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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9   선정우   (mirugi  )
번역판의 현실에 관해서.                      04/10 21:20   500 line

한 이틀 전부터 근 몇 년간 거의 전혀 앓지 않고 있던 '감기'란  불치병에
걸려서 역시 정말 몇 년만에 먹어본 '감기약' 때문에 손가락이 덜덜  떨릴
정도가 되어있는 mirugi입니다.

사실 감기란 것이 일상 생활에서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병이라서 별
것 아닌 듯이 느껴지지만...  사실상 인류 역사 속에서 발견된지 이만큼이
나 오래 되고,  또한 정말로 평생 감기 한 번 안걸린 사람의 수가 인류 역
사속에서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의심이 들만큼 흔하게 걸리는 병인데도  아
직까지 실은 완전한 퇴치가 불가능하다는,  실로 인류 의학에 대한 최대의
도전으로서 자리잡고 있는 엄청난 병인 것입니다.
사실 전 의학적 지식이 그다지 없어서 (의대 출신도 아니고...) 잘은 모르
고 그냥 주워들은 풍월입니다만,  아마 병이란 것의 원인이 '병원체'인 경
우에는...  (즉 사고로 인한 상처가 아니고 '병'인 경우.)
그 병원체가 생물 (바이러스라든가...  의외로 곰팡이류도 병원체인  경우
가 상당히 많죠.  그 외에도 각종 미생물 등.) 인 경우와 무생물인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  (아닐지도.)
즉 감기가 불치병이란 의미는 이 감기 바이러스에 대해서 정확하게 효력을
발휘하는 완벽한 치료제가 없다는 뜻이겠죠.  그것은 감기 바이러스가  워
낙 생명력이 강인해서 뭔가 치료제를 만들어내면 금방 또 거기에 적응해버
려서 그런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하여튼 그래서 감기에는 특효약이 없고,  다만 기침을 하면 진해제를,  열
이 오르면 해열제를 투여하는 식으로 '감기'라는 병에 뒤따르는 개개의 증
상에 대한 대증요법만으로 치료하는 것이 보통이죠.  즉 '감기' 그 자체를
낫게 한다는 것은 현대의학으로선 불가능하고,  다만 증상을 낮춰서  환자
의 고통을 덜어주고 환자의 몸이 저절로 감기 바이러스의  존재를  이겨낼
수 있을 때까지 회복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 뿐이라는 썰렁무쌍한  방법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라는 것은 이 글의 제목과 아무런 상관이 없죠?  당연합니다.  사실 여
기까지 서론을 길게 써놓으면 많은 분들이 읽다가 나가버릴 것 같아서  일
부러 그렇게 해놓은 것입니다만...  훗.

아무튼 그럼 이쯤에서 본론을 시작해보도록 하죠.


한국 만화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고,  또한  빼놓아서도
안될 것이 '해적판'이란 존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만화史란 것을 쓸 때 굳이 '正史'에서까지 자세히 언급할 필
요는 없을 것 같지만,  만약 완벽한 역사서를 만든다면 반드시 한 章을 할
애해서라도 따로 다루어야할 항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제가 게으름을 지나치게 피우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그렇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는...  말을 여러 사람들에게 하고 다니지만  과
연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게으른 내가.  핫.핫.핫.)
그런데 아마도 금세기 안에는 최소한 해적판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는 일단
락되지 않을까 싶은 기분이 들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종적을
감출지는 모르겠고...  하여튼 우리나라도 서서히 저작권 등의 문제에  있
어서 민감해지고 있으니까 그렇게 되어가긴 하겠죠.)
그러나...  이건 솔직히 80년대 말의 해적판 500원 시대가 지나버린  이후
에는 해적판이란 종류의 서적을 거의 전혀 구입해본 적이 없는 본인이  말
을 해도 좋을지 실로 의심이 가지 아니할 수 없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아래 분들의 의견들에 맞는 점도 있지만,  틀린 점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
된다는 것입니다.

일단 해적판이 30-40%나 싸게 구입이 가능하고 정식번역판은 그만큼  할인
해서 구입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사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겠습
니다만...  (한 7년 넘게 해적판이고 정식번역판이고,  일본 만화책의 '번
역판'이란 걸 사본 적이 없는 사람.  하지만 공짜로 받은 적은  꽤  있다.
또한 남의 집에 갔다가 정 할 일이 없어서 번역판이라도 읽어야겠군... 해
서 읽은 것도 그나마 7년 동안 몇십권은 넘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제 아무리 명번역판이라고 해봤자  결국  원판과는
틀린 것이다'라는 제 사고 방식 때문이겠습니다.
일단 제가 스스로 하는 작업이기도 하니까 훨씬 더 수월하게 말을 할 수가
있겠는데요,  아무리 잘된 번역이라고 해도 일단 틀린 언어끼리의  변환은
절대 100% 원본과 같게 될 수가 없습니다.  (다들 아는 얘기겠지만.)
사소한 의역 직역 같은 것 따위는 사실 문제시할 필요도 없겠고,   그보다
도 '언어란 그 사회의 척도이다'라든가 하는 언어학적 문제에서부터  비롯
된다고 보아야겠죠.

