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정만화 잡지의 역사 #01 - 「아홉번째신화」 제1호.
# by mirugi | 2004-06-22 04:18 | [info - 만화]
shot by 「HERB」 (2004.06.18)
'이 책은 만화인을 위한 비매품입니다'라는 표지문구가 특징적인, 「만화동
호회 나인」에서 출간한 만화동인지? 잡지? 앤솔로지?인 「아홉번째신화」
제 1호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책을, 7월에 창간예정인 순정만
화 잡지 「허브」 측의 요청으로 편집부에 가져가서 사진을 여러 컷 찍었습
니다.
김혜린, 황미나, 서정희, 김진, 황선나, 이정애, 유승희, 신일숙, 이명신
등 총 9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만들어진 「아홉번째신화」는, 1985년 9월 제
1호가 출간되었습니다. 발행은 당시 대본소 만화를 출간하던 송천문화사에
서 도움을 주었고, 표지 일러스트는 황미나, 뒷표지 장정은 황선나, 책에
실린 기사정리는 김혜린씨가 맡고 있습니다.
1호의 편집후기에 '회원 중 한 명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편집 작업에 직접
참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나인 회원 모두의 일심으로 엮어
진 것입니다'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참여 작가 전원이 편집에도 공동으
로 참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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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신화」 제1호
1985년 9월 발행
발행 겸 편집/만화동호회 나인
발행처/만화동호회 나인
@목차@
표지 일러스트:황미나
프롤로그 일러스트:김혜린
목차 일러스트:이정애
신일숙 『愛』 (36페이지)
황선나 『행복』 (20페이지)
김진 『F-랩소디』 (8페이지)
이정애 『빌리』 (47페이지)
김혜린 『그대를 위한 訪問者』 (51페이지)
서정희 『엘레노아』 (17페이지)
유승희 『환절기』 (11페이지)
이명신 『의미없는 탈출』 (20페이지)
황미나 『당신에게 드리는 메시지』 (32페이지)
창간특집 인터뷰:이현세, 김수정씨
특별기획:자유기고 만화평론 (김미자)
로맨틱 일러스트:이명신 『나인은…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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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동호회 「나인」은 '다 같이 만화를 사랑하는 젊은 세대들 간에 서로
를 알자, 서로를 키우자라는 공통의 바람으로부터 출발되었습니다'라는 소
개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확히 20년 전 당시 한국 순정만화계의 '젊은
작가들'이 모여서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고자 했던 시도였습니다.
1985년 1월초에 첫 모임을 가진 「나인」은, 9명의 회원이 동인지 출판자금
확보를 '회비'를 매달 걷어서 「아홉번째 신화」 1, 2호를 비매품으로 배포
하는 등 (3호는 2500원에 판매) 꽤나 독특한 방식의 서적으로 제작되었습니
다. 이같은 방식은 이후 만화동호회 「MODOO」에서 제작한 「뭐?」에서도
비슷하게 추진된 바 있고, 서울문화사의 순정만화지 「NINE」의 창간에 견
인차 역할을 했던 「MIX」도 이 흐름을 잇고 있다고 보아야겠습니다만 어쨌
거나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획기적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업 만화출판계에 있어서의 이
야기일 뿐, 사실 이러한 방식은 만화계에서 당시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던
'동인지'의 존재에서 유래한 것이겠죠. 또한 '동인지'라는 존재는 기실 이
미 문학 쪽에서 훨씬 오래 전에 발생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더 많은 수의 작가로 시작하려다가 1호 발행까지 사정상 탈퇴한
사람이 있어서 9명의 작가가 1호에 참여, 1986년 12월에 발행된 2호에서 김
진, 신일숙씨가 탈퇴하고 카툰작가 고상한씨가 가입하여 8명이 되고 다시
1987년 11월에 발행된 3호에서는 표지도 담당한 김미상씨가 가입하여 9명
이 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던 듯 합니다.
또한 신인원고를 모집하여 당선작을 발표했는데, 2호에 실린 제 1회 신인원
고모집 당선작 대상은 바로 김미림씨의 『창세기』였습니다. 3호에 대해서
는 차후 3호에 대한 글을 따로 올릴 것이니 그때 참조하시길.
동호회명 「나인」은, 상당히 분분한 의견 속에 외국에서 만화가 사진에 이
어 '아홉번째의 예술'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우리의 중요 목적이 만화의
질적 향상, 즉 예술로의 발돋움이므로' 채택했다고 책에 직접 밝히고 있습
니다. 제호도 '그 아홉번째의 예술을 실현하고픈 욕심에서' 「아홉번째신화
」로 했다는군요.
