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화되었으면 하는 만화 추천받습니다.

방송국에서 드라마 기획에 대한 추천 및 작가와 내용소개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그 중에서 만화 원작으로 가능할 작품이 있을지를 먼저 알아보고자 합니다. 저는 작년에도 보내줬던 적이 있어서 올해 또 뭘 생각해볼지 약간 고민이 되는군요.

일단 ‘드라마화되었으면 하는 국내외 만화’라는 간단한 주제로, 혹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신 분은 답글 부탁드립니다.

작년에는 진짜로 원작으로 해서 드라마가 될만한 작품만을 찾느라 SF나 판타지, 혹은 지나친 학생 소재(일진물 등등)라든가 역사물 등 ‘드라마’로 만들기 쉽지 않을 작품은 배제했었는데, 올해는 SF건 판타지건 내용이 재미있기만 하면 일단은 다 대상으로 삼아서 조사를 해달라는군요.

그래서 저는 내용상 그대로는 만들기 어려울 수 있지만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강현준 『납골당 모녀』라든지 송채성 『미스터 레인보우』, 한혜연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이건 단편집이기도 하니 장편 드라마로 만들긴 더 어려울지도), 그리고 권교정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라든가 윤지운 『시니컬 오렌지』도.

……김대원 『赤淚[적루]』에 말리 『도깨비 신부』, 노미영 『살례탑』 같은 작품들도 집어넣어볼까. 요즘 사극도 인기인데.

일본 만화는 『올드 보이』도 아니고, 일본에서 이미 많이 드라마화했으니 굳이 많이 포함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괜찮은 것 몇 작품만 소개해주는 정도로….

『2003 대한민국만화대상』 인기상 온라인투표 실시.

자세한 내용은 위 관련 문서를 참조해보면 아실 수 있습니다. 제가 추천한 작품 중에서는 박소희 『궁』, 말리 『도깨비 신부』, 정철연 『마린 블루스』의 3작품이 후보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윤지운의 작품 중에서는 『시니컬 오렌지』를 추천했으나 대신 『허쉬』가 올라왔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윤지운 『허쉬』나 박은아 『다정다감』은 좀 뽑힐 타이밍이 지나갔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참고로 제가 추천한 10 작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번씩 읽어보시면 좋을지도?

◇궁(宮)/박소희/서울문화사
◇납골당 모녀/강현준/대원씨아이
◇도깨비신부/말리/세주문화
◇레드푸의 마녀 라야/요요/대원씨아이
◇새빨간 거짓말/이시영/시공사
◇소녀행/김대원/대원씨아이
◇시니컬 오렌지/윤지운/서울문화사
◇Marine Blues 마린 블루스/정철연/학산문화사
◇Misty(미스티)/변미연/학산문화사
◇Youth(유스) 2/고야성·심혜진·이상은·이소영·최경아·한승희/대원씨아이
(제목 가나다순)


[답글] 2003년 11월 21일 01:53

> 功名誰復論님
개인적으로는 단편집 『답신』과 『赤淚[적루]』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솔직히 『소녀행』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건 ‘대상’이나 ‘작품상’이 아니라 ‘인기상’ 부문이라서 그 점을 감안하여 저 작품들을 추천했던 것이고요.

『궁』은 뭐, 그런 ‘기본적인 이야기’란 것이 오히려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뭔 엄청난 문제의식을 가지고 주제를 제기하는 작품만이 만화인 것은 아니니까 말이죠. 변미연의 『Misty』도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 B급미식가님
말리의 『도깨비신부』는 상당히 독특한 센스의 작품입니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일본식의 ‘퇴마물’이 아닌 새로운 장르라고도 할 수 있거든요. 일본과의 차별화에 있어서 한국만화가 가야 할 방향의 한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고 할까……. 한 번 읽어보시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충분히 아실 겁니다.

이시영은 『지구에서 영업중』을 너무 좋아하는데, 상당히 고민하다가 단편집 『새빨간 거짓말』을 밀었습니다. 결국 둘 다 뽑히진 못했지만. -_- 『지구에서 영업중』도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새빨간 거짓말』에서 보여주는 sf 뉘앙스의 센스 또한 매력적이죠. 이시영은 『Feel so good』과 단편 연작물에서는 연예계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뻔한 연예계 순정만화와는 한 차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작가 중의 한 명입니다.

강현준의 『납골당 모녀』나 윤지운의 『시니컬 오렌지』야 뭐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작품이라고 생각하고요. 윤지운은 『Hush』가 올라가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시니컬 오렌지』라는 작품이 주는 매력이야말로 한국의 순정만화가 일본의 소녀만화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다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히 이시영 작품들도 그렇지만, 윤지운의 이런 작품들도 일본에서는 소녀만화 잡지에 싣기 힘든 내용들이죠. 그렇다고 주인공들이 다들 학생들이니 성인지에 실을 수도 없고, 결국은 매니악한 「WINGS」나 「ASUKA」 정도가 갈 길일테니 대히트할 수는 없는 작품이 될텐데, 한국적 상황에서는 이런 작품도 얼마든지 소녀 대상 잡지에 실리고 대히트를 하고 있으니……. 일본보다 훨씬 연재 잡지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한국의 만화계가 얼마나 큰 재능을 발전시켜왔는지 알 수 있는 것이죠.

『Youth 2』는 순전히 개인적 취향으로 집어넣은 거고……. ^^;;


인기상의 현재 순위 (2003년 11월 21일 오후 6시 기준)입니다.