솔직히 자신의 모국어 이외의 언어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절대로 본국
의 소위 네이티브 스피커들과는 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를 들
어 제가 일본어를 아무리 잘해봤자,  전 태어나서 수십년 (이라고 쓰면 왠
지 60-70년 산 것 같이 들린다.  그러나 '수­'라는 개념은 '1 이상의  복
수'이기만 하면 전부 포함된다고...) 동안 한국에서만 자라왔고,   따라서
단순히 예를 들어도 세계명작 문학작품도 한국어로만 읽었고 영화 한 편을
봤더라도 한국어로 본 게 압도적으로 많고 친구 한 명을 알아도 한국인 친
구가 훨씬 많으며 가족도 한국인,  친족도 한국인,  심지어 몇십대 조상마
저도 한국인입니다.  당연히 물론 10수년간의 교육도 한국에서 한국식  교
육을 받았고 병원을 갔어도 한국 병원만 갔으며 TV 프로그램도 한국  것을
압도적으로 많이 봤고 신문을 봐도 한국 것을 압도적으로 많이 봤고  심지
어 일본 만화책을 원판으로 사봤더라도 그 원판에 대해 글을 쓰는 이런 게
시판은 한국에 있는 HiTEL ANIMATE 게시판이란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일본인의 감성을 100% 이해하는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물론 불가능하겠죠.  그렇다면 제가 뭔가를 번역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일
본인 작가 (당연히 일본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위에 써놓은 제가 해온
모든 일들을 거의 일본에서만 겪었을테죠.) 가 쓴 원작과 100%는 커녕 90%
만이라도 일치하겠습니까?  그건 거의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
합니다.  (뭐 약간은 일치하겠지만. ^^)

또한 언어의 구조나 단어의 의미를 살펴봐도 일본어가 아무리 한국어와 가
까워보여도 전--혀 틀린 언어입니다.
게다가 이것을 '만화'란 장르에 적용시킬 때의 문제점은 너무나도 많죠.
일단 '만화란 시,  대중가요와 더불어 가장 번역하기 힘든 장르'란 이야기
가 있을 정도로,  만화란 것이 그 사회의 현재적 시점을 다루는  대중성과
시사성을 보유한 장르라는 점이 큰 문제일 겁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원조교제'라든가 '루즈삭스'란 것이 일본에서 얼마전에
대유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일본 대중문화에 대해 이해가  당연히
부족할 일반 한국만화팬들에게,  그런 단어가 나오는 일본 만화를  번역하
면서 난외 등에서 일일히 각주를 달아 설명한다는 것이 현재 한국 만화 상
황에서 가능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럼 이것은 그런 번역을 읽는 이에게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를 (그것
도 별 쓸데없는 부분에 대한.  보통 만화에서는 쓸데없는 것에 대해  깊은
이해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핫.핫.핫.) 필요로 하게 만드는데...
이걸 어떤 식으로 번역해야할지 실로 고민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읽는 사람이 알아서 이해하든지 말든지 하라고  내버려두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또 그것이 사실 반대로 읽는이가 만약 깊이 생각하고
싶으면 직접 조사해서 알아내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의외
로 좋은 방법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  물론 '원조교제'나 '루즈삭스'는 그래도 국내 스포츠  신문이라든가
기사거리가 없으니 별 쓸데없는 것을 다 다루는 매스컴을 통해서 좀  알려
진 편이겠지만,  그건 그래서 좀 유명한 예를 하나 든 것 뿐이고 실상  번
역시에 고민하게 되는 부분은 저런 유명한 부분이 아니고 진짜로 일반  한
국인이라면 모르는 것이 당연한 일본의 문화...에 대해서겠죠.)


또한 만화는 글로만 존재하는 문학 장르와는 달리,  '그림'과 함께 존재하
는 매체라는 것이 또한 번역에 난점을 만드는 대표적인 이유입니다.  아래
어떤 분도 쓰셨는데...  해적판에서는 식자 붙일 때  그림에  그려진 말칸
이 부족할 경우 마구 말도 안되게 원 번역을 바꿔서 채워넣는다고 하셨죠.
이 상황에서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만화에는 '말칸'이란 것이  존재합니다.
당연히 작가로서는 어떻게 번역될지 알 수도 없는 외국어까지  신경써가면
서 말칸을 만들지는 않겠죠.  당연히 자신의 언어에 알맞는 말칸만을 그림
에 그려넣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외국에서 번역할 때는 크나큰 문제점으로 작용하는 경
우가 많습니다.  일단 일본 만화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를 생각해본다면...
일본 만화와 한국 만화의 차이가 무엇이겠습니까?

