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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다시금 돌이켜보는 『FF Movie』.                 관련자료:없음  [31804]
 보낸이:선정우  (mirugi  )  2003-07-16 23:56  조회:184

영화 『Final Fantasy: The Spirits Within』 (이하 『FF Movie』).


게임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제작사 스퀘어[スクウェア]가,  2001년에
내놓았던 Full CG 영화의 제목이다.




제작비 170억엔.  1700억원이 훨씬 넘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이 작품은,
2001년 7월 13일 개봉하여 전미 흥행수입  3213만 1830달러 (약 375억원)으
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기록한 2001년도 흥행 1위기록 (약 3억
달러=3500억원)의 10분의 1로 69위를 차지했다.




일본에서는 2001년 9월 15일 개봉되어,  10억엔 (약 110억원)의 흥행수입으
로 그 해 일본에서 외화 흥행 29위,  전체 흥행 43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2001년도 외화 1위는 『A.I.』 (96억 3천만엔),  일본영화 1위는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300억엔)이었고,  한국영화 『JSA』가 11억 6천
만엔의 수입으로 외화 25위였다.

『FF Movie』의  10억엔이라는 흥행수입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당연하고 『포켓 몬스터/셀레비  시간을 넘어선 조우』의 39억엔이나 『배
틀 로열』의 31억엔 (『배틀 로열/특별편』 포함),  심지어 크게 성공적이
라고 평가받지 못한 『고지라×메가기라스  G소멸작전』의 12억엔보다도 떨
어지는 성적이었다.




결과적으로 『FF Movie』는 제작비 1700억원 중,  최대 흥행 시장이었던 미
국과 일본에서 겨우 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거두고 대실패,  결
국 스퀘어는 영화 사업에서 완전 철수했다.

『FF Movie』에서 제작·감독·원작을 맡았고,  그때까지 게임 『파이널 판
타지』를 낳은 장본인으로 추앙받으며 스퀘어의 부사장에까지 올랐던  사카
구치 히로노부[坂口博信]에게도 타격이 되었다.


그 이후 스퀘어는 2001년 2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그 책
임을 지는 형식으로 회장과 사카구치 부사장 등이 사임했다.

(다만 사카구치는 이그젝티브 프로듀서로  스퀘어와 전속 계약을 맺어,  게
임 개발은 계속 진행하게 되었다.)


또한 2002년 11월에는 『드래곤 퀘스트』로 유명한 게임 제작사이자 라이벌
에닉스[エニックス]와의 합병을 발표하고 2003년 4월 정식 합병되었다.  합
병된 회사의 이름은 '스퀘어 에닉스'이지만,  실제로는 에닉스가 존속회사,
스퀘어가 해산회사가 되었다.


여기에는 『FF Movie』의 영향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주지의 것이
다.  본래 스퀘어는 170억엔에 이르는 『FF Movie』의 제작비의  단독 부담
을 피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하려 했으나 실패하여 결국 전체 비용의 거의
90% (150억엔)을 자체 조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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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난데없이 2년 전의 이야기를 왜 이제 와서 꺼내는가.

지난 주 「한국 애니메이션의 비전에 대한 토론회─『원더풀 데이즈』를 중
심으로」에서 필자가 발표한 원고 중에 바로 『FF Movie』가 대단히 시사적
이라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 문서




2001년 일본의 게임 전문지 「게임비평」에 발표된 게임 저널리스트  신 키
요시[新淸士]씨의 기사를 읽어보면,  『FF Movie』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가
가 의외로 낮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신 키요시씨는 이렇게 말한다.

"어째서  미국에서 『FF Movie』가 히트하지 못했을까.  지명도가 문제였던
 것은 아니다.  이미 『파이널 판타지』의 게임 시리즈는 『FF Ⅶ』이 50만
 장,  『Ⅷ』이 150만장,  『Ⅸ』이 100만장을 판매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
 았다. 잡지의 표지를 장식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충
 분히 확립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인의 평가도 결코 나쁘지 않다.  인터넷에 게시판 형식으로 영화의 비
 평을 게재하는 Yahoo! Movie (http://movies.yahoo.com/)에는 이미 1500명
 이상의 유저가 스코어와 리뷰를 투고했다.  『FF Movie』의 투고자 평균점
 은 5점 만점에 3.8점.  이 스코어는 『A.I.』의 2.8점이나  『쥬라기 공원
 3』의 3.0점에 비하면 매우 높다.

 투고되어 있는 리뷰를 보자면  「『FF』 시리즈의 장점을 갖고 있다」거나
 「그래픽 퀄리티는 정말 놀랍다」,  「정말 CG란 말인가?」 등  칭찬 일색
 으로 5점 만점을 주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읽어보면  비난하는 의견에 일정한 방향성이 있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바로 스토리에 대한 평가가  비난의 주요 원인인 것이다.
 5점 만점을 주며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정말 경이적이었다」고  칭찬하면
 서도  「스토리는 정말로 나쁘다.  이 점에서는 매우 실망했다」 (1506번)
 는 식의 지적이 적지 않다.  「실망할 수밖에 없는 엔딩」 (1502번), 「스
 토리는 정말 한심할 정도다」 (45번) 등."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다.


뉴욕에 사는 CG 애니메이터  와타나베 유키시로씨는,  "스토리의 기조에 흐
르고 있는 가이아 이론,  즉 에콜로지를 테마로 한 스토리는 미국인이 받아
들이기에 너무 어렵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소재"라며,  "미국인에게  있
어서 애니메이션 풍의 화면이라면 디즈니를 연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토
이 스토리』나 『디즈니』의 성공에는 미국인의 기대에 부응하는 오버 액션
성이 뒷받침되어 있다고 봅니다.  『FF Movie』가 포토 리얼리스틱을  강조
하고 있다고 해도,  모션 캡처를 쓰면서도 액션 신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
기도 합니다.  연기도 장면에 따라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그것이 인간미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요.  또한 미국인에게 있어서  입의 움
직임을 화면과 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함께 보러 갔던 동료
는 입과 대사가 틀려서  너무 신경이 쓰이더라고  말했습니다.  수작업으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이 점도 미국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습니다."