1위:다정다감/박은아/833표
2위:궁/박소희/799표
3위:나우/박성우/353표
4위:마린 블루스/정철연/258표
5위:허쉬/윤지운/226표
6위:천행기/카라/194표
7위:유레카/손희준·김윤경/174표
8위:열혈강호/전극진·양재현/163표
9위:아스피린/김은정/126표
10위: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85표
11위:식객/허영만/41표
12위:도깨비 신부/말리/32표


인기상의 현재 순위 (2003년 11월 22일 오후 4시 40분 기준)입니다.

1위:마린 블루스/정철연/5013표
2위:궁/박소희/3512표
3위:다정다감/박은아/2760표
4위:열혈강호/전극진·양재현/2081표
5위:나우/박성우/1613표
6위:허쉬/윤지운/1501표
7위:유레카/손희준·김윤경/1062표
8위:천행기/카라/1041표
9위:아스피린/김은정/852표
10위: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667표
11위:식객/허영만/231표
12위:도깨비 신부/말리/125표

각 사이트들에 소문이 퍼진 것 같군요. 『마린 블루스』가 갑자기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고, 『궁』과 『다정다감』도 여전히 높습니다.

『열혈강호』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저 정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뛰어올랐군요.

『도깨비 신부』도 나름대로 벌써 125표. 『식객』을 과연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인기상의 현재 순위 (2003년 11월 29일 오후 9시 45분 기준)입니다.

1위:마린 블루스/정철연/18689표
2위:궁/박소희/17295표
3위:열혈강호/전극진·양재현/12534표
4위:다정다감/박은아/8497표
5위:나우/박성우/7469표
6위:천행기/카라/6267표
7위:유레카/손희준·김윤경/5778표
8위:허쉬/윤지운/4759표
9위:아스피린/김은정/4269표
10위: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3569표
11위:식객/허영만/1203표
12위:도깨비 신부/말리/617표

1, 2위는 변동이 없으나, 『궁』이 『마린 블루스』를 치열하게 따라가고 있군요.

4위였던 『열혈강호』가 대반전을 이뤄서 3위였던 『다정다감』을 밀어내고 3위로 올라섰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두 작품은 10표 가까이씩 순식간에 올라가고 있는 관계로, 어떻게 될지 그야말로 예측불허입니다.

『천행기』는 8위에서 6위로 두 계단이나 도약했습니다. 『유레카』도 『허쉬』를 앞질러 버렸군요. 덕분에 『허쉬』는 두 계단이나 떨어졌습니다. 윤지운씨도 웹에 팬클럽은 많은 것으로 아는데, 이런 온라인 투표가 팬클럽의 힘만으로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로서 충분할 듯 합니다.
(작년도 「독자만화대상 2002」 때에, 온라인 상의 독자투표는 무조건 팬클럽의 몰표가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식의 반론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물론 영향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반드시 팬클럽의 영향력만으로 순위가 바뀌는 것만도 아니라는 하나의 예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9∼12위는 순위가 같습니다. 『도깨비 신부』는 617표라는 예상 외의(?) 선전을 하고 있으나, 역시 아무리 웹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의 평가가 좋더라도 실제 인기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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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들에서 몇 번이나 저도 『도깨비 신부』를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만큼 소위 ‘매니아 팬층’에서 반응이 매우 좋은 작품입니다. 아마도 웬만한 만화 독자라면 누구라도 일단 좋은 평가를 할 것이 분명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벌써 각종 언론매체의 만화 관련 칼럼이나 리뷰 페이지에서 영향력 있는 여러 필자들에 의해 몇 번이나 소개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히트’와 등가[等價]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1위의 18000여표와 12위의 600여표의, ’30분의 1’이라는 표차가 말해주고 있듯이, 결국 아무리 비평계에서 평가가 좋더라도 영향력이 모자라면 매니아들과 비평계에서’만’ 알려질 뿐 한국 만화계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렇더라도 작품의 영향을 받는 이들은 생길 것이고, 그런 식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나서 대중적 관심을 모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선 일본의 타카노 후미코[高野文子]와도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중요한 점은, 아무리 『도깨비 신부』가 일반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기 어렵더라도, 이렇게나 평가가 높은 작품은 매니아층, 그리고 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기 마련입니다. 타카노 후미코[高野文子]의 걸작 『절대안전체도』를 모르는 일본의 만화 독자들은 많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만화계에 끼친 영향력은 지대한 것이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언젠가, 어느 정도는 『도깨비 신부』의 영향이 한국만화계에 분명히 있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면, 이런 작품의 존재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12월 5일까지로 투표가 종료되었는데 이제야(2003년 12월 8일) 글을 쓰게 되었군요. 최종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위:마린 블루스/정철연/34400표
2위:궁/박소희/30231표
3위:열혈강호/전극진·양재현/20114표
4위:다정다감/박은아/12389표
5위:천행기/이윤희·카라/11845표
6위:나우/박성우/11351표
7위:유레카/손희준·김윤경/9674표
8위:허쉬/윤지운/7691표
9위: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7518표
10위:아스피린/김은정/6383표
11위:식객/허영만/2447표
12위:도깨비 신부/말리/1300표

1위부터 4위까지는 변동이 없었고, 5위였던 『나우』가 『천행기』에 밀려서 6위로 떨어졌습니다. 『천행기』가 결국 5위로 올라섰군요.

그 밑에선 10위이던 『파페포포 메모리즈』가 막판에 약진을 해서 『아스피린』을 밀어내고 9위로 상승.

그 외에는 변동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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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투표 상위 2개 작품을 인기상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한다고 되어 있었으니, 결국 1위 정철연 『마린 블루스』와 2위 박소희 『궁』이 「2003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인기상 부문 수상작이 되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에 축하를 드리고 싶고, 탈락된 나머지 10 작품도 모두 충분히 좋은 작품들이라는 것은 분명하니까 너무 아쉬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