첫 번째로 페이지 넘기는 방법이 틀리죠.  일본 만화는 다른 일본의  거의
모든 서적과 마찬가지로 우철로 되어있어서 오른쪽 페이지 상단부터  왼쪽
페이지 하단 방향으로 읽어나가야만 합니다.  이것은 일본어가 기본적으로
아직까지 세로쓰기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자 문화권 대다수에서는 서적을 세로쓰기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옛날에 만들어진 한자 서적들은 당연히  세로쓰기로  되어있고
따라서 현재 일본 만화책들과 똑같이 우철이죠.)

그런데 이런 서적을 가로쓰기가 기본이라 거의 좌철로만 책을 만드는 한국
에서 번역판을 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원본 그대로 좌철로 내되 글만 어쩔 수
없이 가로쓰기 한글로 넣는 경우,  또 하나는 아예 원판을 거울에  뒤집어
보듯이 거꾸로 인쇄해서 억지로 좌철에 맞게 꾸며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인쇄하게되면 문제가 원본에서는 오른쪽으로  표기된  것이
왼쪽이 되어버리고 왼쪽으로 표기된 것이 오른쪽으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캐릭터들이 전부 다 왼손잡이가 되어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
한다는...  일반 만화라면 그렇다 쳐도 스포츠 만화에서는 매우  어색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또 그렇다고 현행 번역판의 대부분이 쓰고 있는 방법인,  일본식의 우철을
그대로 쓰되 번역만 가로쓰기 한국어로 바꾸는 것에도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일단 가로쓰기 편집은 당연히 왼쪽 페이지 상단에서 오른쪽 페이지 하단으
로 가는...  보통의 한국 서적들과 마찬가지 방법을 취해야만 보기가 편합
니다.  가로쓰기는 세로쓰기와는 달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써가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일본 번역 만화책에서는 대사의  배
치가 반대로 되어있다면...  물론 대부분의 애니동 회원들처럼 일본  만화
의 번역판 읽는 것이 벌써 수년간의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도 어색
하지 않은 분들도 있겠지만,  일반인들은 불편할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또 한국에서 나오는 다른 모든 책들은 일반적으로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읽게 되어있는데,  이런 일본 만화 번역판들만 오른쪽  상단에서
왼쪽 하단으로 읽으라고 한다면...  일부 독자들은 그래야만 한다는 걸 잘
모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일본 만화 번역판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사 순서를 거꾸로 읽어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

이 밖에도 세로쓰기에 맞추는 바람에 짧은 대사는 당연히 세로로 길고  가
로는 짧게 그려져있는 일본의 만화를,  한국에서 가로쓰기로 번역해서  식
자를 붙이려면 문제가 많게 마련입니다.
덕분에 식자가 말풍선 그림을 넘어가버려서 한국에서  말풍선을  변경하여
그려넣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잘 만들어놓으면 문제없지만 안 그
러면 그 부분만 탁 튀어버리죠.  또 아무 생각없이 만화를 그리는  작가라
면 모를까 대부분의 경우엔 말풍선 그림조차도 그 칸의 그림에 하나의  완
성도를 가질 수 있게 집어넣는 법인데...  말풍선 그림을 바꿔버리면 아무
래도 원본과 조금이나마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말풍선을 하나의 컷으로 승화시킨 장면 (즉 캐릭터가 말풍선이  너
무 커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대사를 한다든가,  말풍선을 손으로
집고 있는 등의...  말풍선 그림 자체를 만화 내용으로 만들어놓은 부분.)
의 경우에는 도--저히 바꿀 방도가 없습니다.

이런 곤란한 문제들이 번역판에는 산적해있습니다.
(해적판이든 라이센스판이든간에.)

그 뿐만이 아니고...  만화에는 상당수의 시사 소재나 그 나라 고유의  풍
습이나 그 만화가 그려졌을 당시의 유행어나 그 나라만의 속담 등등이  많
이 나오는데,  이게 소설책이나 일반 서적이라면 난외에서 주를 달던 내용
중에서 설명을 하던 어떻게든 처리가 가능하겠지만 그림이 페이지의  대부
분을 차지하는 '만화'에서는 그 조그마한 말칸 내에서 되도록이면 모든 설
명을 처리해야한다는 엄청난 난점 또한 도사리고 있습니다.

(페이지 밑이나 위 등에 주를 넣을 수도 있겠지만,  그림으로 그려진 만화
읽다가 그렇게 자주 바깥 주를 남용하면 읽는 사람으로선  짜증이  난다는
면도 고려 안할 수가 없죠.  일본 만화가중에서 외부 각주를 가장  남용한
다는 『애플 시드』,  『공각기동대』의 시로 마사무네[士郞正宗]의 경우,
그 때문에 『공각기동대』 단행본 날개 부분에 보면 '내 만화에서  각주는
그냥 설명의 편의를 위한 것일뿐,  굳이 읽지 않아도 좋다.  만화를  보면
서 같이 페이지 마다의 주를 읽어도 좋겠지만,  내가 추천하기에는 만화만
그냥 다 읽고 나서 나중에 주는 따로 읽는 편이 나을 것 같다.'라고  써놓
았을 정도입니다.  ...라고 해도 저처럼 그냥 만화 읽던 와중에 밑에 써있
는 각주도 매번 다 읽는 식으로 읽었던 독자도 많았을 것 같지만.)


