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74 선정우 mirugi 10-04 241 나예리님 인터뷰 및 각종 기사문 모음.. 14K
#4574 선정우 (mirugi )
나예리님 인터뷰 및 각종 기사문 모음 <2> 10/04 11:08 271 line
≪나 예리 선생님 잡지 기사 및 인터뷰 모음≫
F I L E # 02
transcribed by mirugi (9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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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 '신인작가 대담:나예리 VS 박희정' : 93년 12월 1일자
《"속옷 숫자까지 아는 친구인 동시에 선의의 라이벌이에요"》
{*주 -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생략했습니다. 이를테면, 이건 나
예리씨 조사라서 박희정씨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뺐음. 왜냐하면되도
록 글이 짧아야 되겠기에... --;}
〈아마추어 시절 같은 동호회를 거치면서 아마추어계의 살아있는 전설
(?)로 통했던 나예리, 박희정. 게리 올드만과 리버 피닉스를 똑같이
좋아하고 아직도 전화통을 붙들면 3∼4시간쯤 통화를 해야 직성이 풀린
다는 친구이자 라이벌인 두사람이 털어놓은 우정 그리고 만화 이야기.〉
{*주 - 원문에 '나'는 나예리씨, '박'은 박희정씨로 되어 있음.}
나 : 사실 처음 만화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는 반대를 많이 하셨었어.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땐가 뜬금없이 만화가가 되겠다고 공식선언을 했는
데 얼마나 황당해 하셨던지. 아마 그냥 해보는 소리 정도로 생각하셨을
거야.
나 : 나 역시 공책 사면 앞장은 열심히 수업내용을 적고 뒷장에다가 엄
마 몰래 만화를 그리곤 했었어. 친구들에게 그린 것을 나눠주기도 많이
했었지. 지금 생각하면 참 어설픈 그림이었는데 그 때는 굉장히 잘 그
린다고 생각했었어.
나 : 그래, 실력보다는 만화에 대한 애정이 유별났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 것 같아.
박 : 예리 넌 대학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했으니 아무래도 많은 도움을
받지않았니?
나 : 솔직히 말하면 대학 수업은 별로 열심히 듣지 않았었어. 지금도
아쉬운 부분이야. 그 때 좀더 열심히 할 걸 하고 후회를 많이 해. 그
때는 학교보다는 아마추어 만화 동호회인 PAC(Pure Aspiration of Comic
:만화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란 뜻.)에 더 열심히 출석(?)했으니까.
박 : 회장이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았어?
나 : 워낙 실력있는 서클이라 그 이름에 흠집을 낼까 걱정하면서 굉장히
열성적으로 했었지. 원고 늦게 가지고 오는 회원들 닥달도 많이 하
고... 그래도 그 때 열심히 해 두었기에 그나마 지금 이 정도라도 하는
거라 생각해.
나 :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너나 나나 둘 다 신인이니까 아직은 스토리가
약하다는 것이겠지.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만화도 하면 할 수록
더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 :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예를 들어 올리비아 로렌스 같은 사람
들의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각색해서 그려보고 싶어. 그리고 기회가 된
다면 슬프고 아름다운 내용의 SF도.
나 : 맞아. 아마추어 때는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작업을 했다면 프로의
세계는 대중성과 상업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다른 것 같
아.
본명 : 나예리
생년월일 : 1969년 4월 14일 (양자리)
학교 : 한양여전 응용미술과
가족관계 : 부모님, 나, 남동생
혈액형 : B형
종교 : 예전엔 카톨릭, 지금은?
별명 : 슈퍼매미, 백설기 (하얀 내 얼굴)
취미 : 머리속으로 영화찍기
특기 : 기웃거리기, 빈둥거리기
좋아하는 색상 : 푸른색 계통은 다
좋아하는 배우 : 게리 올드만, 리버 피닉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 아라비아의 로렌스
데뷔연도 및 작품 : 1992년 '내친구들'이란 천주교 잡지에 『탐정이 될
래요』라는 아동물.
좋아하는 작품 : 신일숙 作 『아르미안의 네딸들』
발표작 : 『내 친구는 탐정』, 『탐정이 될래요』, 『우정, 거짓말 그리
고 우리들』, 『투데이』, 『얘기해 봐』, 그외 '나의 이야기' 다수.
나예리...
- 국민학교 때부터 만화가가 되겠다고 결심. 대학에서는 응용미술을
전공했다. 아마추어 만화동호회 'PAC' 3기 회장을 하면서 아마추어계의
'혜성'이라고 불릴만큼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튼튼한 기초를 바탕으
로 안정된 그림을 그리는 노력하는 신인.