「나인」 회원의 자격은 잡지나 단행본으로 이미 데뷔한 프로작가로서, 원
하는 사람이 연락을 해오거나 현 회원의 추천이 있을 시 본인과의 대화 후
에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다만 「아홉번째신화」는 비매품이므
로 작품게재 원고료는 없을 뿐더러, 오히려 월 1만5천원 상당의 회비가 있
다는 점이 책에 명확히 밝혀져 있습니다.
신인원고 모집은 1986년 5월 31일을 마감일로 하여 5∼30페이지의 분량, 초
·중·고생은 제외한 성인 대상으로서, 원고 사이즈도 여백 등도 명확하게
지정해놓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업 잡지가 아니므로 '접수된 모든 원고는
차후에 반환해 드립니다'라고 공지해놓고 있군요.
그리고 추가로, 1986년 7∼8월 경에 출간한다던 제 2호는 결국 1986년 12월
에 나왔습니다. 발간 연기는 특별히 발행 시기를 결정해놓지 않고 진행하는
서적의 특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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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실상 '전설'이 되어버린 「아홉번째신화」의 의의는, 당시 순정만
화 잡지란 것이 존재조차 하지 않던 시절 대본소를 중심으로 활약하던 젊은
작가들이 뭉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1985년이라면, 아시다시피 아마추어 동호회와 동인만화가 태동하던 시기였
습니다.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했던 한국 동인만화의 역사는, 한국 최초
의 아마추어 만화 동호회 「KWAC[Korea Woman Amateur Comics]」가 1982년
7월 1일 결성된 이후, 프로 작가를 다수 배출한 것으로 알려진 「PAC」가
1983년, 그리고 「아람」과 「KGB」가 1984년 창단되었습니다.
■관련 문서:국내 동인지 & 동인 행사의 역사.
또한, 1년에 한 번씩 출간되던 이 「아홉번째신화」는, 결국 1988년 출간
예정이던 4호가 1988년 11월 한국 최초의 순정만화 전문잡지 「르네상스」
의 출간으로 중단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순정만화 잡지의 창간에도 나름
대로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마치 이진경씨가 편집장
을 맡아 서울문화사라는 상업 출판사를 움직여서 출간했던 앤솔로지 형태의
서적 「MIX」가 성인 대상의 순정잡지 「NINE」의 발행으로 이어졌던 것을
연상케 합니다.
결국 누군가 움직이는 사람이 있으면 아무리 미미한 시작일지라도 그 끝은
창대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최근 어려운 만화계 속에서도 기본적으로 독자
나 작가에 속하던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들과도
연계시켜 생각해본다면, 이것이야말로 한국만화의 힘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일본에도 그런 식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이야 아닙니다만,
지금은 상업 논리에 휩싸여 이젠 더 이상 보기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아홉번째신화」와 만화동호회 「나인」의 중단은 물론 「르네상
스」의 창간도 중요한 원인이었겠지만, 그 외에도 달리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원문화출판사에서 1998년 4월 21일 발행된 김혜린 단편집 『샤
만의 바위』 서문에 보면 '아직은 만화잡지 시대가 오기 전─. 무언가 목이
마르고 답답했던 우리네 20대 작가들이 모여서 순전히 열의 하나로 동인지
를 만들어 봤었는데, 그 모임이 「만화동호회 나인」이었고 그 책이 「아홉
번째신화」였다. 나인은 그 후 3호째의 책을 내고는 연이어 가동된 잡지문
화와 기타 여러가지 요인으로 흐지부지 해산했는데 (개인적으론 언젠가 다
시 하고 싶다…)'라고 밝혀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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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구하기 힘들어진 「아홉번째신화」. 여기 실린 작품들 중 신일숙 『
愛』는 단행본 『나의 이브』 (서울문화사, 1995. 3.15 발행)에, 김진 『F-
랩소디』는 대본소용 단행본 『우리들의 데이빗』 (도서출판 프린스, 1985.
8.15)과 단행본 『전설』 (도서출판 청조)에, 김혜린 『그대를 위한 訪問者
』는 단행본 『샤만의 바위』 (대원문화출판사, 1998. 4.21 발행)와 최근에
발행된 데뷔 20주년 기념 단편집 『노래하는 돌』 (도서출판 길찾기, 2003.