하여튼간에 복잡하게 이야기했지만,  번역판은 원판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
물론 번역이란 장르를 또 하나의 창조라고도 하는 것처럼,  좋은 번역판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작품'으로 성립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로서
는 만약 'A'라는 작품의 번역판을 읽었더니 그게 정말  잘  번역해놓아서
엄청 좋더라∼ 하더라도,  그걸 'A'를 읽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
다.  단지 'A의 번역판'을 읽었을 뿐이죠.  설령 그 'A의 번역판'이  아
무리 좋은 내용이었다고 해도,  그것은 단순히 'A의 번역판'이 좋은 작품
이라고 할 수 있을뿐 'A'가 좋은 작품이란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A'를 읽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A라는 작품의  원어에
대해서,  또한 A라는 작품이 나온 시대 배경에 대해서,  또한 A라는  작
품이 나온 국가에 대해서,  또한 A라는 작품을 낸 작가 개인에 대해서 등
등의 '공부'와 '지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겠습니다.
단지 이 경우 겨우 한 작품을 보는데 지나칠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되므로,  어쩔 수 없이 그 A라는 작품을 원판이 아니더라도  그
냥 보기만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A의 번역판을 읽기도 하는  것이겠
죠.  그리고 아무리 언어와 문화가 틀리다고 해도...  번역자가 정말 실력
없는 사람 아니고서는 대충이나마 A의 테이스트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사
실이겠고요.



뭐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도 많은 듯 하지만,  하여튼 그런저런 이유로  전
기본적으로 '번역판'이란 것 자체를 별로 신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
서 일본 만화든 기타 국가의 만화든 그 나라의 원판으로 보는 것을 아직까
지 선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유럽 만화도 미국에서 나온 페이퍼백판보
다는 유럽의 원판을 선호한다는...  ...그런데 유럽쪽의 원판은 너무 비싸
닷.  ...하지만 인쇄만 해도 유럽쪽의 각국 원판이 미국판보다 나은  경우
가 많은데 어쩌란 건가.  흑.)
...라는 것은 사실 겉으로 내세우는 핑계이고 (...라고 해도 100%  핑계인
것은 또 아니지만.),  실제로는 2500원에서 3500원에 육박하는 고가를  자
랑하는 한국의 번역판 만화책들을 살 돈이 없다는...
일본 원판들은 100円∼300円 (라고 해도 원판이 막 1000円짜리 비싼  책의
경우에는 중고라고 해도 600∼700円의 고가가 되지만.)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건만...
...하지만 최근 환율의 상승으로 인하여 원판의 가격 메리트는 거의  사라
지고 이젠 일본 원판 만화책조차도 2500원∼3500원의 초고가에 사야만  하
는 불행한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아악 겨우 만화책 따위에 권당 3500원
씩 내버릴 수는 없단 말이닷...  (...라고 말을 하면 한국 내에서  번역판
들을 3500원씩 주고 사는 분들은 화를 낼지도.  핫.핫.핫.)

아,  물론 저 원판 가격이란 '중고 서적'의 가격을 말한 겁니다.   일본에
서는 만화책이든 뭐든 중고 시장이 매우 활성화되어있어서...  아니  일본
말고도 대다수 소위 선진국 (영국이라든가.) 에서는 오히려  중고  시장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만...  한국처럼 거품 경제로 수준에 맞지도 않게  비
싼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조가 있는 곳에서나 (지금은 IMF 때문에  중고
시장이 좀 활성화되고도 있다지만...) 중고가 환영 안받지,  일본 같은 데
에서는 만화책이든 CD든 LD든  VCR이든 LDP든 게임기든 게임 CD든간에  전
부 중고가 일상적이죠.  설령 신간을 산 사람이라도 나중에 중고로 팔아버
리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기 때문에 매우 깨끗이 책을 보고...  책이고  CD
고 LD고간에 여태껏 일본에서 산 중고품이 신품을 사서 제가 따로  보관했
던 것보다 질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군요.  또 왠만한 중고점에서는
물품의 상태를 A급이다 B급이다 식으로 써놓고 있어서 구별하기에도 좋고.
게다가 B급이라도 상태가 매우 나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어디 굴러다니던 CD가 차라리 더 상태가 나쁘면 나쁘지...)


