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노벨] 일본 문학의 변화와 라이트노벨.

◆관련글:NHK에 잘 오셨습니다. (1)

『NHK에 잘 오셨습니다』는 1978년생으로 저자 자신도 히키코모리 출신인, ‘히키코모리 세대의 톱 러너’라 일컬어지는 타키모토 타츠히코의 제 2작입니다.
타키모토 타츠히코는 2001년 『네거티브 해피 체인소 엣지』로 데뷔한 후 이 『NHK에 잘 오셨습니다』로 주목을 받았으며, 현재 제 3작 『초인계획』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도 “Key의 작품을 바보 취급하는 사람을 보면 지금도 화가 난다”라고 하고, 『신세기 에반겔리온』이 끝난 후에 앞으로 무슨 재미로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며 ‘이걸로 나의 90년대는 끝났다’고 생각했다는 청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도 제 뇌내 애인은 레이입니다. 거기서 한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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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일본 소설계는, 서브컬처 비평계를 중심으로 소위 ‘라이트노벨’이야말로 일본 문학의 대안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1973년생의 코단샤 노벨스 출신 미스터리 작가 마이조 오타로[舞城王太郞]가 2003년 5월 『아수라 걸즈』로 제 16회 미시마 유키오상을 탄 이후 그 경향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죠.

그 외에도 1981년생 작가 니시오 이신[西尾維新], 1980년생 작가 사토 유야[佐藤友哉], 1974년생 작가 세이료인 류스이[淸凉院流水] 등의 라이트노벨 계열 미스테리 작가들이 ‘일본 문학의 대안’으로 당당히 대접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무래도 1996년 세이료인 류스이의 전설적인 데뷔작 『코즈믹─세기말 탐정 신화』의 대성공으로 인한 부분이 큽니다.

『코즈믹─세기말 탐정 신화』의 내용은, 전통적인 추리소설, 혹은 미스테리소설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만화 같다’고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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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00개의 밀실에서 1200명이 살해당할 것이다. 아무도 막을 수는 없다.”

1994년 1월 1일 오전 0시 1분. 1994년이 시작된 바로 그 순간, 전대미문의 범죄예고장이 각 언론사, 경찰청, 일본탐정클럽(JDC)에 팩스로 도착한다. 그 예고장을 보낸 이는 스스로를 ‘밀실경’이라고 칭했다.

1년 365일 동안 1200명을 살해하려면 하루 평균 3명은 죽이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1200년 동안 아무도 풀지 못했던 밀실의 비밀을 안다’고 호언장담하는 밀실경은 실제로 전국에서 불가사의한 연속 밀실살인을 연출하는데…….

사건 현장은 반드시 밀실이고, 피해자는 그 안에서 목이 베인 채 등에 피해자 자신의 피로 ‘밀실’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밀실경의 범죄에 도전하는 것은, 350명의 탐정이 가입되어 있는 ‘일본탐정클럽(JDC)’. 능력별로 제 1반부터 제 7반까지 나뉘어 있는 JDC는, 그 소속된 탐정들이 황당무계한 추리기법을 사용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집중응시’, ‘회의[懷疑]추리’, ‘미[迷]추리’, ‘초월통계추리’, ‘잠탐[潛探]추리’ 등등……. 거의 양산박의 호걸들처럼, 『자이언트 로보 THE ANIMATION』의 십걸집처럼, 얼토당토 않은 특수능력을 사용하는 추리의 명탐정들인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격인 츠쿠모 주쿠[九十九十九]는 ‘신통이기[神通理氣]’로 진상을 간파하는 (…………) 탐정인데, 1996년 현재 23세의 나이로 일본탐정클럽 제 1반 소속으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용모 탓에 수많은 일화를 갖고 있다.
사진집이 발매 금지가 되기도 하고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선글래스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고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TV에 나오면 16만명이 실신하기도 하는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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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황당한 이 『코즈믹』의 세계관이 일본 미스터리계에 던진 충격은 엄청난 것으로, 이후 7년이 지난 현재 세이료인 류스이의 후계자들로서 앞서 소개한 마이조 오타로나 니시오 이신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들은 ‘JDC 시리즈’에 대한 트리뷰트로 각자 JDC 탐정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마이조 오타로가 츠쿠모 주쿠[九十九十九]를 등장시켜 2003년도에 발표한 소설 『츠쿠모 주쿠』는 ‘세기의 걸작’으로 칭송이 요란하더군요.