■윙크 '애독자 강력요청 인터뷰' : 94년 9월 1일자
《'감각'과 '끼'의 만화 『네 멋대로 해라』로 급부상한 초인기 작가》
〈아마추어계에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우던 나예리가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냈다. 첫 연재작 『네 멋대로 해라!』는 연재 시작부터 폭발적인
인기로 10대의 팬을 사로잡았다. 결코 화려하거나 방대한 스케일의 내
용은 아니지만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희망이 살아있다. 자신이
느꼈던 삶을 지금의 세대에게 전하는 작가 나예리의 청춘 이야기를 싣는
다.〉
{*주 -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생략했습니다.}
만화는 꽤 오래 그렸다. 국민학교 때 동생과 4컷만화 『몽몽』이라는
찐빵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니까. 스물 다섯에 데뷔, 스물 여섯에 처음
으로 연재 시작. 늦은 시작이었고, 힘든 생활이지만 엄마앞에서 자랑
스럽게 만화를 펼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공부를 유난히 싫어했다. 힘들게 대학을 다니다 포기했던 어머니의 공
부에 대한 남다른 열성과 큰딸에 대한 기대감마저 저버릴 정도였다. 수
업시간에는 공책 뒤에다 낙서를 했고 그림을 그렸다. 그럴수록 어머니
의 만화에 대한 반대는 더욱 거세어졌고 사이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시간이 흐르는대로 자신을 방치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들어갔다. 미
술시간, 선생님은 에칭 스케치를 하던 그녀를 따로 불러 미대에 갈 것
을 권했다. 하지만 어머니를 설득할 수 없었고, 왠지 모르게 만화 쪽
으로 끌리는 마음에 자신있게 '저는 만화를 할 거에요'라고 단호히 거절
했다. 그때는 만화 그리는데 굳이 미대를?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방황, 사람 만나기가 두려웠고, 혼자 있으면 외로웠다. 새
벽까지 시계가 달린 커다란 라디오를 끌어 안고 헤비메탈과 재즈 등 닥
치는대로 음악을 들었다. 혼자만의 지독한 사춘기 방황을 앓던 고 1때
우연히 교내 도서반 시험을 치른다. 한 학년에 6명밖에 안되는 도서반
은 우수한 선배들이 들어간다는 학내에서도 유명한 전통깊은 서클이었
다. 성적은 부족했지만 친한 친구도 있었고, 무엇보다 책을 맘대로 읽
을 수 있다는 것에 꼭 들어가고 싶었다. 평소 책을 가까이 하시던 어머
니 영향으로 독서량이 풍부했던 탓인지 운좋게(?) 합격을 했다.
"떨어질 줄 알았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려요. 가
장 행복했던 시간을 저에게 안겨주었죠."
도서반 생활은 학창 시절 최고의 위안과 친구가 되어 주엇다. 늦은 시
간까지 커피향이 그윽한 서고 한켠에서 독서 토론을 하고, 마음대로 그
림을 그릴 수도 있었다. 가을 도서 전시회 때는 포스터를 직접 만들고,
100권이 넘는 책을 분석하여 달달 외우다시피하였다. 그 시절이 끝나갈
무렵 대학입시와 만났다.
대학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고, 자신도 없었다. 3년동안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어머니의 마지막 기대감을 모
른 척 할 수는 없었다. 자신 때문에 너무나 늙어 버린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사다주신 입시 원서에 응시하여 전문대
응용미술학과에 진학한다. 지금도 그때 어머니의 결단에 감사드린다.
짧은 대학시절 동안 처음으로 순수미술, 디자인 등에도 가까워질 수 있
었다. 현재 작품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의외로 대학 생
활은 평범했다. 적당히 즐기면서 적당히 충실했다고나 할까.
대학 졸업 후 팬시 회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창작성을 무시하는 회사측
의 요구에 그대로 순응하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해져만 갈 때 회사를 그
만둔다. 꼭 1년동안의 사회생활인 셈이다. 퇴사 후 못다한 동호회
'PAC' 활동과 카톨릭 잡지 '내 친구들'에서 『탐정이 될래요』, 『내 친
구는 탐정』 등을 연재했다. 천성적으로 게으른(?) 성격때문인지 많은
작품을 발표하지 못했음에도 그녀의 친재성(!)을 눈치 챈 아마추어 사이
에선 그 인기가 대단했다.