어쨌든,  거기에 더불어서 소위 '명번역'이라고 하는  만화책들  중에서도
제가 보기에는 진짜 '명번역'인 경우가 별로 없었다는 점도  제가  번역판
안 사는 데에 한 몫 하기도 했죠.  핫.핫.핫.  (그럼 난 잘했나? 하면  솔
직히 말해서 내가 한 것도 나같이 편집증적인 사람은 별로 안살  것  같은
수준.  뭐 그 이상 해주고 싶지 않은 형편이라 일부러 그런 거니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절대로 남한테 권유하진  않았지만.   사지
말라고만 했었지...  핫.핫.핫.  라고 해도 사실 다른 엉터리 (제  편집증
적인 수준에서 판단할 때.) 번역판들도 돈 주고 사서는 별로 돈  아까워한
적이 없는 분들 (사실상 대다수가 아닐까 싶은.) 이라면 이것도  뭐  별로
그리 나쁠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고는 하고 싶군요.  ...뭔가 복잡한  말이
군.  아무튼 나같이 편집증적인 사람이라면 안사는 편이 좋겠지만  지금도
왠만한 번역판들을 그냥 사대시고도 후회 안한 분이라면 뭐 대충 비슷할테
니까 이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는 얘깁니다.  ...풀어 써도 역시  이
해하기 힘든 말이군.)
아무튼간에,  그나마 저같이 편집증적인 사람도 돈 주고 살만하다 싶을 번
역판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현행 만화책 판매량과 판매가로서는 아------직
먼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지금 이 상황속에서 만약 많은 독자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을만한 좋은 번역과 인쇄와 기타 등등 모든 면에서  수준
급의 작품이 있다면,  농담 아니고 그 만화 번역하고 출판한 출판사에  전
화라도 한 통 걸어서 그 열의를 칭찬해주라고 하고 싶을 정도이군요.
(뭐 겨우 만화 정도에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핫.핫.핫)


또한 현행 만화 인쇄가 그 정도 밖에 안되는 대표적인 이유는,   당연하겠
지만 이게 원작자의 원고를 갖다가 작업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원판
만화책을 갖다가 뜯어내어서 인쇄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건 해적판이고 라이센스고 마찬가지죠.  (라이센스판이라고 해서 뭐  원
작자한테 바다 건너 여기까지 원고 보내달라고 해서 만드는 건 아니다  이
겁니다.  당연하겠죠?  원작자한테는 귀중한 원고인데...  뭐  우리나라에
서만 번역판 만드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일본 출판사측에서는  대만  쪽이
해외번역판으로는 더 큰 시장인데...  대만에도 보냈다가 우리나라에도 보
냈다가 여기저기 보내다가 분실되는 원고는 누구 책임∼?  게다가  분실된
원고를 돈으로 돌려준다고 해도 그게 해결되는 건 아니죠?  원고는 하나의
'작품'인 관계로 돈하고 상관없이 원고 그 자체가 없어져버리면  소용없다
는...)
그렇지 않아도 인쇄 능력이 일본에 비해서 현저하게 뒤떨어지는 한국 상황
에서...  원고도 아니고 기껏해야 조∼그마한 만화책 종이를 찢어다가  복
사해서 만들어내는 만화책의 인쇄가 좋을리가 없잖습니까.  칼라에 이르러
서는 이건 거의 말할 여지가 없죠.
(사실 이런 흑백 인쇄와 칼라 페이지의 문제만으로도 번역판을 굳이  사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아래 어느 분이 종이질을 말하셨는데...  그러나 일본 만화책이라고  해도
무슨 애장판이 아닌 이상은 종이질이 그렇게까지 좋은 건 아닙니다.  썰렁
한 중소출판사에서 나온 썰렁한 만화책은 당연하겠고...  일반 만화책들도
무슨 410円 짜리 소형 코믹스들의 종이질은 그렇게 좋지는 않죠.   대부분
10년도 못가서 변색이 시작됩니다.  아니 10년은 무슨 10년.  3년만  지나
도 변색이 시작되는 것도 있을 지경인데...  ...하지만 우리나라의 만화책
들은 3년은커녕 살 때부터 이미 변색되어 있어서 몇 년이 가도 변색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 수도...
어쨌든 그러나 일본의 3류 출판사에서 낸 3류 만화책도  우리나라  왠만한
만화책들보다도 종이질이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그리고 예전 해적판들이나 요새 라이센스판들이나 번역에 별 차이가  없는
듯이 느껴지는 것도 뭐 그럴만 합니다.  해적판 시장이 줄어들기 시작 (한
것 맞나...  요새도 엄청나게 쏟아지던데. ^^) 하면서부터,  또 그와는 반
대로 라이센스가 수십 수백가지 종류씩 나오기  시작하면서...   라이센스
출판사에서는 번역자의 수요가 급등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또 그렇다고
아무나 막 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당연하겠지만 해적판  만화책들의
번역자들을 다수 라이센스판의 번역자로 등용하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는
이야기죠.
물론 현행 정식 라이센스 번역판들이라고 해봤자 어차피 만화라서  번역료
가 매우 낮은 현실인데,  무슨 소설이나 일반 서적들처럼  엄청난  실력의
전문번역가들이 몰려들 리는 전혀 없는 것이니까...  사실 해적판이건  뭐
건 번역자들이 거기서 거기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해적판 번역하던 사람이 라이센스 번역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죠.  그 번역자가 그 번역자이니 해적판이나 라이센스나 번역  수준이
거기서 거기일 수밖에... ^^  따라서 해적판에 오히려 명번역이  많았다는
것은 일종의 착각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래 다른 어떤 분도  말씀
하셨지만 '번역 잘된 해적판도 막상 찾아보려고 하면 사실 그렇게 많은 것
은 아니다'라는 것이 실상이겠죠.  평균적 레벨로 보면 그나마 오히려  라
이센스가 조금 더 번역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초창
기 라이센스판들은 몰라도,  근래에는 라이센스 출판사쯤 되면 번역자들에
있어서 최소한의 검증은 거치는 편인 듯 하니...  그리고 담당기자들도 눈
이있다면 어떤 번역이 잘됐고 어떤 번역이 엉터리인지 정도는 알겠죠?  무
슨 특별히 번역자랑 친분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 다음에야 엉터리 번역자를
계속 고용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하여튼간에 그러나 이런 식으로 게시판에 뭔가 글들이 우∼하고 올라와서,
사실 별로 검증된 것도 아닌데도 마치 진실인양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꼭 이 해적판-라이센스판 문제가 아니고서도.) 예전부터 문제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렇게 별로 쓰고 싶지 않은 글임에도 쓰게 되었군요.   물
론 개중에는 자신의 의견을 신중하게 피력하며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
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만...