참고로 츠쿠모 주쿠는 본래 미모라는 설정은 없었는데, 작가 세이료인 류스이가 교토대학 미스테리연구회에서 처음 발표했던 원고에 대해 ‘미모의 츠쿠모가……’ 운운하는 의견이 나와서 미모라는 설정으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교토대학 미스테리연구회는, 현대 일본 라이트노벨계의 창창한 멤버들을 배출한 곳입니다. 일본 미스터리를 뒤바꾼 작가 세이료인 류스이 외에도 『십이국기[十二國記]』의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를 비롯하여, 아야츠지 유키토, 노리즈키 린타로, 아비코 타케마루, 마야 유타카 등의 미스터리 작가들을 다수 배출한 전통 있는 서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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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이료인 류스이와 그 이후의 작가들의 원류를 찾자면, 역시 1963년생으로 1994년 데뷔한 쿄고쿠 나츠히코[京極夏彦]을 빼고 말할 수 없겠습니다.

일본 코미케에도 하나의 장르로서 성립되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작가니까 잘 아시는 분들도 아마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의 미스터리 작가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1994년 당시 코단샤 노벨스를 일약 인기 시리즈로 만들어낸 공로자입니다. 데뷔 3년 후인 1997년 일본 문학계 최고봉의 권위 있는 상인 ‘나오키상’ 후보에도 올랐고, 그 후로도 2002년에도 올랐으나 아쉽게도 수상은 못했습니다.

빙의한 존재를 떨어뜨리면서 동시에 추리를 하는 특이한 스타일의 탐정을 등장시킨 것이 바로 쿄고쿠 나츠히코의 특징인데, 그것이 이후 세이료인 류스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죠.

이 쿄고쿠 나츠히코는 본래 디자이너 출신인 것도 있어서 굉장히 디자인에 집착이 강합니다. 자신의 책에서 한 문장이 두 페이지에 걸쳐지지 않도록 구성하기도 하고, 스스로가 DTP 소프트웨어 Adobe InDesign을 구사하여 자기 소설의 전 페이지를 직접 레이아웃하여 인쇄소에 보내기도 한다는군요.
또한 요괴에 대한 애착이 엄청나서, 스스로를 ‘미즈키 시게루의 제자’라고 자칭하며 실제 『게게게의 키타로』에 게스트 성우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 미즈키 시게루와 함께 세계요괴협회의 중추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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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에, 최근 제가 잘 알고 지내는 일본의 비평계 분들 다수가 최근 코단샤에서 ‘싸우는 일러스토리·노벨스 매거진’이라는 프레이즈를 걸고 창간된 「파우스트」라는 잡지에 참가하고 있어서 이런 일본의 라이트노벨계 사정을 조금씩 듣고 있습니다.

「파우스트」는 코단샤 역사상 가장 젊은 편집장이라는 (아마 31세던가? 우리 나이로는 32세) 타이틀로도 알려진 라이트노벨 계열의 소설 잡지인데, 앞서 말한 작가들이 전부 들어가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이이노 켄지[飯野賢治]라든가, TYPE-MOON 대표 타케우치 타카시[武內崇]와 시나리오 담당 나스 키노코[奈須きのこ] 등도 등장하고 있죠.
(타케우치 타카시와 나스 키노코는 『월희[月姬; 츠키히메]』의 일러스트와 시나리오 담당입니다. 특히 나스 키노코가 내놓았던 동인 소설 『공의 경계[空の境界]』는, 상업 소설과 비교하더라도 베스트셀러 클래스의 대히트를 기록했습니다. 타케우치 타카시는 여기에서도 일러스트를 담당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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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라이트노벨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장르 자체에 대한 평가를 할 생각은 없으나, 확실히 이처럼 젊고 새로운 사고의 장르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만화’의 영향력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장르를) 인정해줄 수 있는 포용력은 인정하고 싶습니다.

제가 늦어도 다음 달 쯤에는 근황란에 밝히게 될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것도 세계 미술계에 당당히 오타쿠 문화를 ‘세계에 발신하고 있는 문화’로서 드러내고자 하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일본에서도 물론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일반 예술로서 대접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만, 어쨌거나 이런 식의 시도가 일본에선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차이점이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본문 중에 ‘라이트노블’로 되어 있던 표기를 전부 ‘라이트노벨’로 바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