93년은 그녀에게 잊을 수 없는 해이다. 동호회 선배였던 강경옥씨의 소
개로 만화 잡지 윙크에 얼굴을 비쳤기에, 윙크 창간 작업에서 그녀가
맡은 일은 삽화와 독자가 쓴 나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었다.
"제가 잡지에 원고를 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말이 많았어요. 과연 제
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죠. 보름동안의 시간을 관리한다는게
제겐 가장 큰 문제였어요. 연재는 그 당시 기대도 못했죠."
그러나 8페이지 정도로 짧게 짧게 선보인 그녀의 작품들이 차츰 인기를
얻자 몇편의 단편을 발표할 수 있었고 8개월 후엔 처음으로 연재를 한
다. 『네 멋대로 해라!』. 진원과 호수의 뜨거운 우정과 청춘의 사랑
과 희망이 숨쉰다. 이 작품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졌을 때는 일주일만
에 재판에 돌입하는 사태를 연출하기도 했다. 과히 폭발적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반응이었다. 개성이 강한 캐릭터, 매력
이 넘치는 그림체, 간간이 섞여 있는 코믹한 개그 컷... 본인도 놀랐
고, 편집진도 놀랐다.
이제는 일주일에 40여통의 팬레터를 받고, 전시장도 마음대로 구경할
수 없을 정도의 유명인이 되었다. 엄마 뒤에 숨어서 그림을 그리지 않
아도 되고, 뒤늦게 효도를 하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지만 못다한 아
쉬움이 남는다. 게을러서 상황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 공부에 소홀했
던 것 등등. 그래서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사진도 하고 싶고, 8mm 소
형 영화도 만들고 싶고, 어학 공부도, 세계여행도, 자선사업도...
얼마 전까지 그를 부르는 호칭은 아마추어의 혜성, 무서운 신인 정도였
다. 이제는 단순한 신인이 아니다.
■윙크 '나의 데뷔' : 95년 2월 1일자
《"원고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라는 말을 실감한 나의 데뷔》
〈데뷔 자체는 얼떨떨한 만큼 벅차게 다가왔지만 그것이전부가 아니란
것을 느끼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 없었다. 원고는 하면 할 수록 더
어렵다.〉
한 해의 시작은 언제나 내게 기쁨과 안도감을 준다. 새로 시작할 수 있
다는 희망을 가지고 많은 계획을 세울 수 잇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난
해가 아쉽고 후회스러운 일이 많았다는 말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시
기에 '나의 데뷔'라는 코너를 맡아 지금부터 1년반 전인 내 데뷔의 당시
와 이후 정신없던 시간들을 제대로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것인 내 데뷔
당시와 이후 정신없던 시간들을 제대로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것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1993년 여름, 윙크 창간과 함께 길다면 긴 백수생활을 끝내고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나의 작품으로 얘기와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프로가 되었다. 활동하던 서클의 선배이자, 존경받는 작가 강경옥씨의
소개로 간단한 컷을 그리는 것으로 처음 윙크에 발을 들여놓게 된 후 원
고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 이전까지 스스로 원고를 해서 잡지사에 가
본 경험이 없는 (자타공인이자 주된 특기인 '게으름'이 원인이었다.) 나
에게 소개를 해주고 여러 면에서 도와준 강경옥씨, 가능성을 보고 원고
할 기회를 준 차장님 등, 주위분들의 도움으로 얼떨결에 하게 된 데뷔
는 왠지 떳떳함 보다는 부끄러운 생각이 앞선다. 한마디로 나의 데뷔는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난 지금의 상태가 데뷔할 당시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는 연장 상태
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더 많이 생기고 자신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을 생각하면 그때보다 지금이 더 위험하고 힘든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데뷔 자체는 내게 얼떨떨한만큼 벅차게 다가왔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
란 것을 느끼는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없었다. 데뷔후 처음엔 8페
이지 원고로 시작해서 차츰 양을 늘려가면서 단편들을 해본 뒤에 지금
하고 있는 『네 멋대로 해라』의 연재를 시작하기에 이른 것인데,
아... 난 정말 선배 작가님들이 말하던 "원고는 하면 할 수록 더 어렵
다"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게 되었고 때때로 원고를 할 때 능력의 한계
에 부딪힐 땐 왜 이건 선택했을까라는 생각으로 한없이 고통스럽다. 물
론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게 고민하는 것 자체도 내가 얼마나 만화를 사
랑하고 포기하지 못할 정도로 원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만...