(더불어서 예전에 게시판들에서 해적판 번역 중 괜찮다고 알려졌던 모  만
화...  전 또 정말 좋은가 보다... 싶어서 모 출판사의 기자분께 그  만화
책을 (번역판인 관계로 제가 안갖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에게 빌려서까지
보여줬더니 며칠 후 돌아오는 대답...  "영 아니던데요."
이상하다 싶어서 내가 다시 봤더니...  정말로... 영 아니었다는.  도대체
왜 이게 번역이 좋다고 소문이 난 걸까 의심이 되어서 통신상에서 알고 지
내던 그 만화를 좀 열심히 봤다는 사람한테 물어봤더니만 "누가 그게 번역
이 좋대요?"  ...그 만화에 그렇게까지 열정이 없는 보통의 통신 회원들은
게시판에 몇 번 그런 이야기가 올라오니까 괜히 잘 읽어보지도 않고서  그
런가 보다... 하고 여기저기 게시판에 그 만화 번역이 괜찮다는 말을 써놓
는 경우가 많아서 주워들은 풍월로 나까지 그게 좋은 줄 알고 있었다는 이
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그 만화의 진짜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엉터리
번역으로 낙인 찍혀있었던 거죠.  ...뭐 실제로 내가 보기에도 엉터리였을
정도니. -_-  번역 자체의 문제도 문제겠지만,  통신상에 올라왔던 번역을
그대로 갖다 써서 그런 건지 어떤지는 몰라도 말풍선에 다른 캐릭터의  대
사를 잘못 집어 넣거나 한 경우도 많았다는...  이,  이건 번역 이전의 문
제가 아닌가!  캐릭터들의 대사 배열 순서마저 틀려서 한 캐릭터의 대사가
다른 캐릭터의 대사인 것처럼 옮겨져있으면 대체 어떻게 내용을  이해하란
말인가...)

(사실 그 이후부터 통신상에 올라오는 글들중에서 확실하게  자기가  보고
명확한 증거나 출처를 대면서 씌어진 글들이 아니면 일단 안 믿고 보는 습
관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예전 10번란이었던 게시판에서 돌던 수많은  헛
소문들에도 현혹되지 않을 수 있었죠. ^^  YWCA가 모 만화영화의 방영  중
단을 요청했다느니 뭐라느니 하는 소문이라든가 무슨 일본 만화가가  죽었
다느니 마약을 했다느니 하는 등.)

(그리고 미안하지만 번역이 어쨌냐느니 하는 소리는 최소한 일본어를 이해
할 수 있고 해당 만화의 원판에서 해당되는 그 문장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고 있는,   즉 정말로 그게 틀린 번역이란 것을 비교·분석해서  증거를
확보한 사람에게서만 듣고 싶습니다.  자기가 원판을 읽어본 것도  아니라
면 번역이 맞는지 틀리는지 어떻게 말할 수 있단 말입니까.  물론 정말 엉
터리 번역이라서 그냥 척 봐도 틀린 부분이 눈에 띄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
겠지만,  왠만한 경우에는 별로 틀렸다거나 어색하다고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 부분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서요.)