12)에 실려 있습니다. 참고로 『노래하는 돌』에는 「아홉번째신화」 2호에
실린 『히스꽃 필 때에는…』과 3호에 실린 『우리들의 성모님』도 들어 있
죠.
황미나 『당신에게 드리는 메시지』는 『상실시대』 첫째 권 (원정출판사,
1988. 2.28)에 실려 있습니다. 『상실시대』는 도서출판 대원에서 1998년
12월 3일에 상하권이 같이 복간되었습니다.
하여간에 저는 「아홉번째신화」 제 1호를 갖고 있으니, 이 책을 기준으로
계속 쓰겠습니다. 신일숙의 『愛』는 신라의 화랑 김유신을 모티브로 한 작
품입니다. 본래 저는 만화작품에 대한 평가는 거의 쓰지 않는 관계로 달리
더 쓸 말은 없고, 이 당시 『사랑의 아테네』와 『아르미안의 네딸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신일숙씨의 분위기를 이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저
는 그때의 신일숙씨 작품들도 꽤 좋아합니다.
황선나씨의 『행복』은, 황선나씨가 「르네상스」에서 연재했던 『프로덕션
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음악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황선나씨의 친
언니인 황미나씨도 대본소 시절 음악을 소재로 한 『메이저에서 마이너까지
』란 작품을 발표했고 「르네상스」에도 음악 칼럼을 연재하는 등, 음악에
대해서는 두 자매 만화가 분이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F-랩소디』는 김진씨의 작품 중에서도 워낙 짧은 단편이기도 하여 많이들
보지 못한 작품일 겁니다. 단행본에 실린 것도 대부분이 보지 못했을 대본
소용 단행본 (도서출판 프린스 『우리들의 데이빗』과 도서출판 청조 파랑
새코믹스 『전설』) 등이다 보니……. 김진 특유의 대학생 묘사는, 초기 대
표작 『별의 초상』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별의 초상』은
도서출판 프린스에서 1985년 12월 8일에 1권이 출간된 후, 1986년까지 전
9권으로 완결된 김진씨의 첫 장편입니다. 1985년 9월에 발행된 「아홉번째
신화」 1호에 실린 『F-랩소디』는 시기적으로 『별의 초상』보다 약간 앞
서는데, 같은 시기이다 보니 비슷한 소재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생각됩니
다. 특히 맨 마지막 8페이지에서는 이유도 없이(?) 우주공간에 별들이 떠
있는 장면을 그려놓고 있는데, 이것은 이후 『푸른 포에닉스』로 이어지는
김진씨의 SF 취향을 반영한 것 아닐까 합니다. 사실 『별의 초상』 역시 별
과는 별로 직접적 연관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제목이 『별의 초상』이죠.;;
이정애씨의 『빌리』는, 초기 장편 『헤르티아의 일곱기둥』이나 단행본 『
일요일의 손님』에 실린 작품이나, 「르네상스」에 실린 뒤 단행본 『사랑
하기 좋은 날』에 실린 『성홍열』『쁘띠 샹카라』 등과도 이어지는 초기
이정애씨의 테이스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 특이한 그림체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르네상스」 연재 당시 『성홍열』 (1989년 2월호)와 『
쁘띠 샹카라[petet Chankara]』 (1989년 5월호), 『블루 타키온』 (1989년
8월호) 등을 봤을 때에는 굉장히 거슬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1990년 3월호부터 연재 개시된 『루이스씨에게 봄이 왔는가?』를 거쳐 1991
년 『아테르타 연대기』, 그리고 1993년 5월 7일호 대원문화출판사 「터치
」 창간호부터 연재 개시된 『열왕대전기』로 인해서 결국 그 마력(?)을 이
겨내지 못했습니다. 『열왕대전기』는 「터치」 창간 이후 잡지로서는 그다
지 기억에 남지 못했는데, 단행본이 8권인가 9권까지 나왔을 즈음 한꺼번에
사서 읽다가 그대로 빠져들었던 것이죠. 지금 와서 다시 보자니, 이 『빌리
』 시절의 그림체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는군요.
그 다음에 실린 창간특집 인터뷰는 이현세씨와 김수정씨인데, 이현세씨 인
터뷰 첫머리에 적힌 나인동호회의 질문에서 '이제 막 입문하다시피한 미숙
한 저희들로선'이라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정확히 어느 분이 질문한 것인
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으로선 「아홉번째신화」 1호에 실린 작가 모두가 한
국 순정만화계를 이끄는 중견……이 아니라 이미 원로급(?) 작가가 되었으
니. ;; 뭐, 20년 전의 잡지니까요.