화면과 입 모양을 맞추는 것에  미국인이 그렇게 과민반응을 보인다면,  앞
으로 국산 애니메이션의 해외 수출에도  그 점에 꽤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에콜로지',  '가이아 이론' 등의 환경을 바탕으로 깐 소재가  미국
인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점도 이 글에서 논의되고 있다.






결국 『FF Movie』는,  2001년 7월 13일 전미 2000관에서 개봉한 후  첫 주
말에 1104만달러로 흥행 4위로 불안하게 출발,  그 다음주 『쥬라기 공원 3
』가 개봉 첫 주에 50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져 버렸
다는 것.

그리고 8월말까지 약 1개월 반 동안 수익이 3210만 달러.  거의  같은 시기
에 개봉된 에디 머피 주연의 코미디영화 『닥터 두리틀 2』가 8월말까지 흥
행 수익 1억1천만 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FF Movie』의 실패
는 명백했다.


하지만 신 키요시는 이렇게도 말한다.

"일본인 감독이 전미 2000관 이상의 상영에 성공한 예는,  2900관에서 상영
 했던 『포켓 몬스터』 시리즈 외에는 없다.  그 이하로는  200관에서 개봉
 되어 9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한  스오 마사유키[周防正行] 감독의
 『shall We 댄스?』 정도 뿐이다.  3200만 달러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닌
 것이다.  성인까지를 대상으로 삼은 일본인 감독 영화로서는  기록적인 것
 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아도 좋은 작품이다.

 문제는 4년간이나 쏟아넣은 개발비가 170억엔이라는 엄청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기록이 빛을 잃고 있는 것이다."






동일한 「게임비평」지에 써있는  토노 타다시[東野忠志]씨의 평가는  더욱
냉정하다.  "봤습니다.  『FF Movie』.  여기에 170억엔이나 들였다니,  사
카구치 감독은 정말 천재입니다.  훌륭합니다.  실로 《혼자서 버블을 불러
일으키는 남자》인 것입니다.  멋져!"


토노 타다시의 독설은 이어진다.

"『FF Movie』에서 평가할 만한 것은,  성우로 도날드 서전랜드·스티브 부
 셰미·제임스 우즈 등  멋진 중년 배우들을 기용한 점 뿐입니다.  그리고,
 ……으음.  더 이상 칭찬할 곳이 없구만.

 확실히 CG 퀄리티는 훌륭합니다.  하지만  '실사에 가깝게' 만들려고만 몰
 두한 탓에,  나머지 부분이 엉망입니다.  우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카메라
 워크.  헐리웃의 젊은 감독들은 실사 영화에서도  참신한 shot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런 평범의 극치를 달리는 영상이라니.  연출력  제로.  애니메
 이션 영화 『카우보이 비밥/천국의 문』이 백배는 낫습니다.

 스토리도 보는 관객은 도통 이해를 못하고 있는데 등장인물들끼리만 '알았
 다!'며 억지로 끌고 나갑니다.  대사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아폴로 13
 』의 각본가가 참가했다고 해서 기대했더니 실망스러울 따름입니다.  돈을
 받았으면 일을 제대로 하란 말야!"




그리고 일본 각계 저명인들의 『FF Movie』에 대한 감상에 대해 내키는대로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며,  '사카구치 감독은  게임이나 만들어줬으면 좋겠
다'는 말로 글을 맺고 있다.

“이야기의 결말에 확실한 희망을,  사랑하는 일본의 미래에 무한의 가능성
  을 느꼈다.”  (자유당 당수 오자와 이치로)
“임장감 넘치는 영상을  훌륭하게 표현한 CG의 기술력에  감동했습니다.”
  (민주당 간사장 나오토)
……그런 소리나 하고 있으니 코이즈미 인기에 가려버리는 거지.

“이 영화에서 넘쳐나는 에너지가 모든 관객들을 자극한다.”
  (코무로 테쯔야)
……TK의 시대도 끝났군요.

“파이널 판타지는 영화의 세계를 바꿀 제일보다.”  (후지이 후미야)
……후미야,  근거 없는 무난한 감상이로군.

“정신적인 황폐에 내던져진 용기 있는 회답이다.”
  (심리학자 타카다 타케시)
……확실히,  170억엔이란 건 남자다운 용기가 엿보입니다.


아마 『FF Movie』를 본 『FF』 게임 팬들의 대부분이  토노 타다시의 말처
럼 "게임이나 제대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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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2003년 7월 지금 이 시점의 한국 애니메이션계는  『FF Movie』
를 되돌이켜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과연 이 작품의 실패 요인은 무엇이었고,  영화계에 남긴 발자취는  어떠했
는가.  그렇다면 3D와 기술력에만 자꾸 집착하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는 어떤 것인가.




관객들은  '예술'이나 '기술력'만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든
영화를 보러 갈 때에는 '재미'를 느끼고 싶은 것이 아닐까?

그 '재미'의 기준은  모든 사람이 제각기 다르겠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술력에 감동했다!  그러므로 재미있다!"라고 할 사람은  아무래도 일반적
이진 않을 것 같다.  '한국 애니메이션을 사랑하기 위해' 영화를 볼 사람도
적을 것이다.

어떤 의미의 '재미'를 추구하더라도  그것은 제작진이  선택할 부분이지만,
이젠 좀 일반적인 관객들의 '재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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