가끔 난 만화가 애인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많은 상처와
고민의 원인이 되고,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들지만 마음으로부터의 포기
가 되지 않고 아무리 많은 시간과 애정을 나누어도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며, 가끔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 주
기 때문이다. 뭔가 거창하게 비유를 한 것 같기도 한데 문제는 내가 만
화를 사랑하는 것만큼 성실하게 대하고 있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점이다. (이런 식이면 성실한 연애도 할 수 없을지도...)
데뷔후에 크게 느낀 것은 스토리의 비중이다. 예전엔 탐미적이거나 내
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밤을 새운 적도 많았다. 하지만 지
금은 내가 혼자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닌 이상, 전달해야 하는 얘기가 우
선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스토르 구성에 주력하자는 생각과 내 게으
름 (제일 큰 요인일 것 이다.)이 합쳐져 그림에 쏟는 시간이 확연히 줄
게 되었다. 데뷔 이래로부터 그것이 가장 스스로 아쉬운 점이자 고민으
로 남고 있다.
한 해의 시작 요즘 세운 계획중 가장 중요한 것은 보다 열심히 그리는
것이다. 역시 운좋은 데뷔가 작가생활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모든 노력이 다 동원될 때야 진정한 '작가'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올해는 나한테 있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한 해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심정
이고 진정한 만화가로서의 진짜 시작이 되길 빌 뿐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나의 노력만이 해답인 것을 안다. 난 만화를 오래오래 그리고 싶
지는 않다. 하지만 그리는 동안만은 정말 스스로 최선을 다해 최선의
것을 독자에게 보이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을 그리고 싶을 뿐이
다.
■윙크 '나예리·박희정의 3박 4일 동경 나들이' : 95년 4월 15일자
《만화 뿐 아니라 팬시용품까지 총 망라한 '만다라케'》
일본엔 이번이 처음 가보는 것이었는데, 만화왕국이라 불리는 곳이니만
큼 내게 있어선 관광 이상의 특별한 기대가 있었다. 몇군데 가본 서점
에서의 그 엄청난 규모의 만화책 코너 (웬만한 우리나라의 큰 서점 정도
가 다 차고도 모자랄 만큼)는 기가 죽게 만들었는데, 일일이 구경하기
엔 며칠이 걸려야 될 것 같았다. 하기사 그곳의 만화 시장은 우리나라
의 수십배도 훨씬 넘을테니 수량에 있어서도 일단은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조만간 일본 만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될텐데 걱정되는 것은 일단 그
수량 자체이다, 좋은 작품이 나올 확률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수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일본 만화에서 흥미있는
만화가 나올 확률이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히트작이 우리나라에서 꼭 히트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수
입된 몇몇 작품에서 나타났다. 생활과 사고방식에 따른 이런 예는 국내
작가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더 흥미와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모든 작가들의 최선을 다
하는 작품 활동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일이지만 말이다.
몇군데 가본 곳 중 '만다라케'는 좀 특별했다. 번화한 시부야의 뒷골목
에 위치한 만다라케는 한 건물의 2, 3층에 꽤 큰 규모로 자리잡고 있었
는데, 각종 동인지와 만화 단행본 이외에도 만화영화 음악 CD, 비디
오, 팬시용품, 만화 작업도구 등을 팔고 있었다. 또한 만화 주인공들
로 가장한 동우회원들이 안내 및 서적 판매를 하는 것이 매우 재미있었
다. 게다가 중고 만화책을 저렴하게 파는 것이 매우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마추어 서클 연합인 ACA에서 일년에 두번씩 개최하는
회지 판매전이 있는데, 팬시용품 판매와 디스플레이 및 회원들의 복장
같은 것이 해마다 다양해지고 있어 회지 뿐만 아니라 볼거리도 알차게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행사들이 앞으로 더 활성화되어 만다라케처럼
상설 전시 판매장 같은 것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만화 시장의 주역은 작가는 물론이고, 적극적인 독자까지 포함된다.
만화를 단순히 보는 것 뿐만 아니라,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회지를 만
들 정도의 열정을 가진 예비작가를 겸한 독자들의 폭이 넓어질수록 만화
시장은 풍성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으론 그 규모가 엄청나게 넓고 풍부한 일본이 부럽기도 했다. 일본
에는 만다라케 외에도 이러한 활동이 매우 많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예비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보다 활발한 활동과 적극성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나 자신에 대한 앞으로의 각오도 다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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