(역시 더불어 이야기하는 건데 저도 어쩌다가 라이센스 번역판... 의 번역
되어 출판된 서적은 물론이고 아예 번역해놓은 원고라든가를 볼 경우가 간
간히 있습니다만...  (거기에는 물론 원판 문장이 나와있고  그에 대한 번
역이 써있음.)  ...정말로 틀린 부분이 있는 경우도 많긴 합니다. -_-  이
런 사소한 부분조차 틀려있는 라이센스판을 돈주고 사는 사람들은... 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  하지만 너무 사소한 것이라서 사실 틀려봤자 별 상
관도 없는 부분이라 읽는 사람들은 그게 틀린 번역이란 사실을 모를 것 같
다는...  그렇다면 그냥 별 상관없는 것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아무튼
틀렸는데 어쩐단 말인가.  그럴 때마다 점점 더 나는 절대로 번역판을  안
사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번역판을 사기 싫어지는 경우 두 번째.  내가 번역하면서  "이건  도저히
한국어로 (이 말칸 안에서) 번역이 불가능하잖아∼!" 하는 부분...   상영
회 번역이나 자막 작업 같은 것을 할때에도 실은 그런 걸 자주 느낍니다.
그나마 통신망에 올리는 번역 글의 경우엔 막대한 양의  '역주'를  통해서
설명하는 경우도 있고,  대충 번역해도 별 상관없을 경우에는 어떻게든 슬
쩍 넘어가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한정된 말칸인데다가  그렇다고  대충
넘어가면 안되는 '일'의 경우에는 이건 대체 어쩌라는 건가...  이런 고민
을 수십번씩 해왔는데 다른 만화도 뻔히 똑같은 경우가 많을 걸 알면서 미
쳤다고 번역판을 사겠남. -_-  원판을 보면서도 수없이 '이건 한국어로 명
확히 번역할 수가 없겠군...'이라는 부분을 수도 없이 겪었으니 역시 번역
판을 사기 보다는 차라리 일본어를 익히고 말겠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라는 것도 물론 내가 일반인에 비해서 지나칠 정도
로 많은 양의 일본 만화를 접하고 있으니까,  이 정도로 많이 사댈 거라면
차라리 일본어를 배워서 원판으로 사는 것도 별로 손해는 아니겠군.  이란
정도라서 하는 말이지,  그냥 어쩌다가 만화책 한두권 대여점에서  빌려볼
까 말까 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번역이 개판이든 인쇄가 떡칠이든 구하기도
힘든 원판까지 사다봐야할 이유는 없는 것이겠지...  사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원판만 사고 있지만 굳이 남한테까지 번역판 사지 말라고 하고  싶지
는 않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마치 원판을 사고 번역판은 사
지 말라는 글인줄로 오해받을 수 있는 게시물은 올리기 싫었던  것인데...
물론 그래서 일부러 읽는 이의 이해력을 떨어뜨려 결국 내가 무슨 말을 써
놓은 것인지 알아듣기 힘들게 하기 위해서 지금 이렇게 복잡하고 읽기  귀
찮게 쓰고 있는 것이지만.  이 쯤까지도 P를 안 누르고 끝끝내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소리가 무슨 뜻인지 대충이
나마 이해해줬으리라 믿고...  즉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아
예 오해할만한 사람들은 읽다가 도중에 포기하도록,  포기하지 않고  끝끝
내 읽은 사람은 오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한 형식의 글이  바로
이런 '눈 아프고 읽기 복잡한' 식의 글이닷.)


(그리고 마지막으로 몇 가지만...  라이센스의 경우엔 18세 미만 구독  금
지라고 써놓고도 안에서 삭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는데...  물론 18
세 미만 금지의 경우엔 되도록 삭제를 안하는 것이 당연히 좋겠고...   또
잘 생각해보면 삭제 해놓는만큼 일손이 더 들어가는 건데 출판사에서 좋아
서 삭제하는 건 물론 아니겠죠?  그렇다고 삭제 안하면 어디서 허가가  안
나오기 때문에 꼭 그런 것은 아니고 (물론 그런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이전 청소년 보호법이라든가 해괴한 파동이 있었을 당시에 분명히  성인만
화라고 내놓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스컴이라든가에서 문제시되었던  경우
도 분명히 자주 있었던 관계로...  근래의 라이센스판에선 출판사의 '자율
제약'의 선이 매우 높아져 있습니다.  덕분에 굳이 어디서 자르라고  안해
도 출판사 내부에서 '알아서 자르는' 현상이 많다는 것이죠.  덕분에 왠만
큼 잘 팔릴 것 같은 작품이라도 삭제할만한 부분이 많은 건 되도록 안가져
오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물론 삭제를 하면야 무슨 만화
책이든 별 무리없이 낼 수 있긴 하지만,  일본의 원작자들이  (당연하겠지
만.) 자신의 만화에 삭제를 가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편이거든요.  때문
에 일본 출판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우리쪽 출판사  현실에서는  가능한
한 애초에 삭제안해도 될만한 작품만을 고를 수밖에 없는 형편...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이미 청소년 보호법 발효 전에 들여와버렸는데 나중에 보니
삭제할 부분이 많은 작품의 경우에는,  그렇다고 내다가 중단할 수는 없으
니까 (라이센스의 경우엔 내다가 중단하면 일본 출판사측에 손해배상을 해
야한다든가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게다가
손해배상 같은 걸 안하더라도 일본의 출판사 측에서 '한국의  A  출판사는
쓸데없이 우리 만화책을 가져가서는 번역하다 말고 안내더라.  다신  라이
센스 주지 말자.'했다가는 큰일이므로...) 결국 삭제의 손길을 많이  집어
넣어서 낼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나마 또한 이 '삭제할 여지가 많은  작
품의 경우'에는,  삭제를 하고 나서도 내용이 현행 청소년 보호법에서  왠
지 규제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작품이 많은 관계로...  삭제가 되었
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18금 딱지를 붙인채 세상에 나오게 되는 겁니다.
그 때문에 그런 '18세 미만 구독 불가라고 써있음에도 불구하고 삭제가 많
은' 해괴한 만화책이 탄생하는 것이죠.)


