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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7 선정우 (mirugi )
『꽃보다 남자』의 제목 번역에 대한 문제. 04/10 20:20 110 line

글쎄요. 물론 원제 『花より男子』는 '男子'의 독음 부분에 'だんご'라
고 적혀있고, '男子'는 보통 'だんし'로 읽으므로 이렇게 일부러 발음을
적어놓은 것은 당연히 '꽃보다는 경단[花より團子]' =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는 의미이겠습니다.

그런데 소위 '속담'이란 것은 잘 아시겠지만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법이죠.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을 말 뜻 그대로 '경치 구경보다는 먹
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쓰이는 경우도 있고, 혹은 '겉치레보다는 내면
이 더 중요하다'라고 쓰이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이 만화에서는 물론 후자의 의미이겠죠.

그건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만화를 낸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 만화 제목을 그럼 난
데없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붙여야한단 말입니까? -_-

뭐 어떻게 생각하실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순정 만화 제목으로 『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군요.

그 이유는 물론 앞에서 말했듯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면 반드시
누구나가 일차적으로 '겉치레보다는 내면이 더 중요하다'라는 의미로만
파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런 만화 제목만 보고 (내용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누가 그 만화가 그
런 내용일 거라고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그렇다고 '꽃보다 남자'는 더욱 내용과 상관없는 제목 아니냐. 라고 하신
다면 물론 그도 그렇겠습니다.

어차피 '꽃보다 남자'라는 것도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해괴한 문장에 불과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아예 뜻이 알려지지 않은 이런 제목이라면 오히려 독자들에게 인
식되기도 쉽고 적어도 오해의 여지는 없을텐데, 어차피 일본어를 아는
일부 그 만화 팬들을 빼고는 대체 누가 그 만화 원제가 어떻고 하는 것에
신경쓰겠습니까. 그냥 읽기 편하고 알기 쉬운 제목이면 되는 거겠죠.

일본어는 기본적으로 한자에 한 가지 발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음과 뜻으
로 두 가지 이상의 발음이 있기 때문에 '요미가나'라고 해서 발음 표기를
따로 해주는 경우가 많다... 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습니다.

그 때문에 이런 식으로 제목을 중의법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아주 많죠.

그런데 이런 중의법 표기의 경우, 그게 문중[文中]에 나온 단어라면 각
주를 달던 해서 설명을 하겠는데... 제목일 경우엔 도통 설명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제목을 길∼게 『금강산도 식후경...이지만 정확히는 겉치레보다는 내면
이 중요하다.라는 제목』이라고 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러므로 그런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죠. 『꽃보다 남자』의 경우엔 그 차선책으로 선택된 것이 그런 제목이
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제목을 정한 건 아니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정말 제목을
번역한 사람이 몰라서 그랬는지도... 그러나 반드시 번역판의 만화 제목
을 번역자가 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외에도 캐릭터 이름을 한국식 표
기로 바꾼다든가, 혹은 성과 이름 양쪽으로 불리우는 캐릭터를 하나로만
부르게 통일하는 경우... 등도 반드시 번역자가 결정하는 건 아닙니다.)

뭐 어찌되었든 개인적으로는 제목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못 붙일
바에야 (저렇게 붙이면 솔직히 좀 우습군요.), 어차피 원제도 '花より團
子'의 '團[だん]'을 일본어로 똑같이 '단' 발음인 '男'자로 고친 것이...
아무래도 어떤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일테니까 그냥 '꽃보다 남자'라고 하
는 편이 최선책이었다고 생각하는군요.

게다가 '금강산도 식후경'을 '겉치레보다는 내면이 중요하다'라고 의역할
수 있다면 '꽃보다 남자'도 충분히 '남자는 겉치레보다 내면이 중요하다'
라고 의역할 수 있는 것이 아닌지...?

물론 아쉬운 점이라면 그걸 최소한 단행본의 날개 부분이라든가 어딘가에
서 따로 자리를 마련하여 설명했었더라면 좋겠다...는 정도겠죠.

하지만 한국의 출판 현황에서 그런 걸 기대하기는 무리... 라는 것이 불
행이라면 불행이겠습니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