김혜린씨의 『그대를 위한 訪問者 -어느 소설가의 체험에서-』는, 20년
전 당시나 지금이나 어려운(?) 폐결핵 걸린 소설가의 삶을 그린 작품입니
다. '껌팔이'란 단어는 정말 오랜만에 다시 듣는군요. -_-;; 옛날에는 무려
'다방'(!)에서 차나 마시다 보면 껌팔이 아이가 와서 껌 좀 사달라고 조르
곤 했죠. 요즘은 나이드신 분들이 초콜렛을 파는 모습이 보이던데, 이것도
참 역사가 깊은(?) 직종인 듯 합니다. 대사 중에 '메카니즘 레비아땅' 괄호
치고 (물질 문명의 괴수)라고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이라든가;;, 이
야말로 80년대 센스가 아니겠습니까!
『그대를 위한 訪問者』는 김혜린씨의 첫 번째 단편작품이고, 당시 『북해
의 별』은 아직 연재 중이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완결을 해본 작품이라고 합
니다.
서정희씨는 이 『엘레노아』가 데뷔작입니다. 이후 『솔로몬 혹성』 등의
작품을 발표했고, 「미르」에서 연재한 미스테리물 『붉은 장미관』 (도서
출판 대화, 1995. 2.20)이 꽤나 인상적이었죠. 요즘은 삼성출판사의 학습만
화를 내면서 여전히 간혹 작품 활동을 하시는 듯 합니다만, 실질적으로는
1999년 창작기획 씨알에서 나온 『꿈꾸는 혹성』 전 4권, 도서출판 대원에
서 나온 중편집 『춤추는 탐정』과 『그린 파라다이스』 정도밖에 단행본이
없습니다. 아쉽게도.
특기할 만한 사실은, 데뷔작치고 『엘레노아』란 단편은 그 캐릭터 작화의
완성도와 배경묘사의 섬세함에 놀라게 됩니다. 이게 정말 데뷔작 맞는가 싶
을 정도죠. ;; 사실 이 「아홉번째신화」에 실린 다른 작품 전부, 스스로
'이제 막 입문하다시피한 미숙한 저희들'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신인이던 당
시 작가들의 상당한 초기작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습니
다. 내용은 둘째 치고, 이런 작화의 완성도는 요즘 데뷔하는 신인들이 본받
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군요. 요즘 데뷔하는 신인작가들
의 만화를 보면, 만화가 보다 대중화된 만큼 예전보다 작화에 있어서나 스
토리에 있어서나 테크닉은 훨씬 늘었지만, 읽는 이에게 주는 매력은 감소된
것 같습니다. 특히 작화에 있어서 '정성'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생각됩니
다. 어색한 인체 데생, 비어 보이는 배경, 톤으로 대충 얼버무린 묘사.
요즘 일본과 일을 해도 항상 나오는 말인데, 배경이 비어 있는 컷은 일본의
잡지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편집부에서 말이 나오죠. 묘사로서 일
부러 비운 배경과 덜 쓰는 톤과, 대충 넘기기 위해서 신경을 안 쓴 페이지
를 일본 편집부는 확실하게 잡아내더군요……. 그런 점은 한국 잡지에서도
유의해야 할 사항 같습니다.
유승희씨의 『환절기』. 이 분은 이 이후 발표작품이 거의 없는 듯 합니다.
단행본은 한 권도 없고……. 필명을 바꾼 것일지도? 그림체는 어디선가 본
듯한 것도 같습니다만.
부산대학교 김미자씨가 쓴 자유기고 만화평론 『한국만화의 현 주소와 그
전망』은 말 그대로 1980년대 당시의 만화평론이라는 느낌입니다.