(그리고 또한 통신망에서 번역이 좋은 것으로 유명한...  뭐라고 딱  잡아
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아래 어떤 글의 19번째 줄에서 두  번째로  예를
든 모 작품의 경우에도...
뭐 국내에 나오다 만 앞부분 몇 권의 경우엔 사실 커다란 말 장난이  그렇
게까지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지...
(그러나 이것도 솔직히 착각.  그나마의 번역도 사실 아주 만족스러운  건
아닙니다.  물론 말칸의 한계라든가 도저히 번역할 수가 없는 일본어 말장
난 같은 것들 때문에 그런 것이지 역자의 한계라고 생각하기는 힘든  부분
이라서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가면 갈 수록 나오는 방대한 양의  일본
어의 말장난들과 수없이 많은 다쟈레,  쯧코미,  중의법,  일본 대중 문화
의 (연예계라든가...) 일본에서나 유명한 만화들의 패러디라든가 각종  시
사문제 등등...의 이해없이는 독자가 알아들을 수가 없겠는데 그렇다고 이
걸 일일히 각주 달아 설명할 수도 없는...  그런 식의,  이 글에서 지금까
지 말해왔던 '번역판들의 수없이 많은 문제점'들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대
표적인 작품입니다.  거의 국내에 출판된 부분까지가 사실 그나마  번역이
괜찮을 수 있는 (끈질긴 것 같지만 사실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은 수준이
긴 합니다만.) 마지막 한계였다고나 할까...  건담이 뭔지 하기오  모토가
뭔지 11월의 김나지움이 뭔지 알 수도 없을 대다수 한국의 만화  독자들한
테 패러디를 설명해줄 수도 없고 말장난의 경우엔 이건 도대체 어떻게하면
어떻게 번역될 수 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데 그런 것이 한두 번도 아니고
권 마다 수십 수백 번씩 쏟아지는 걸 그야말로 '어떻게든' 간신히  번역해
놓은 번역판이 그래도 끝끝내 수십권 나오도록 계속 잘된 번역판의 대표격
으로 남을 수 있었을지는 매우 의문이 아닐 수 없다는 것입니다.  헉헉.)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끝끝내 번역 잘한 번역판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군
요.  국내 통신망에서는 누군가가 한 번 '번역 잘했다'라든가 '저 만화 재
미없다'라든가 '저 만화 재미있다'라든가,  하여튼 무슨 말이든  한  마디
하기만 하면,  게다가 그게 글도 자주 쓰고 해서 괜히 믿음직해보이는  사
람의 말인데다가 또한 그것이 실제로도 사실인 듯 보이기도 해서 다른  사
람들도 전부 '정말 그렇더군요.'라고 할만한...  그런 식의 '약간의  사실
성을 내포하고는 있는' 글일수록 더더욱 마치 그것만이  진실인양  떠도는
경향이 있는 듯 해서요.  아마 위에 썼던 그 '번역 잘된 만화'란 것도  처
음에 약간 번역이 좋아서 누가 한 번 그런 얘기를 게시판에  썼더니  마치
그 만화만이 번역을 아주 잘한 최고의 만화인 것처럼 통신망에서 소문나버
려서,  나중에 번역이 엉망으로 되어버렸더라도 아마 그 소문이 꼬리에 꼬
리를 물고 실제 상황과는 상관없이 끝끝내 (정말 인간적으로 봐줄 수 없는
지경의 번역이 나오지 않는한.) 퍼져갔을 거라는 추측을 완벽하게  부정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간에 벌써 이런 쓸데없는 내용으로 무려 500 라인에 근접하는  해괴
한 글을 써버렸으니 이쯤에서 그만 두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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