. 그런데 1976년 4월 16일자에 또
재미있는 기사가 있습니다.
■고소당한 표절|만화「요괴」시비-------------------------------------
게재일 : 1976년 04월 16일 [7면] 기고자 : 전육
「소년중앙」 에 연재됐던 인기 아동만화 「요괴인간」의 작가 김우찬씨(본
명 김혜경)가 「착한요괴」란 이름으로 자신의「요괴인간」을 그대로 복사,
단행본을 출간·판매한 소학관(서울서대문구냉천동)대표 최수길씨를 저작권
법 위반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동양TV 동화부 만화영화제작 반장으로 근무했던 김씨는 68년 일본제일동화
주식회사와 제휴, 만화「요괴인간」을 영화로 제작, 방영했는데 69년 1월
「소년중앙」이 출간되면서 이를 한국 아동의 취향에 맞게 각색, 창간호부
터부록으로 1년6개월동안 연재했었다.
어린이만화의경우 잡지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4, 5년후 단행본으로 재
출판되는 관례에따라 김씨는 금년 5월쯤 「요괴인간」을 단행본으로 출간키
위해 원고를 정리중 지난3월 16일 우연히 서대문 모 서점에서 「착한요괴」
란 만화선전 「포스터」를 발견했다.
소학관에서 발간된 「착한요괴」는 해님그림문고 9·10·11권으로 통권 3권
인데 「소년중앙」 부록 4권이 한 권으로 엮어져있었다. 이 책은 작가명이
「김우영」대신 「심영」으로 바뀌어있었을뿐 「요괴인간」을 「드레싱·페
이퍼」로 그대로 복사한 것. 정가 4백원인 「착한요괴」는 「페이지」 숫
자까지「요괴인간」과 똑같다.
작가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도 인기를 끌어 가장 아끼는 작품으
로 여기고 있는「요괴인간」이 이처럼 표절되자 소학관 대표 최씨를 찾아가
경위를 따졌다.
이에대해 최씨는 『대전에 있는 심영이란 사람이 원고를 가져 왔기 때문에
돈을 주고 샀을뿐』이라고 해명했다. 작가 김씨는 최씨를 저작권법 위반혐
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한편 서울민사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예정이
다. 저작권은 저작자와 출판사의 계약에 따르지만 대체로 4년 동안 출판사
에있고 그 이후는 저작자에 속한다. 김씨는「소년중앙」에서 「페이지」당
1천2백원씩, 모두 92만1천6백원의 원고료를 받았었다. <전 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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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기사에 나온 소학관 (…………)판 심영 작 『착한 요괴』가 바로 첨부한
그림파일의 단행본입니다.
보시다시피, '햇님그림문고 9·10·11권으로 통권 3권'이라고 했는데, 저
그림에는 (축소해서 잘 안 보이지만) 1·2권이 햇님그림문고 29·30권으로
나와 있습니다. 제목도 『착한 요괴』가 아니라 『착한 요정』으로 바꿔놓
았죠. 발행일도 보시다시피 1977년 1월로, 기사가 나온 7개월 후에 발행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저 출판
사는 배짱 좋게 또 다시 해적판을, 그것도 같은 문고 시리즈의 뒷권으로,
제목만 '요괴'에서 '요정'으로 바꿔 내놓은 것입니다. ;;
소학관이란 출판사는, 애초에 사명부터가 일본의 쇼가쿠칸에서 따온 해적
판 전문 출판사로서, 등록연월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중앙일보 기사가
실리기 직전 1976년 3월 18일에 등록된 회사입니다. 출판사를 등록하기도
전인 3월 16일, 이미 출간 준비 중이던 '햇님그림문고' 시리즈 광고 포스
터를 서점들에 배포한 모양입니다.
(그것도 9·10·11권인 『착한 요괴』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출판
등록 전부터 10여권 이상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군요.)
아무튼 이 기사는 대단히 흥미 깊은 요소가 곳곳에 있습니다.
'동양TV 동화부 만화영화제작 반장으로 근무했던 김씨는 68년 일본제일동화
주식회사와 제휴, 만화「요괴인간」을 영화로 제작, 방영했는데 69년 1월
「소년중앙」이 출간되면서 이를 한국아동의 취향에 맞게 각색, 창간호부
터 부록으로 1년 6개월동안 연재했었다.'
→ ……허락은 받고 연재한 걸까?
'어린이만화의 경우 잡지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4, 5년후 단행본으로
재출판되는 관례에 따라'
→ ……4, 5년이나 지난 후에 단행본화? ;;
'작가 김씨는 최씨를 저작권법위반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한편 서울민사지
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예정이다.'
→ 1976년 당시에도 이미 만화에 관련되어 '저작권법 위반 혐의 고소'를
했었다는 건……. 이게 마치 일본의 『사자에씨』처럼, 한국 최초의 만화
관련 저작권법 소송이 아닐까 싶군요. 정말 고소를 했다고 한다면.
'저작권은 저작자와 출판사의 계약에 따르지만 대체로 4년동안 출판사에 있
고 그이후는 저작자에 속한다.'
→ ……'출판권'도 아니고 '저작권'이 출판사에 속한다고? 당시에는 아
예 저작권을 출판사에 귀속시키는 계약이라도 했었던 것인가…….
'김씨는「소년중앙」에서 「페이지」당 1천2백원씩, 모두 92만1천6백원의
원고료를 받았었다.'
→ ……라는군요. 1969년 창간 당시 「소년중앙」의 원고료를 알 수 있
는 정보입니다. 그리고 『요괴인간』이 총 768페이지였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제게 제작 당시 동양방송 동화부 스태프 명단이 있는데, 당시 동화
부 스태프를 1반부터 4반까지 나눠서 구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습
니다만 거기 아무리 찾아봐도 '김우찬' 혹은 '김혜경'이란 이름은 없군요.
나중에 참가한 사람인 것인지……. 무려 '반장'씩이나 되는 사람이었으면,
최소한 초기에 일반 스태프로서라도 있을 것 같은데 아예 없다니……. 한
참 나중에 들어온 사람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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