『의미없는 탈출』의 이명신씨도 요즘은 작품 활동이 거의 드문 작가입니
다. 1995년 8월 창간호부터 서울문화사 「밍크」에서 연재했던 『실키&리오
』가 마지막 작품인 것 같군요. 1999년 3월 15일 발행된 『실키&리오』 6권
이후 출간된 단행본이 없습니다. 1984년 『몽마르뜨 언덕』 (송천문화사,
1984. 5.20)으로 데뷔했는데, 당시로서는 유명작가의 네임 밸류를 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인작가의 데뷔작에 괜히 글 그림이 다른 것처럼 표기하던
출판사의 관례대로 '글 황미나/그림 이명신'으로 출간되었죠. 실제로는 이
명신씨가 글 그림 다 맡았던 작품입니다. (나중에 1993년 도서출판 산호에
서 출간된 버전에는 글 그림 이명신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명신씨의 작품은 개인적으로 만화가의 일상을 그린 『에피소드』 (육영재
단, 1993. 5. 5)를 아주 좋아했습니다만, 결국 댕기네 책들로 2권 (육영재
단, 1994.10.13)까지만 나오고 미완이죠. -_- 영진출판사에서 1989년 11월
30일에 나온 영어 학습용 영문판 『To the Highway』와, 서울문화사에서
1998년 3, 4월에 출간된 단편집 『600만불의 고양이』『사랑의 초콜릿』 등
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선호하는 작가였는데 말이죠. 크흑.
황미나씨의 『당신에게 드리는 메시지』가 실려 있는 『상실 시대』는 아주
중요한 단행본입니다. 도서출판 대원에서 나온 버전 말고, 원정출판사에서
나온 버전 이야기죠. 뭐 1988년 2월이기 때문에 이미 이때에는 순정만화계
에서 여러 가지 시도가 있던 시기입니다만, 그래도 대본소 만화 밖에 없던
시절에 대본소용으로 '단편집'을 출간하는 것은 정말 모험이었습니다. 나중
에 1989년 강경옥의 『이미지 맞추기』가 역시 대본소용으로는 드문 단편집
형태로 창만사에서 출간되지만, 어쨌거나 판매가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서
점용으로도 내기 쉽지 않은 '단편집'이란 형태를, 대본소 시절에 냈다는 점
은 특기할 만한 사실입니다.
(참고로 『이미지 퍼즐』이란 타이틀은 1993년 1월 3일자 육영재단 「댕기
」와 1994년 4월 1일자 서울문화사 「윙크」에서 부록으로 나오면서 알려졌
죠. 초기부터 워낙 발행부수가 적어서 거의 환상의 단행본이었던 『이미지
맞추기』에 비해서 『이미지 퍼즐』이란 제목이 더 알려진 것은 이런 이유.
참고로 「댕기」 쪽 부록은 『이미지 맞추기』에 실린 단편 중 일부를 추린
것으로 『커피 타임』만 1993년 3월 18일자 부록에 따로 실려 있습니다. 「
윙크」 쪽 부록의 『이미지 퍼즐』은 다른 단편들이 실려 있습니다.)
무려 주인공의 '양심'이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하고 (황미나 『당신에게 드
리는 메시지』), '존재의 존재'라는 알듯 모를듯 한 존재(?)가 역시 캐릭터
로 등장하는 (김혜린 『그대를 위한 訪問者』) 등, 역시 20년 전이라는 것
을 느끼게 해줍니다만, 그래도 역시 재미있는 작품들 뿐입니다.
20년 전, 한국의 순정만화가 조금씩 도약하기 시작했던 그 시절. 1979년 전
후, TV에서 『캔디 캔디』를 보고 해적판으로 나온 『베르사이유의 장미』
『오르페우스의 창』『유리 가면』에 충격을 받은 많은 여성들이 너도나도
순정만화를 그리려 했던 그 시절……. 당시의 잡지를 거의 전부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언젠가 한 번은 정리해보려 했는데 생각난 김에 시작해봤습니
다. 몇 년전에 시작해놓은 보유잡지 데이터베이스와 함께, 언제가 될지 모
르겠지만 완성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자료로 남기도록 해야겠죠.
「아홉번째신화」 1호 내용 사진은 아래 관련 기사에 있는 '「허브」 잡지
다락방 게시판'에 가보시면 편집부에서 찍어주신 사진이 다수 올라와 있으
니 참고하십시오. 예전에 이 작품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못 보신 분들일지라도 유명 작가 분들의 예전 그림
체를 보는 기회가 될 수 있겠죠.
■관련 기사:아홉번째신화 (1985~1987) 「허브」 잡지다락방 게시판
■관련 문서:
①신일숙님 인터뷰 및 각종 기사문 모음 1/2
②신일숙님 인터뷰 및 각종 기사문 모음 2/2
③김진님 인터뷰 및 각종 기사문 모음 1/2
④김진님 인터뷰 및 각종 기사문 모음 2/2
⑤김진 『불의 강』 (『불의 江』) 연재 정보.
⑥김진 소개
⑦김혜린 소개
⑧김혜린 작품 리스트
⑨황미나 작품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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